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요일은 종려 주일(Palm Sunday)입니다. 수천 가정이 일찍 미사에 참배하고, 올리브 가지를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가 예루살렘에 개선하고도 겸손하게 입성한 사건을 기념하는 상징입니다. 이 날짜를 기점으로 성주간(Holy Week)이 시작되며, 기독교 신앙 안에서 메시아의 공생애가 비극적인 죽음과 신성한 부활로 절정을 이루는 일련의 행사가 기념됩니다.
스페인의 영향과 지배를 거치며 깊은 종교성을 간직하게 된 페루에서는 이 7일 동안 리마를 비롯한 여러 지방에서 다채로운 전통이 지켜집니다. 현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성주간을 그저 긴 연휴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 신자들은 이 시기를 경건과 헌신으로 지키고 있습니다. 종교적 애도의 날에 어울리지 않는 과잉 행동으로 끝나는 캠핑 풍경을 우스갯소리처럼 전하는 이야기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주간의 진정한 정신은 신자와 불신자 모두에게 다가오며,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인간 존중의 자리가 됩니다.
성주간이란 무엇인가
성주간은 매년 기독교 세계에서 거행되는 기념 행사로,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부활을 축하는 시기입니다. 메시아의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하는 전통적인 종려 주일로 시작하여, 나자렛 예수가 부활하여 제자들 앞에 나타났다고 믿어지는 부활 주일로 절정을 이룹니다.
페루 역시 대부분의 기독교 국가와 마찬가지로 사순절(Lent)이라 불리는 기간을 지킵니다. 사순절은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에 시작하여 성목요일 오후에 끝나며, 신약성서에 따르면 예수가 공생애에 들어가기 전 광야에서 40일을 보냈다는 시험의 의미를 상징합니다.
지역별 성주간 전통
아야쿠초(Ayacucho)
페루 남부에 위치한 아야쿠초는 성주간을 가장 크고 중요한 종교 축제로 여기는 지역입니다. 고통의 주님(Señor de Agonía), 고난의 성모(Virgen Dolorosa), 성 요한의 행렬이 이 지역의 성주간을 여는데, 아름다운 교회들과 방문객들을 매료시키는 식민지 시대 건축물로 유명한 도시답게 국내외 수많은 순례자들이 찾습니다.
모케과(Moquegua)
모케과에서 열리는 성주간 기념 행사는 2010년부터 국립문화원에 의해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성목요일에 시작되는 이 축제의 핵심은 자비의 주님(Señor de las Misericordias)입니다. 신자들은 높이 18~20미터에 이르는 7개의 제단을 준비하며, 자비의 주님상은 꽃과 종려나무, 올리브나무로 장식됩니다.
카타카오스(Catacaos)와 피우라(Piura)
피우라의 카타카오스에서는 하느님의 아들이 죽음을 맞은 것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 위해 신자들이 검은 옷을 입습니다. 성주간 동안 피우라의 가장 대표적인 거리에서 여러 행렬이 진행됩니다. 또한 이 시기는 더운 북부 지역 특유의 맛있는 스튜를 맛볼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특히 성금요일에는 기독교 신앙상 예수께서 죽으신 날 붉은 고기를 먹는 것이 무례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생선으로 만든 전통 요리를 즐깁니다. 이날 피우라의 대표 음식은 '말라라비아(Malarrabia)'로, 삶은 잘 익은 바나나에 치즈, 콩, 생선을 곁들여 만드는 요리입니다.
카하마르카(Cajamarca)
카하마르카에서는 성주간 행사가 주로 포르콘 목장(Porcón)과 콘투마사(Contumazá)에서 열리며, 이곳에서는 '십자가 행렬(Procession of the Crosses)'이 거행됩니다. 성목요일에는 콘투마사 거리에서 검은색과 흰색 참회복을 입은 신자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며 종교적 여정을 함께 걷는 재현 행사가 펼쳐집니다.
