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플라미니우스 집정관, 전투 신호를 내리다

플라미니우스 집정관, 전투 신호를 내리다

한니발은 수많은 병사와 노새가 끔찍하게 목숨을 잃는 광경을 지켜본 끝에 마침내 늪지대를 빠져나왔고, 처음으로 마주한 마른 땅에 진영을 쳤습니다. 그리고 앞서 파견한 정찰병들을 통해 로마군이 아레티움 성벽 아래에 주둔하고 있다는 확실한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그러자 그는 집정관의 계획과 심리 상태, 지형과 도로의 특성, 식량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는 자원 등 유용한 모든 정보를 면밀히 조사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습니다. 이곳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비옥한 땅 중 하나로, 파이술라이에서 아레티움까지 펼쳐진 에트루리아 평원으로 곡물과 가축, 각종 생산물이 풍부했습니다.

집정관 플라미니우스는 첫 번째 집정관 임기에 대한 자부심에 차 있었고, 법의 위엄도 원로원의 권위도, 심지어 신들의 위엄조차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타고난 경박함에 국내 정치와 전쟁에서 거둔 행운의 성공이 더해지면서 그의 오만함은 더욱 부풀어 올랐습니다. 따라서 그가 신도 사람도 참작하지 않은 채 언제나 오만하고 성급하게 행동하리라는 것은 명백했습니다.

한니발의 도발

한니발은 이러한 결점을 더욱 부추기기 위해 적을 자극하고 괴롭힐 준비를 합니다. 적을 왼편에 둔 채 파이술라이에서 출발해 에트루리아 영토의 중심부로 향해 약탈을 감행한 것입니다. 살육과 방화로 가능한 모든 파괴를 자행하며, 그 모습을 멀리서도 집정관이 볼 수 있게끔 한 것입니다.

플라미니우스는 원래부터 움직이지 않는 적 앞에서조차 가만히 있기를 달가워하지 않던 인물이었습니다. 하물며 눈앞에서 동맹국의 재산이 약탈당하는 것을 보자, 카르타고인이 이제 이탈리아 한복판을 아무런 저항 없이 행진하며 로마 성벽까지 공격해 온다는 사실을 개인적인 굴욕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의 참모회의 일원들은 모두 "동료 집정관이 도착해 두 군대가 하나된 마음과 계획으로 함께 작전을 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그동안에는 기병과 경장 보조병으로 적의 무분별한 약탈만 막으면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는 화려하기보다 현명한 충고였지만, 플라미니우스는 분노하여 회의장을 뛰쳐나갔고, 진군과 전투의 신호를 동시에 내리며 외쳤습니다.

"차라리 아레티움 성벽 아래에서 조용히 있으랴! 여기가 분명 우리 조국이다. 한니발이 우리 손아귀를 빠져나가 이탈리아 전역을 유린하고, 모든 것을 불태우며 로마 성벽 앞에 당도하게 두란 말인가. 우리는 여기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겠다. 원로원 의원들이 예전에 베이에서 카밀루스를 소환했듯이, 아레티움의 가이우스 플라미니우스를 소환할 때까지 말이다!"

이중의 흉조

이렇게 으르렁대며 그는 군기를 빨리 올리라고 명령했고, 자신도 말에 올라탔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말이 갑자기 넘어져 그는 고개 너머로 미끄러져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집정관 주변의 모든 사람은 이를 행동 개시 전에 나타난 흉조처럼 여겨 두려워했습니다. 게다가 군기수가 아무리 힘을 다해도 군기를 땅에서 뽑아낼 수 없다는 보고마저 이어졌습니다.

그러자 집정관은 전령에게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너도 나더러 행동하지 못하게 하려고 원로원의 서신을 가져왔단 말인가? 가서 이리 전해라. 군기를 뽑는 데 겁에 질려 손이 떨린다면 곡괭이라도 가져오라고!"

마침내 군대는 출발했습니다. 장교들은 이 계획에 반대했을 뿐 아니라 이중의 흉조에 겁먹었지만, 병사들 대부분은 지휘관의 대담함을 좋아하며, 그 희망을 뒷받침할 근거보다는 희망 자체에 기대어 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