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오랑메단호의 전설: 존재하지 않았던 배에 얽힌 미스터리

바다는 모험과 미스터리가 공존하는 세계입니다. 과거에는 그 광활함을 다 파악할 수 없었기에 상상력이 수많은 공백을 채워 넣었고, 그렇게 탄생한 전설들이 지금도 우리를 매료시킵니다. 깊은 바다 밑에 가려진 역사적 수수께끼 중 하나가 바로 1947년,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절에 일어난 S.S. 오랑메단호(S.S. Ourang Medan)의 난파 사건입니다.

드라큘라와 메리 셀레스트호를 연상시키는 사건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에서 가장 섬뜩한 장면 중 하나는 범선 데미터호(Demeter)가 흑해 항구 바르나에서 출항해 영국 휘비 앞바다에 도착하는 대목입니다. 폭풍우 치는 밤, 좌초된 배에 경찰이 올랐을 때 발견한 것은 조타수에 묶인 채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숨진 선장뿐이었습니다. 나머지 승무원의 흔적은 없었고, 이상하게도 검은 개 한 마리만 육지로 뛰어내려 사라졌습니다.

이 장면은 1872년 대서양 한가운데서 화물은 그대로인 채 아무도 없는 상태로 표류하다 발견된 브리간틴형 범선 메리 셀레스트호(Mary Celeste)의 유명한 사건과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아서 코난 도일 역시 이 사건을 소재로 문학 작품을 썼습니다). 그리고 오랑메단호의 수수께끼는 마치 두 사건이 뒤섞인 듯한 양상을 띱니다. 네덜란드 상선으로 알려진 이 배는 극적인 SOS 전보를 보낸 뒤, 승무원 전원이 공포가 새겨진 표정을 한 채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었다고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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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는다" — 끔찍한 마지막 신호

1947년 6월, 시티 오브 볼티모어호(City of Baltimore)와 실버스타호(Silver Star) 등 미국 증기선들이 말라카 해협을 항해하던 중 오랑메단호라는 이름의 배로부터 조난 신호를 수신했습니다. 모스 부호로 전송된 그 메시지는 어처구니없으면서도 섬뜩했습니다.

"S.O.S. 오랑메단호 * * * 우리는 표류 중. 선장을 포함한 모든 장교가 객실과 함교에서 사망. 아마 승무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 * * *"

이후에도 신호가 이어졌지만 혼란스럽고 의미를 알 수 없었으며, 결국 전송은 끔찍한 단어로 막을 내렸습니다. "나는 죽는다(I die)".

발견, 그리고 침몰

실버스타호는 오랑메단호를 찾아내 구조팀을 태웠고, 배 안은 겉보기에 멀쩡했지만 끔찍한 사실 하나가 있었습니다. 개까지 포함해 승무원 전원이 죽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시신들은 얼굴이 일그러져 있고 비틀린 자세였지만, 어느 시신에서도 외상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실버스타호의 선원들이 예인 준비를 하던 그때, 4번 화물창에서 불이 나며 폭발이 시작되었습니다. 안전을 위해 배에서 철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오랑메단호는 공중으로 폭발하며 침몰했고, 비밀은 함께 바닷속으로 가라앉았습니다.

오랑메단호의 전설: 존재하지 않았던 배에 얽힌 미스터리

존재하지 않았던 배?

문제는 모든 것이 너무나 흐릿하다는 점입니다. 배의 정체뿐 아니라 이야기 자체가 그렇습니다. 물증이 전혀 없는 것입니다. 배도 없고, 1차 자료도 없습니다. 출항지로 추정되는 네덜란드에는 해당 이름으로 등록된 선박 기록이 없으며, 다른 국가에도 마찬가지입니다. 18세기에 설립된(사실상 최초의) 선급 협회 로이드 선박 등록부(Lloyd's Register of Shipping)에도 이 사건은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확인된 것이라고는 당시 산타 후아나(Santa Juana)라 불리던 실버스타호가 존재했다는 사실뿐인데, 이 배가 사건의 그 배가 맞는지조차 확실치 않습니다. 해당 배의 항해일지에는 이 사건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기록: 1948년 인도네시아 잡지

오랑메단호에 관한 최초의 알려진 기록은 1948년 2월~3월경 인도네시아의 무역 잡지 『데 로코모티프(De Locomotief: Samarangsch handels- en advertentie-blad)』에 실렸습니다. 사건 당시 이 배가 그 해역을 항해하고 있었다는 설정이었습니다. 네덜란드어로 쓰인 연작 기사 3편(당시 네덜란드령 동인도는 탈식민 과정에 있었고, 1949년 인도네시아 공화국으로 독립을 선포합니다)은 사건이 마셜 제도 남동쪽 약 400해리(약 740km) 해상에서 일어났다고 전합니다.

