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파키스탄 콜리스탄 사막의 붉은 거성 '데라와르 요새' — 40개 탑과 1,500m 성벽이 담긴 역사

파키스탄 동부, 바하왈푸르에서 약 30km 떨어진 곳에는 인도 국경까지 이어지는 광활한 콜리스탄 사막(Cholistan Desert)이 펼쳐져 있습니다. 약 16,000㎢에 달하는 이 건조하고 황량한 땅은 오늘날 생명이 없어 보이지만, 수천 년 전의 풍경은 전혀 달랐습니다.

고대에는 하크라 강(Hakra River)이 이 지역을 관통하며 흘렀고, 덕분에 농작물과 목초지가 풍부한 비옥한 땅이었습니다. 그러나 기원전 600년경 강이 말라붙으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대부분의 지류가 갠지스 강과 인더스 강으로 흘러 물을 빼앗기면서, 광대한 영토는 점차 사막으로 변해갔습니다.

파키스탄 콜리스탄 사막의 붉은 거성  데라와르 요새  — 40개 탑과 1,500m 성벽이 담긴 역사

그럼에도 이 사막은 거대한 고고학 유적지로 가득합니다. 기원전 3300년부터 1300년 사이에 번성한 인더스 계곡 문명에 속하는 유적만 최대 300곳이 발견되어 조사되었으며, 사막 전역에는 후대에 세워진 요새 11개가 흩어져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존재가 바로 데라와르 요새(Fort Derawar)입니다. 이곳에는 장마철에 작은 호수를 이루는 우물이 있는데, 콜리스탄 사막 전체에서 유일하게 일 년 내내 마르지 않는 다년생 우물입니다.

파키스탄 콜리스탄 사막의 붉은 거성  데라와르 요새  — 40개 탑과 1,500m 성벽이 담긴 역사

둘레 약 1,500m에 달하는 외곽 성벽은 보존 상태가 양호해 벽체가 온전히 남아 있으며, 오늘날에도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습니다. 반면 내부는 거의 완전히 파괴된 상태입니다.

요새 안에는 바하왈푸르 에미르의 무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정교한 유리 타일로 장식된 무덤은 황토색 사막 풍경에 화사한 색감을 더합니다. 또한 높이 30m에 달하는 40개의 붉은 벽돌 탑은 수 킬로미터 밖에서도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웅장합니다.

데라와르 요새는 9세기 라이 자자 부타(Rai Jajja Bhutta)에 의해 처음 세워졌습니다. 이후 1733년 바하왈푸르의 무슬림 나와브(Nawabs)가 점령할 때까지 인도 자이살메르(Jaisalmer) 왕가의 마하라자들이 소유했습니다.

파키스탄 콜리스탄 사막의 붉은 거성  데라와르 요새  — 40개 탑과 1,500m 성벽이 담긴 역사

특히 흥미로운 사실은 건축 자재의 운송 방식입니다. 벽돌은 60km가 넘는 거리를 운반해야 했는데, 이를 위해 우치 샤리프(Uch Sharif)에서 데라와르까지 이어지는 '인간 사슬'이 조직되었고, 벽돌은 손에서 손으로 전달되어 최종 목적지에 도달했습니다.

접근이 어렵고 19세기 이후 소유주인 아바시(Abbasi) 왕족이 발급한 특별 허가가 필요해 방문이 까다롭지만, 그만한 가치가 충분한 곳입니다. 파키스탄을 대표하는 중세 군사 건축물 중 하나인 데라와르 요새는 사막 한복판에서 압도적인 스케일로 천 년의 역사를 증언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