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라파누이 신들과 모아이 - 이스터섬 신화와 거석 조각상의 역사

후투 마투아 왕의 이주와 모아이의 수수께끼

후투 마투아(Hotu Matua, '마투아'는 아버지를 뜻함) 왕이 히바(Hiva) 섬을 떠나 라파누이로 향했고, 그 후 마오리족이 이 섬에 도착했다는 일련의 전승을 아무리 샅샅이 살펴보아도, 거대한 모아이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늘날 라파누이 주민들에게 모아이는 신성한 우상으로도, 존경받는 역사적 혹은 전설적 인물의 초상으로도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합니다.

다만 알려져 있는 것은 몇 가지 단편적인 이야기뿐입니다. 마오리족이 도착하기 전에는 길고 넓은 귀를 가진 사람들이 섬에 살았다는 사실, 그리고 짧은 귀를 가진 아라키 투코이호(Tuu-ko-Iho, 아바 레이 푸아(Ava Rei Pua)의 남편)가 모아이의 기원을 설명하지 못하다가 목숨을 잃었다는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의인형 거석 조각가들이 사라졌다는 그럴듯한 추정도 존재하지만, 정작 라파누이인들은 산등성이에 방치된 반쯤 조각된 모아이들이 언제, 어떻게, 왜 조각 작업이 중단되었는지, 세워지려던 계획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왜 섬의 비탈에 놓여 있게 되었는지에 대해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못합니다.

이스터섬 신화: 새의 신과 보이지 않는 영혼들

이스터섬 신화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존재는 새의 신 마쿠마쿠(Makumaku, 흔히 마케마케로 불림)입니다. 섬의 화산 암벽에는 모아이 건설자들과 같은 시기로 추정되는 수많은 고대 각화가 새겨져 있어 당시 신앙의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또한 마오리계 주민들의 영혼을 인도한다고 믿어진 보이지 않는 영혼, 즉 '아쿠아쿠(Aku-aku)'의 존재에 관한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그 밖에 하바(Hava), 히로(Hiro), 라라이아 호아(Raraia Hoa), 티베(Tive)와 같은 2차적인 신들도 거론되지만, 이 신들과 영혼들을 하나의 체계로 묶어주는 확고한 교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조각상들과 현재의 주민들을 연결하는 고리 역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기독교화 이후에도 남아 있는 신화 속 이름들은 결국, 자연이 발휘하는 가장 두려운 힘들의 눈에 보이는 현상에 의미를 부여하던 잔존적인 애니미즘적 의인화에 지나지 않습니다.

라파누이 문명

이처럼 라파누이 문명은 웅장한 모아이와 풍부한 암각 예술을 남겼음에도, 그 기원과 제작 과정, 그리고 신앙 체계의 실체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구전 전승과 고고학적 단서들이 조금씩 맞춰질 때마다, 이스터섬의 신비는 오히려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