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 전설에 싸인 음유시인
고대 사람들에게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는 구전으로 전해지다가 문자로 기록된, 실제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의 기록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리고 그 저자는 호메로스라는 음유시인이었는데, 그가 키오스, 스미르나 혹은 콜로폰 출신이며 눈이 멀었다는 사실 외에는 거의 알려진 바 없었음에도 그의 존재 자체는 의심받지 않았습니다. 그에 관한 모든 것은 신비와 전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렇기에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뿐 아니라, 이 두 작품과 함께 완전한 '서사시 환(Epic Cycle)'을 이루는 나머지 여섯 편의 시들까지 호메로스의 작품으로 돌려진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개구리와 쥐 사이의 전쟁을 소재로 한 『바트라코미오마키아(개구리쥐전쟁)』 같은 희극적 서사시, 그리고 오늘날 단 몇 행만이 전해지는 『마르기테스(Margites)』조차 호메로스의 작품으로 여겨졌다는 점입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인정한 작품
『마르기테스』(그리스어 Μαργίτης)는 당대에 매우 인기 있고 성공적인 작품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조차 이 작품을 언급하며 그 존재를 기록으로 남겼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시학』에서 이 작품을 호메로스의 것으로 명시하며 그 가치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현존하는 단편들을 통해 우리는 이 작품이 희극적 성격의 서사시였으며, 주인공은 콜로폰 출신(호메로스의 고향이라 주장하던 도시 중 하나)의 극도로 멍청한 남자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을 낳은 것이 어머니인지 아버지인지조차 분간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또한 이 시는 육보격(dactylic hexameter)과 양보격 3운율(iambic trimeter)을 섞어 쓴, 당대 문학에서는 매우 드문 형식으로 지어졌습니다.

안타깝게도 원문의 상당 부분은 유실되어, 오늘날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구절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멍청이'를 뜻하는 이름, 마르기테스
그리스인들이 '마르기테스'라는 단어를 어리석거나 무능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흔히 사용했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아테네의 정치가이자 웅변가였던 데모스테네스는 적수였던 아이스키네스의 기록에 따르면,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모욕하기 위해 바로 이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마르기테스』의 주인공이 아킬레우스의 우스꽝스러운 희화였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데모스테네스가 "두 번째 아킬레우스가 되고자 했던 알렉산드로스는 결국 그의 희화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은 것이 바로 이 맥락에서입니다. 이 시가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 쓰였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서사시가 여전히 크게 융성하던 기원전 7~6세기경으로 추정됩니다.

피그레스 개작설
비잔틴 시대의 대표적 백과사전인 『수다(Suda)』는 더 이상 『마르기테스』를 호메로스의 작품으로 보지 않고, 할리카르나소스 출신 시인 피그레스(Pigres)의 작품으로 돌립니다. 피그레스는 여왕 아르테미시아의 오빠(아들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음)로, 아르테미시아는 기원전 480년 살라미스 해전에서 페르시아 함대 소속으로 자신의 배들을 직접 지휘했던 인물입니다.
일부 학자들은 피그레스가 육보격 사이사이에 양보격 운문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마르기테스』를 개작했다고 봅니다. 이는 그가 앞서 『일리아드』를 개작할 때 각 육보격 뒤에 오각격(pentameter) 운문을 덧붙였던 방식과 동일합니다. 만약 이 가설이 맞다면, 피그레스는 양보격 3운율을 최초로 사용한 작가가 되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