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칸디나비아 신화에서 아시르(Aesir)는 고대 아이슬란드어로 'Æsir', 'ásafólk', 'ása ættir'라고 불리며, 오딘(Odin)과 깊이 연관된 주요 신들의 집단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성채 도시 아스가르드(Ásgard)에 거주했으며, 흔히 '신들'이라는 뜻의 총칭인 '구딘(guðin)'으로 지칭되기도 합니다. 여성 신들을 가리키는 명칭은 '아쉬네스(Asynes)'입니다.
반 신족과의 만남, 융합된 판테온
아시르는 인도유럽계 민족의 대규모 이동 이후 스칸디나비아 종교에 등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기존의 신앙 체계를 완전히 대체하지 않고, 선대 신격인 바니르(Vanir) 신족과 융합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노르드 신화의 핵심 문헌 중 하나인 『볼루스파(Völuspá)』에는 아시르가 바니르 신족과 이해관계로 전쟁을 벌였다는 내용이 등장하는데, 이는 두 신족의 통합 과정이 신화 속에 고스란히 남겨진 흔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딘의 통솔과 아시르의 세계
아시르의 수장은 오딘으로, 그는 자신의 형제들과 함께 세계를 창조한 존재입니다. 아시르의 숙적인 거인족과는 끝없는 전쟁 상태에 놓여 있었으며, 한때 바니르 신족과도 격돌했지만 결국 평화 조약을 맺고 인질을 상호 교환했습니다.
우주를 관통하는 세계수 위그드라실(Yggdrasil)의 세 개 뿌리 중 하나는 아시르의 영지에 뻗어 있습니다. 또한 아시르들은 매일 무지개 다리 비프로스트(Bifröst)를 건너 운명의 샘 우르드(Urðr) 곁에 모여 자리합니다. 그리고 세상의 종말 라그나로크(Ragnarök)가 도래하면 극소수의 아시르만이 생존하여 새로운 세계를 다시 일으키게 됩니다.
'트로이 출신 인간'이라는 이름의 기원
『산문 에다(Prose Edda)』의 서문에서는 아시르라는 명칭의 기원에 대해 독특한 해석을 제시합니다. 즉, 이들이 아시아(보다 정확히는 트로이) 출신의 인물들이었고, 북유럽의 사람들이 이들을 신으로 여겼다는 것입니다. 이는 초기 중세 기독교 학자들이 이교 신화를 역사적으로 해석하려던 시도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 예입니다.
카드 게임의 '에이스'와의 연관성?
한편, '아시르'라는 이름이 오늘날 카드 게임에 남아 각 문양에서 가장 강한 카드를 지칭하는 '에이스(Ace)', 즉 네 장의 에이스 카드와 연결된다는 설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의 권위 있는 어원 사전인 『로베르 프랑스어 역사 사전(Dictionnaire Historique de la Langue Française)』은 더욱 신빙성 있는 설명을 제시합니다. 카드의 에이스는 로마 화폐 단위 '아스(as)'에서 유래했으며, 그렇기 때문에 에이스는 오랫동안 오히려 가장 낮은 값의 카드로 취급되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