트루히요(Trujillo)
라리베르타드(La Libertad) 주의 주도인 트루히요에서는 자비의 주님(Señor de la Misericordia)이 중심 성상입니다. 성목요일에는 신자들이 등불로 장식한 제단을 준비해 예수께 바칩니다. 성금요일에는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상이 전시되고, 신도들은 메시아의 '십자가 위 일곱 말씀' 강론을 듣습니다. 전통적으로 흰 옷을 입은 12명이 십자가에서 못을 뽑고, 유리 관 안의 자리로 고통의 성모를 옮기는 의식도 거행됩니다.
리마 수르코(Surco)
리마에서는 수르코 구역이 그리스도의 수난과 관련해 가장 활발한 행사를 개최하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 신자들은 거리를 행진하며 전통적인 올리브 나무 가지를 구청 중앙광장까지 운반합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기 전날 밤에는 남성 신자들이 흰 옷을 입고 원뿔 모양 두건을 쓴 채 종야를 지키는 파수 의식을 거행합니다. 십자가 위에서 하신 그리스도의 말씀을 묵상하는 '3시간 강론'이 끝나면, 신자들은 성묘의 주님상을 산티아고 아포스톨(Santiago Apóstol) 본당으로 옮깁니다. 수르코의 성주간에서 가장 그림 같은 행사는 단연 꽃 융단 대회로, 지역 주민뿐 아니라 지방에서 온 신자들까지 참여합니다.
수도권 리마의 대표적 관습
수도 리마를 비롯한 전국 여러 지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관습은 이른바 14처 성지 순례입니다. 라틴어로 '십자가의 길'을 뜻하는 비아 크루시스(Vía Crucis)라고 불리는 이 행위는, 신자들이 예수께서 칼바리아로 향하는 고통의 길 위에서 겪은 14가지 특정 순간을 되새기며 걷는 것입니다. 이 관습은 예수께서 실제로 걸으신 장소를 방문하는 이스라엘(성지)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행해집니다.
리마에서는 또한 7개 성당 순례도 전통입니다. 특히 구시가지에 있는 유명한 성당들을 가족 단위로 함께 방문하는 이 관습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전래된 것입니다. 그 외에도 종려 주일 미사에 대거 참석해 올리브 가지를 집으로 가져가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하는 풍습, 3시간 강론 혹은 일곱 말씀 강론, 성묘 행렬 등이 대표적인 전통입니다.
과거와 오늘날의 성주간
수십 년 전만 해도 성주간의 핵심 날인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음악을 들을 수 없었고, 라디오 방송국들조차 경의를 표하기 위해 방송을 중단했습니다. TV 채널들도 프로그램 편성 전체를 성찰과 애도를 북돋는 영화와 프로그램으로 채웠습니다.
오늘날에도 십계명(The 10 Commandments), 벤허(Ben Hur) 같은 영화를 보는 것은 일종의 현대적 전통이 되었지만, 과거와는 큰 대조를 이룹니다. 이제는 상당수 도시 사람들이 성주간을 그저 또 하나의 연휴로 여기며, 평범한 연휴처럼 잔치를 벌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부활절 달걀은?
이맘때면 쇼핑센터와 슈퍼마켓 진열대가 알록달록한 초콜릿 달걀로 가득 차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유대교와 기독교 양쪽의 뿌리를 가진 이 전통은 한때 옛날 리마의 가정에서 가족 화합의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부모와 조부모가 초콜릿 달걀을 숨기면 아이들이 이를 찾아내던 놀이였습니다. 히브리 전통에서 달걀은 다산의 상징이었으며, 부활절은 겨울의 끝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반면 기독교 전통에서 부활절 달걀과 토끼, 즉 초콜릿 달걀을 숨기는 놀이의 요소들은 헤로데왕이 예수와 그의 가족을 박해했지만 하느님의 개입으로 발견되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사건을 상징합니다. 오늘날에는 설명이나 상징 없이 판매되는 장식용 요소가 되어버렸지만요.
세대를 이어온 신앙의 시간
스페인에서 전래된 오랜 역사적 전통 덕분에 성주간은 페루인들의 생활과 관습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많은 페루인들이 기독교 신앙을 드러내는 성찰과 묵상의 시기이며, 이 신앙은 이미 수백 년 동안 세대에서 세대로 물려져 내려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