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누아다(Nuada): 은팔의 왕, 투아하 데 다난 신화의 중심 인물

켈트 신화에서 가장 잘 알려진 신들 중에는 누아다(Nuada)와 루그(Lug)가 있습니다. 두 신은 모두 투아하 데 다난(Túatha Dé Dánann)이라 불리는 신족의 핵심 인물로, 아일랜드 신화의 서사를 관통하는 중요한 존재입니다.

왕위를 내려놓아야 했던 왕, 누아다

누아다는 투아하 데의 왕이었지만, 전투 중 팔을 잃으면서 왕위를 반납해야만 했습니다. 당시 아일랜드에서는 통치자가 육체적 결함을 지니면 안 된다는 규범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누아다는 일시적으로 지휘권을 박탈당했고, 공석이 된 왕위를 대신할 후계자가 선출되었습니다.

의문스러운 선택, 브레스의 통치

후계자로 낙점된 이는 브레스(Bres), 즉 '미남'이라 불리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선택은 적어도 의아한 결정이었습니다. 브레스가 적대 세력인 포모르(Fomoiré)족의 혼혈이었기 때문입니다. 예상대로 그의 통치는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그의 방탕하고 무절제한 행실로 인해 그때까지 번영을 누리던 아일랜드는 점차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전사와 기술자였지만, 농사는 몰랐던 투아하 데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드러납니다. 투아하 데 다난은 뛰어난 전사이자 숙련된 기술자들이었지만, 정작 농업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는 점입니다. 이 분야에서 그들은 토착 세력인 포모르족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포모르족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뒤, 브레스는 투아하 데 다난에게 농사짓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약속하는 조건으로 목숨을 구했습니다.

은팔을 얻고 돌아온 왕

한편 신족의 의술신 디안케히트(Diancecht)가 누아다에게 새로운 팔을 만들어 주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완전한 육체를 되찾은 누아다는 다시 왕위에 올랐고, 이후 '누아다 아이겔람(Nuada Aigerlàm)', 즉 '은팔의 누아다'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루그에게 왕위를 넘기다

그러나 복위한 누아다도 오랜 숙원이었던 포모르족과의 갈등을 끝내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는 낙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그는 지휘권을 젊은 루그에게 넘겼고, 루그는 이후 투아하 데를 이끌며 신화 속 영웅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누아다의 정체, 치유의 신 노덴스?

학자들은 누아다를 잉글랜드 글로스터셔주 리드니(Lydney) 유적에서 발견된 치유의 신 노덴스(Nodens)와 동일시합니다. 두 신의 이름은 '구름을 만드는 자(Cloud Maker)'라는 의미를 지닌 것으로 추정되며, 이로 미루어 볼 때 누아다와 노덴스는 하늘과 대기를 관장하는 신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