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공화국기 브라질, 도시 노동운동의 심장부에서 피어난 무정부주의
구공화국(Old Republic, 1889~1930) 시대 브라질에서 무정부주의(아나키즘)는 결코 주변적인 사상이 아니었습니다. 상파울루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노동조합 속에서 뿌리내린 무정부주의는 당시 브라질 노동운동의 핵심 동력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공화국 초기의 격랑: 농촌 반란에서 도시 운동까지
공화국이 수립된 초기 몇 년간 브라질 정부는 주로 농촌과 내륙 황무지(세르탕) 지역에서 일어난 일련의 반란과 맞서야 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카누두스 전쟁(War of Canudos)입니다. 그러나 구공화국 시기(1930년까지 지속)에는 테넨티즘(tenentismo, 청년장교 운동)과 같은 여러 도시 운동도 함께 전개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테넨티즘에 더해진 또 하나의 흐름이 바로 이 글의 주제인 무정부주의였습니다.
무정부주의란 어떤 사상인가
무정부주의는 19세기 유럽에서 태어난 정치·철학적 사조로,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제시한 사회주의·공산주의의 여러 분파들과 같은 시기에 등장했습니다. 19세기 무정부주의 사상의 대표적 인물은 러시아 출신의 미하일 바쿠닌(Mikhail Bakunin)이었습니다. '아나르키(anarchy)'라는 단어가 '정부 없음, 지배자의 부재'를 뜻하듯, 무정부주의는 국가, 즉 제도권 조직 전반에 반대하는 사상이었으며, 특히 산업 자본가와 도시 기업가 계층, 이른바 '사장들'에 대한 투쟁을 핵심으로 삼았습니다.
아나르코생디칼리즘의 브라질 상륙
오랜 역사를 지닌 무정부주의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조직화되어 왔습니다. 그중 아나르코생디칼리즘(anarcho-syndicalism)이라 불리는 분파가 구공화국 시기 브라질 도시 노동자 대중에게 깊이 스며든 사상이었습니다. 아나르코생디칼리즘은 주로 이탈리아 이민자들을 통해 브라질에 전래되었는데, 이들은 이미 에리코 말라테스타(Errico Malatesta) 같은 지도자가 이끌던 유럽 무정부주의 노동조합의 조직 방식을 접하고 있었습니다.
핵심 무기, 총파업
아나르코생디칼리즘이 브라질에 들어온 시기는 우연히도 상파울루 같은 도시 중심지가 형성되고 수많은 공장이 세워지며 상당수 노동자가 모여들던 때와 겹쳤습니다. 19세기부터 브라질에 노동자 정당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기업가 계층에 대한 본격적인 압박은 무정부주의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정부주의자들의 최대 무기는 바로 총파업(general strike)이었습니다. 이 수단을 통해 그들은 국가 권력 구조의 소멸을 지향하는 사회의 급진적 변혁을 추구했습니다. 브라질의 저명한 역사가 보리스 파우스토(Boris Fausto)는 저서 『브라질사(História do Brasil)』에서 이를 다음과 같이 요약합니다.
"아나르코생디칼리스트들은 부르주아지를 권력에서 축출하면 그 목표가 달성될 것이라 믿었으며, 그 이후의 긴 과도기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이것은 하나의 거대한 행위, 즉 혁명적 총파업을 통해 실현될 것이었다. 조합원들의 의사를 대변해야 할 위원회들이 이끄는 무정부주의 조합은, 그들이 건설하고자 했던 사회—국가 없이, 불평등 없이, 노동자들의 자유 연방으로 조직된 사회—의 한 초상이었다."
[1]
1917년 총파업: 무정부주의의 정점
브라질에서 아나르코생디칼리즘이 이룩한 가장 큰 성과는 단연 1917년 총파업입니다. 이 파업의 핵심 조직자는 활판 인쇄공이자 언론인이었던 에드가르 프레데리코 레우엔로트(Edgard Frederico Leuenroth, 1881~1968)였습니다. 총파업은 상파울루 브라스(Brás) 지역의 한 공장에서 일하던 스페인 출신 무정부주의자 조제 마르티네스(José Martinez)의 죽음을 계기로 폭발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마르티네스는 동료들과 함께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다 경찰의 폭압에 직면했고, 그 과정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무정부주의의 쇠퇴
1917년부터 1920년대 초까지 무정부주의는 브라질 노동자 조직들 사이에서 매우 강력한 영향력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무정부주의 조직의 거점들은 공산주의 조직의 거점과 마찬가지로, 1930년 제투글리우 바르가스(Getúlio Vargas)의 집권과 함께 탄압받으며 소멸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참고 문헌:
[1] FAUSTO, Boris. História do Brasil. 상파울루: EDUSP, 2013, p. 255.
* 이미지 출처: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