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큰 양각 지도는 어디에 있을까?
세계에서 가장 큰 양각 지도(입체 지형 모형)로 꼽히는 곳은 바로 '위대한 폴란드 지도(The Great Polish Map of Scotland)'입니다. 길이 50미터, 폭 40미터에 달하는 이 거대한 지형 모형은 스코틀랜드 중부 필스(Peebles) 근처 에들레스턴(Eddleston) 교외에 위치한 배러니 성(Barony Castle) 부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초대형 지도인 만큼 실내 보관이 불가능하여, 성 옆 야외에 그대로 노출된 채 서 있어 더욱 인상적인 풍경을 연출합니다.
왜 하필 '폴란드'라는 이름일까?
지도 이름에서 눈길을 끄는 또 다른 특징은 바로 '폴란드(Polish)'라는 단어입니다. 그 비밀은 194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이 건물은 독일의 침공으로 조국을 잃고 영국으로 피신했던 폴란드군 장교들의 훈련 센터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과 함께 싸우고자 하는 열망으로 제1폴란드군단에 합류했으며, 적에게 점령당한 노르웨이에서의 침공에 대비해 스코틀랜드 동해안 방어라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폴란드 병사들은 1944년까지 해변에 대전차 장애물을 설치하고 장갑열차로 해안을 순찰했습니다. 이후 스타니스와프 마체크(Stanisław Maczek) 장군의 지휘 아래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참여하는 부대에 합류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폴란드가 소련 진영에 남게 되자 많은 군인들이 영국으로 돌아가기를 선택했고, 그 대부분은 이미 정이 든 스코틀랜드에 정착했습니다.

지도를 구상한 사람, 얀 토마식
이 지도를 처음 구상한 인물은 크라쿠프 출신의 상사 얀 토마식(Jan Tomasik)입니다. 전쟁 중 그는 성에서 몇 마일 떨어진 갤라실즈(Galashiels)에 주둔했으며, 부상 치료를 위해 입원했던 현지 병원의 간호사와 결혼했습니다. 토마식은 호텔 사업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1968년에는 아예 배러니 성을 매입해 직접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어떤 계기로 지도 제작을 구상하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1940년 군사적 목적으로 라나크셔(Lanarkshire) 캠프에서 동료들과 함께 더 작은 지형 모형을 만든 경험이 있었고, 1958년 브뤼셀 국제 박람회에서 벨기에의 거대한 디오라마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사실은 전해집니다.
아마도 그는 이 지도가 성의 새로운 명소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피를 흘려 지킨 제2의 조국에 대한 헌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이를 자신의 말로 '스코틀랜드 국민에게 바치는 선물'이라고 불렀으며, 실제로 개장식에 영국 여왕을 초청할 계획까지 세웠다고 합니다.
토마식은 여러 전우들에게 연락했고, 프로젝트 실현을 위해 폴란드 전문가들을 고용했습니다. 냉전 시기였음에도 스코틀랜드와 폴란드 간의 협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심지어 교환 학생들까지 참여하기 위해 폴란드에서 건너왔습니다. 지도 설계는 저명한 지리학자 미에치스와프 클리마셰프스키(Mieczysław Klimaszewski)의 추천을 받아 지도 제작사 카지미에시 트라파스(Kazimierz Trafas)가 담당했습니다.
여섯 개의 여름에 걸친 대작업
공사는 1974년부터 1979년까지 연속된 여섯 개의 여름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대부분의 작업은 1976년에 집중되었습니다. 트라파스는 축척 1:10,000, 둘레 142미터의 타원형 윤곽선을 표시했으며, 전체 면적은 무려 1,590제곱미터에 달합니다.
본섬과 주변 도서 지역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수직 거푸집 공법이 활용되었고, 이후 군용 지도를 참고하며 지형의 기복을 손수 조각해 나갔습니다. 그 위에 삼림, 도시 지역, 도로, 호수 등이 페인트로 채색되었습니다. 특히 일부 호수는 실제 물로 채워졌는데, 중력의 원리로 작동하는 파이프 시스템을 통해 인근 강물을 끌어온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지도 위에서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도록 계획됐던 통로는 끝내 설치되지 못했습니다.
버려졌다가 되살아난 걸작
1985년 호텔이 폐업하면서 '위대한 폴란드 지도'는 방치 상태에 빠졌습니다. 혹독한 기후와 관리 부재로 페인트가 벗겨지고 잡초에 덮이며 점점 훼손되어 갔습니다. 토마식은 1991년 세상을 떠났고, 이에 1994년부터 설계자였던 카지미에시 트라파스가 지도를 구하고 복원하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트라파스 역시 2004년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헌신과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 덕분에 이 색다른 지도는 6년 후인 2010년, 옛 영광을 되찾고 다시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