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남장하고 최전선에 잠입한 19세 소녀, 제1차 세계대전 영국군 유일한 여성 군인 도로시 로렌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원정군(BEF) 첩보 책임자였던 월터 커크(Walter Kirke)가 손수 남긴 메모 한 장은, 역사 연구자 라파엘 스티픽의 깊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 종군기자가 되기 위해 남장을 하고 최전선으로 향한 젊은 여성."

메모가 가리킨 인물은 바로 도로시 로렌스(Dorothy Lawrence). 그녀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영국군으로 복무한 유일한 여성 군인이었습니다.

남장하고 최전선에 잠입한 19세 소녀, 제1차 세계대전 영국군 유일한 여성 군인 도로시 로렌스

남성 독점 세계에 도전한 19세 소녀

도로시의 어린 시절에 관해 알려진 기록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시간을 1914년으로 되돌리면, 한 19세 소녀가 남성이 독점하던 세계에서 저널리스트의 길을 개척하려 애쓰는 모습을 그릴 수 있습니다. 전쟁이 발발하자 그녀는 자원하여 대륙으로 건너가 특파원으로 전쟁을 취재하고자 했지만, 신문 편집자들과 전쟁성은 그녀의 요청을 일축했습니다.

결국 그녀는 홀로 프랑스로 향해 영국 원정군에 합류하기로 결심합니다. 영국 해협을 건너 프랑스 땅에 내린 그녀의 모험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파리의 작은 카페에서 두 명의 영국 군인에게 다가간 그녀는 자신의 사연과 최전선에 나가고 싶다는 소망을 털어놓았습니다. 두 군인은 그 계획이 불가능하다고 설득하려 했지만, 끝내 꺾이지 않는 그녀의 결의에 마음을 내주고 도움을 결심합니다.

'데니스 스미스'로 위장한 여군

여성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불가능했기에, 위장은 필수였습니다. 그들은 그녀의 머리를 잘랐고, 창백한 얼굴을 검게 칠했으며, 군복을 입히고 가슴에는 천을 두르게 했습니다. 이렇게 그녀는 데니스 스미스(Denis Smith)라는 이름의 가짜 서류를 손에 넣었고, '그'는 최전선으로 향하는 길에 올랐습니다.

전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그녀는 훗날 자신의 수호천사가 되는 톤 던(Tom Dunn)을 만납니다. 공병대에 입대한 전직 광부였던 그는 회사 캠프 근처 오두막에 그녀를 숨겨 주었고, 며칠간 그녀를 숨긴 뒤 다른 공병들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무인지대에서 견딘 10일, 그리고 자백

도로시는 적진에서 불과 350m 떨어진 무인지대 최전선에서 지뢰 매설 작업에 투입되어, 10일 동안 독일군의 폭격을 견뎌냈습니다. 톤과 나눌 식량조차 부족한 채 오두막에 틀어박혀 지낸 날들은 추위와 습기, 그리고 이후 참호에서 이어진 혹독한 노동으로 그녀의 몸을 무너뜨렸습니다. 끝내 그녀는 기절했고, 조금만 늦었다면 정체가 드러나는 야전병원으로 옮겨질 뻔했습니다.

발각되면 자신을 도운 모든 이들이 군법회의에 넘겨질 것을 알았기에, 그날 밤 그녀는 잠들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그녀는 스스로 상사에게 보고해 정체를 밝히기로 결심합니다. 곧바로 체포된 그녀는 스파이일지 모른다며 엄중한 심문을 받았지만, 입 밖에 낸 것은 오직 자신의 사연뿐이었고, 끝내 자신을 도운 사람들의 이름은 한 글자도 흘리지 않았습니다.

지휘부는 그녀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랐고, 송환될 때까지 수녀원에 맡기기로 합니다. 귀국하는 날, 그녀는 '전선에 어떻게 침투했는지 결코 밝히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해야 했습니다. 서약을 어기면 징역형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검열당한 회고록, 그리고 잊힌 말년

런던으로 돌아온 그녀는 기자로서 성공과 명성을 누릴 수도 있었지만, 다른 방식으로 생계를 꾸려야 했다고 전해집니다. 종전 후 그녀는 이미 서약에서 풀려났다고 믿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 《공병 도로시 로렌스: 유일한 영국 여군(Sapper Dorothy Lawrence: The Only English Woman Soldier)》을 출판합니다. 그러나 전쟁성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고, 그녀의 책은 검열을 받았습니다.

1925년, 그녀는 강간을 고발한 뒤 정신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그 이후 그녀의 삶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으며, 다만 1964년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만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남장하고 최전선에 잠입한 19세 소녀, 제1차 세계대전 영국군 유일한 여성 군인 도로시 로렌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의 놀라운 실화들을 엮은 이 책에서는, 도로시 로렌스의 이야기처럼 역사의 뒷면에 가려진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