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타이 민족의 기원과 스텝 세계
스키타이 계통 민족들의 조상은 청동기 시대에 '틀무덤(frame tombs)' 문화(다뉴브강과 볼가강 사이)와 안드로노보 문화(볼가강과 아무다리야강 사이)로 대표됩니다. 이들은 신석기·순동기(칼콜리틱) 복합문화와 계통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다수의 고고학자들이 인도유럽 공동체와 동일시하는 '쿠르간(kurgan)'과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의 민족 형성 과정은 고대 전반을 통해 사실상 이들만의 영역이었던 스텝과 불가분의 관계였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강조할 점이 있습니다. '이란인' 또는 '이란어 사용자'라는 용어는 혼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란 어족은 오늘날 이란의 국경을 훨씬 넘어 확장되어 있으며, 그 기원 또한 현대 이란 지역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스텝에서 알려진 최초의 민족명, 킴메르인
스텝 지역에서 확인된 최초의 민족명(ethnonym)은 바로 킴메르인(Cimmerians)입니다. 이 명칭은 남부 우크라이나와 크림 반도에 거주하던 유목 전사 집단을 가리키며, 아마도 '틀무덤' 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헤로도토스에 따르면 킴메르인은 스키타이인에게 축출되어 아시아까지 쫓겨났다고 합니다. 실제로 아시리아 문헌에는 기원전 7세기 초부터 이들이 등장합니다.
과거에는 트라키아 기원설도 제기되었지만, 최근의 학계 경향은 킴메르인을 이란계로 보거나 적어도 이란층이 지배하는 집단으로 간주하는 것입니다. 킴메르인과 스키타이인이 같은 '틀무덤' 문화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점, 그리고 V. 아바예프(V. Abaev)가 제시한 킴메르 왕 이름들의 이란어 어원이 이러한 견해를 뒷받침합니다.
그러나 일부 러시아 고고학자들은 킴메르인이 특정 민족의 실체가 아니라, 동일한 생활 방식을 공유하던 여러 유목 집단에 붙여진 포괄적 명칭이라고 주장합니다. 두 견해는 사실 완전히 양립할 수 없는 것이 아닙니다. 이후 시대를 살펴보면, 처음에는 이란어 사용 민족 집단만을 지칭하던 '스키타이'와 '알란'이라는 이름이 정복된 여러 집단에게까지 확대 적용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헤로도토스는 스키타이에 대해, 암미아누스 마르켈리누스는 알란에 대해 각각 이를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코반 문화와 킴메르인의 연결고리
우크라이나에서 킴메르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들과 캅카스의 코반(Koban) 문화(기원전 11~4세기, '고전기'는 11~7세기) 사이에는 긴밀한 연관이 있습니다. 무기를 예로 들면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특징이 많습니다. 다만 '코반인'이 곧 킴메르인이었을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이들은 오히려 원시캅카스어를 사용하던 토착 민족 집단으로 여겨집니다. 그럼에도 이곳에는 폰토스 스텝과 캅카스 사이의 문화적 접촉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남아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한편으로 킴메르인의 기억이 캅카스에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조지아어의 '그미리(gmiri, 영웅)', 오세트어의 '그위미리·구메리(gwymiry, gumeri, 전설 속 거인)'가 그 예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코반인'이 알란을 포함한 후속 이란어 사용 집단 내에서 민족적 기층(substrate) 역할을 했다는 점입니다.
코반 문화의 실체와 예술
이 문명은 오세티야의 한 마을 이름에서 명칭을 따왔지만, 실제 분포 범위는 쿠반강과 테레크강 유역 사이, 훗날 알라니아가 될 광대한 지역과 남오세티야(틀리 유적)까지 미칩니다. 이 전역에서 질이 뛰어난 청동기, 이후에는 철기 유물들이 발굴되었습니다. 가장 특징적인 유물은 무기류(단검, 그리고 상징적 또는 의장용으로 추정되는 도끼), 장신구, 판형 장식, 허리띠 버클 등입니다. 그중 다수는 기하학적 문양, 특히 동물 모티프를 바탕으로 한 장식이 새겨져 있는데, 그 양식은 스텝의 동물 문양 미술과는 확연히 구별됩니다.
또한 틀리 유적에서는 우라르투(아르메니아) 지방에서 기원한 금속 허리띠가 발견되었습니다. 이것이 트랜스캅카스(남캅카스) 원정에서 노획한 전리품인지, 아니면 교역이나 물물교환의 산물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코반의 예술에는 신화적인 인상을 주는 소재가 많이 등장합니다. 이를 해석할 열쇠는 이미 잃어버렸지만, '코반인'의 종교적 관념이 상당 부분 이들을 정복한 이란계 민족의 신화와 북캅카스 여러 민족의 신화 속으로 일부 전승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