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바다의 거인이 무너지다… 영국 전함 HMS '바럼(Barham)'의 마지막 순간

바다의 거인이 무너지다… 영국 전함 HMS  바럼(Barham) 의 마지막 순간

영국 해군의 드레드노트급 전함 HMS '바럼(Barham)'은 퀸 엘리자베스급 전함 5척 중 하나였습니다. 1915년 취역한 이 배는 제1차 세계대전의 해상 판도를 결정짓던 1916년 유틀란트 해전에 참전했으며, 건조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함선으로 꼽혔습니다.

당대 최강의 화력과 방어력

바럼은 주포로 381mm(15인치) 함포 8문을, 부포로 152mm 함포 14문을 탑재하고 있었습니다. 전간기에 걸친 개장 공사를 마친 뒤에는 최고 속력 24노트를 낼 수 있었고, 함체 측면 장갑대와 장갑 함교, 주포탑에는 최대 두께 331mm(13인치)의 장갑을 갖춰 당대 기준으로도 견고한 방어력을 자랑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그리고 첫 위기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바럼은 지중해 함대에 배속되어 활동했습니다. 1939년 12월 28일에는 독일 잠수함 U-30의 어뢰 공격을 받아 크게 손상되었고, 승무원 4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수리 작업은 1940년 4월까지 계속되었습니다.

다카르 작전과 프랑스 함대와의 교전

이후 바럼은 샤를 드골 장군이 이끄는 자유 프랑스군의 다카르 상륙 작전을 지원하며 비시 프랑스군과 교전했습니다. 교전 과정에서 수면 위로 부상한 비시 측 잠수함 한 척을 포격으로 격침시켰으며, 프랑스 전함 리슐리외(Richelieu)의 포격에 두 차례 피탄되는 피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다만 해안 포대의 포격을 추가로 맞았음에도 심각한 손상은 입지 않았고, 오히려 바럼의 대구경 함포는 프랑스 함선에 강타를 안겼습니다.

마타판 곶 해전과 크레타 철수 작전

다시 지중해 함대에 합류한 바럼은 몰타 섬을 지원하기 위한 여러 작전에 참여했습니다. 특히 유명한 마타판 곶 해전에서는 단독으로 이탈리아 구축함 한 척을 격침시켰고, 자매함인 워스파이트(Warspite)와 밸리언트(Valiant)와 함께 이탈리아 중순양함 '자라(Zara)'를 침몰시키는 전과를 올렸습니다. 그러나 크레타 섬 철수 작전 중에는 독일 항공기의 공습으로 상당히 큰 피해를 입었고, 수리 후 다시 지중해로 복귀했습니다.

U-331의 어뢰, 그리고 처참한 최후

1941년 11월 25일 오후, 바럼의 운명은 끝났습니다. 독일 잠수함 U-331이 불과 375미터라는 근접 거리에서 어뢰 4발을 일제 발사한 것입니다.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바럼은 옆으로 기울며 가라앉기 시작했고, 그 순간 탄약고가 폭발하면서 배 전체가 들썩이는 굉음과 함께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한때 바다를 지배하던 자랑스러운 거인은 승무원 862명과 함께 물무덤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 비극의 순간은 인근에 있던 자매함 밸리언트에 탑승해 있던 파테 뉴스(Pathé News) 카메라에 생생하게 담겼고, 그 영상은 오늘날까지 전함 침몰의 참상을 보여주는 가장 유명한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