나치 지도부가 진짜 마녀를 믿어야 했던 이유
나치 지도자들의 이데올로기에는 언제나 밀교와 마법의 요소가 스며 있었다. 하지만 만약 그들이 정말로 마녀의 존재를 믿을 명분이 있었다면, 그 책임은 바로 '나흐트헥센(Nachthexen)', 즉 '밤의 마녀'에게 있었다. 이는 독일군이 소련군 제588야간폭격연대의 여성 비행사들을 부르던 이름이다.
스탈린과 인연을 맺은 여성 에이스, 마리나 라스코바
1938년 11월 2일, 폴리나 오시펜코, 발렌티나 그리조두보바, 그리고 마리나 라스코바는 장거리 비행 기록을 세운 공로로 소련 영웅 칭호를 받았다. 이들은 이 훈장을 받은 최초의 여성이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전까지 유일한 여성 수훈자였다. 또한 소련 공군 아카데미 최초의 여성 교관이었던 마리나 라스코바는 스탈린과 직접 면담을 가졌고, 소령 계급을 받았다.

마리나 라스코바
히틀러가 독소 불가침 조약을 파기하자, 라스코바는 여성들도 하늘에서 독일군과 싸울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1941년, 스탈린과의 개인적 친분 덕분에 그녀는 목표를 이루어냈다. 오직 여성으로만 구성된 세 개의 항공연대가 창설된 것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제588야간폭격연대였다.
이 연대는 조종사와 지상 요원을 포함해 약 400명의 여성으로 구성되었으며, 평균 나이는 불과 22세였다. 라스코바가 대원들을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이렇게 어린 이들이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을 느꼈다고 전해진다.
"전선에 갈 때 무섭지 않나? 독일군이 너희를 죽일 수도 있다는 걸 모르나?" — 라스코바 소령이 물었다.
"먼저 쏘면 안 무서운데요, 라스코바 소령님." — 대원들은 일제히 답했다.
나무와 천으로 만든 '날아다니는 빗자루'
독일군은 눈부신 속도로 진격하고 있었고, 원래 공군 아카데미에서 몇 년에 걸쳐 배워야 할 과정은 단 몇 달짜리 집중 과정으로 압축되었다. 대원들은 혹독한 체력 훈련과 전술 특강을 소화해야 했지만,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
문제는 야간폭격연대에 배정된 기체였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 복엽기인 폴리카르포프 U-2(Po-2)는 원래 비행 훈련과 농경지 살충용으로 만들어진 기체였다.

Po-2
1927년에 설계된 이 비행기는 너무 느리고 낡았으며, 나무와 천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라디오도 낙하산도 없는 이 '날아다니는 빗자루'에는 조종사와 항법사 두 명이 탑승했으며, 폭탄 두 발을 실을 수 있었다. 투하 장치가 낡아서 어떤 경우에는 폭탄을 손으로 직접 던져야 했다. 당시에는 낙하산 대신 죽음을 선택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포로가 되는 것보다 전사하는 편을 택했다고 한다.
겉보기에 빠른 독일 전투기를 상대할 승산은 전혀 없어 보였지만, 뛰어난 기동성 덕분에 급격하고 빠른 회전이 가능해 격추당할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게다가 느린 속도는 독일 전투기가 좇아올 수 없을 만큼 낮게, 숲 사이를 가로질러 비행할 수 있는 강점이 되었다.
엔진을 끄고 미끄러지듯 다가오는 공습
적재량이 적었기 때문에 '밤의 마녀'들은 한밤중에 여러 차례 작전을 반복해서 수행했다. 그들의 전술은 언제나 같았다. 목표 지점에 근접하면 시끄러운 엔진을 끄고 활공하여 목표물 위로 살며시 다가간 뒤, 폭탄을 투하하고 엔진을 재시동해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우리를 그토록 괴롭힌 소련 조종사들이… 하필 여성이라는 것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여자들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덜덜 떨리는 낡은 비행기를 몰고 밤마다 나타났으니까…"
23,672번의 출격, 그리고 영원히 남은 이름들
1941년부터 전쟁이 끝날 때까지 이 연대의 여성들은 총 23,672회의 작전을 수행했고, 3,000톤이 넘는 폭탄을 투하했다. 소련 정부는 무려 23명의 '밤의 마녀'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라스코바 소령은 1943년 임무 수행 중 전사했다.
그 외에도 기억할 만한 비행사들이 많다. 나디야 포포바와 그녀의 동료 카티야 뱌보바는 하룻밤에 18회의 작전을 수행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이리나 세브로바 중위는 1,008회의 출격에 참여했으며, 두 차례 격추당했음에도 모두 기지까지 무사히 귀환하는 데 성공했다.
"만약 온 세상의 꽃을 모아 그들의 발치에 두는 일이 가능하다 해도, 그 용맹함에 대한 충분한 예우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포포바와 뱌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