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리르(Fenrir): 혼돈을 잠근 신화의 늑대
펜리르는 '펜리르의 늑대'라 불리며, 고대 노르드어로는 펜리스울프르(Fenrisúlfr)라고도 한다. 이름의 어원은 확실하지 않지만, '늪(fen)'이라는 단어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유럽, 즉 스칸디나비아 신화에는 다양한 늑대 형상들이 등장하며, 이들은 모두 '펜리르'라는 원형(archetype)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늑대를 뜻하는 단어인 바르그르(vargr)나 울프르(ulfr)는 인간 사회에 용납될 수 없는 '악', 즉 경계 밖의 존재라는 개념을 상징한다.
펜리르는 로키(Loki)와 거인 여성 앙르보다(Angrboða)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미드가르드의 대뱀 요르문간드(Miðgarðsormr)와 여신 헬(Hel)의 형제다. 이 셋은 북유럽 신화의 우주관에서 거의 유일하게 알려진 괴물적 존재들이다. 전설에 따르면 종말의 전쟁 라그나로크(Ragnarök) 때 펜리르가 주신 오딘(Odin)을 삼키게 되는데, 이 때문에 그는 『시적 에다(Poetic Edda)』의 「볼루스파(Völuspá)」에 등장하는 개 가름(Garmr)과 동일시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묘사들은 상당히 후대에 걸쳐 정교해진 것이며, 스노리 스투를루손(Snorri Sturluson)이 서로 다른 전통들을 하나의 일관된 체계로 엮으려 노력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펜리르라는 존재 자체는 분명 북유럽 신화의 근본적인 축이다.
글레이프니르: 마법으로 짠 속박
펜리르가 핵심 역할을 하는 위대한 신화는, 신 튀르(Tyr, 그의 이름 자체가 '신'을 뜻한다)가 어떻게 세계의 질서와 생존을 확보했는지를 보여준다. 혼돈의 힘을 상징하는 펜리르를 길들이기 위해 아세르(Aesir, 아스 신족)는 두 개의 쇠사슬을 만들었지만, 하나씩 더 놀라운 쇠사슬조차 모두 끊어졌다. 결국 신들은 마법에 의존하여 '글레이프니르(Gleipnir)'라는 속박을 벼렸다.
『길파기닝(Gylfaginning)』 34장에 따르면, 글레이프니르는 여섯 가지 요소로 만들어졌다. "고양이의 발소리, 여자의 수염, 산의 뿌리, 곰의 힘줄, 물고기의 숨결, 새의 침" — 즉 세상에 실재하지 않는 것들이다. 그 결과물은 겉보기에 비단 리본처럼 부드러워 보였다.
신들은 펜리르에게 도전을 던졌다. 좋은 스칸디나비아인답게 명예를 소중히 여길 그에게, 이 가벼운 '끈'에 묶여 보이지 않겠느냐고 부추긴 것이다. 펜리르는 응하지만 조건을 내걸었다. 속임수가 아니라는 보증으로, 아세르 중 한 명이 자신의 입 안에 손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튀르가 나섰고, 펜리르는 결박을 받아들였다. 스노리는 이렇게 기록한다. "아세르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튀르만 빼고 — 그는 방금 자신의 손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대가로 세계의 미래는 확보되었다.
튀르의 희생과 그 의미
튀르의 손 절단은 그를 '영웅 중의 영웅'으로 만든다. 기만까지 포함해서, 그는 우리의 통상적인 도덕적 범주를 초월하는 권리 혹은 법(Right or Law)을 구현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동일시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도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스칼드(skald) 시인 에이빈드르(Eyvindr)의 「하코나르말(Hákonarmál)」 20연에 따르면, 신들은 펜리르의 입에 검을 물려두었다. 스노리의 말에 의하면, 펜리르는 입에서 흘러내리는 침의 폭포를 뿜어냈고, 이것이 강 반(Ván)이 되었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