기사는 유일한 생존자로 추정되는 인물의 경험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는 토앙기 환초(복아크 환초라고도 함)에서 이탈리아 선교사에게 구조된 독일 선원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지만 죽기 전에 배에 실렸던 것은 황산이었고, 용기가 파손되면서 새어 나온 가스 때문에 모두가 죽었다고 설명할 시간은 있었다고 합니다. 기사의 필자는 이 배가 중국 항구에서 몰래 출항해 해사 당국과의 접촉을 피하면서 코스타리카로 향하고 있었다고 전하며, 선교사 실비오 셰를리(Silvio Scherli)가 이후 관련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덧붙입니다.

오랑메단호의 전설: 존재하지 않았던 배에 얽힌 미스터리

입에서 입으로 변형된 이야기

이 게재 이후 같은 해 여러 언론이 이 이야기를 인용했습니다. AP 통신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데일리 미러(The Daily Mirror)』와 『요크셔 이브닝 포스트(The Yorkshire Evening Post)』, 미국의 『올버니 타임스(Albany Times)』가 관련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참고로 미국 신문은 네덜란드 주간지 『엘스비에르스 위크블라트(Elsevier's Weekblad)』를 출처로 인용했습니다.

구체적 근거 없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에서 흔히 그렇듯, 세부 사항은 점차 달라졌습니다. 사건 발생 지점은 마셜 제도에서 솔로몬 제도로 옮겨갔고, SOS 문구도 변형되었습니다.

1952년에는 미국 해안경비대가 발행한 상선 해사 위원회 회의록(Merchant Marine Council Minutes)에도 이 사건이 언급되며, 오랑메단호의 이야기—진실이든 허구든 왜곡된 것이든—는 자리 잡고 퍼져나갔습니다. 특히 미스터리와 신비주의를 다루는 매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는데, 화물선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물증은 계속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많은 출판물이 그럴듯한 것부터 황당한 것까지 다양한 이론을 내놓으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측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랑메단호의 전설: 존재하지 않았던 배에 얽힌 미스터리

초자연적 설명 vs 합리적 추측

물론 초자연적인 주장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UFO 현상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던 시기였기에, 이 사건을 저세상의 힘 탓으로 돌리는 소설 같은 이야기들이 나돌았습니다. 당시 막 창간된 잡지 『페이트(Fate)』는 이 사건에 주목한 덕분에 성장하기도 했습니다(창간자 레이먼드 A. 팔머는 『어메이징 스토리즈(Amazing Stories)』라는 유명 펄프 잡지를 만든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오랑메단호의 전설: 존재하지 않았던 배에 얽힌 미스터리

하지만 오랑메단호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합리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수상한 행동을 근거로, 이 배는 어떤 이유로든 독성 가스를 발생시켜 승무원들을 중독시킨 위험한 밀수품을 싣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앞서 황산을 언급한 생존자의 이야기를 떠올려볼 수 있고, 어떤 이들은 보일러의 석탄이 발화했거나 보일러 고장으로 일산화탄소가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더 흥미로운 가설은, 어떤 이유로든 화물창에 과도한 물이 유입되어 화물과 반응하며 치명적인 유독가스를 방출했다는 것입니다. 시안화칼륨과 니트로글리세린이 거론되는데, 후자는 배의 최후의 폭발을 설명해줄 수 있습니다.

731부대와 화학무기 운반설

여기서 또 하나 더 매력적인 이론이 파생됩니다. 오랑메단호가 싣고 있던 것이 신경가스 혹은 일종의 화학무기였다는 것입니다. 중국에 저장된 이 물질은 제2차 중일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세균전 실험을 수행하던 일본군 부대, 악명 높은 731부대의 것이라고 합니다. 1945년 연합군이 이 물질을 확보했으나 파기하는 대신 활용하기로 결정했고, 공식적인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등록하지 않은 배를 전세 내 그 물질을 자국 영토—미국일 수도, 태평양의 어느 섬일 수도—로 운반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증거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제기된 추측에 불과합니다. 그렇기에 오늘날 S.S. 오랑메단호의 이야기는, 구체적인 무언가가 나오지 않는 한 해상 전설로 분류됩니다. 또 하나의 전설로 말입니다.


출처

『여행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필독 이야기(Essential stories for travel lovers)』(알베르토 그라나도스) / 『모든 것이 기이하다(Stranger of all)』(프랭크 에드워즈) / 『데 로코모티프: 사마랑 무역·광고 신문(De Locomotief: Samarangsch Handels- en Advertentie-Blad)』(델페르) / 『신비한 사건들(Mysterious events)』 / 위키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