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프랑스 황후 외제니의 도착, 수에즈 운하 개통 축전의 막이 오르다

프랑스 황후 외제니의 도착, 수에즈 운하 개통 축전의 막이 오르다

유럽 군주들의 집결

케디브(이집트 부왕)의 초청에 응해 수많은 군주와 귀빈들이 이집트로 향했다. 프랑스 황후 외제니, 오스트리아 황제, 프로이센 왕세자, 네덜란드 왕자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이었다.

수에즈 지협은 곧 유럽 각국 정점의 인사들, 즉 수백 명의 학자·작가·예술가·대표단, 그리고 지성과 의지가 이룬 위대한 업적에 경의를 표하고 싶어 안달하는 수천 명의 구경꾼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남의 장이 되기 직전이었다.

포트사이드에서 기다리는 케디브

알렉산드리아에서 화려한 요트 '마흐루사(Mahroussa)'호를 타고 온 케디브는 장관들과 이집트 고위 관료들을 대동한 채 포트사이드에서 손님들을 기다렸다. 11월 13일에는 네덜란드 왕자 부부가, 14일에는 당시 이집트에 머무르던 페르디낭 드 레셉스(Ferdinand de Lesseps)와 그의 가족 일부가, 15일에는 전투 프리깃함의 호위를 받으며 오스트리아 황제가 도착했다.

항구에는 온갖 종류와 톤수의 선박으로 이루어진 방대한 함대가 닻을 내리고, 반짝반짝 빛나는 장식으로 치장되어 있었다.

11월 16일, '독수리호'의 입항

당시 목격자는 그날의 광경을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11월 16일 새벽 첫 시간에 새 배들이 항구에 들어왔다. 8시, 프로이센 왕세자는 프리깃함 '헤스타(Hesta)'호를 타고 외항 수로 입구에 도달했고, 곧 자신에게 마련된 정박지에 자리를 잡아 오스트리아 황제와 동등한 예우를 받았다.

곧이어 황후 외제니를 태운 '독수리(Aigle)'호가 접근한다는 보고가 전해졌다. 이 순간 사방에서 포성이 울려 퍼졌다. 항구 안쪽에서 발사된 예포에 정박 중인 함선들이 화답했고, 모든 선원들은 돛대 위에 올라 국기를 게양했으며, 모든 배는 현측 장식으로 뒤덮였다.

'독수리'호 승객들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실로 장관이었다. 약 50척의 군함을 포함해 80여 척의 배가 항구에 정박해 있었고, 유럽의 모든 국기가 함께 게양되어 있었다(이집트 6척, 프랑스 6척, 영국 12척, 오스트리아 7척, 독일 5척, 러시아 1척, 네덜란드 2척, 덴마크 1척, 스웨덴 1척, 노르웨이 1척, 스페인 2척 등).

예포 소리는 거듭 겹쳐 울렸다. '독수리'호는 유럽 각국 해군 승조원들의 환호 속에서 천천히 전진했다. 군악대의 연주가 함선들과 해안에 모여든 군중들의 환호와 어우러졌고, 모든 얼굴에는 열정이, 모든 가슴에는 감격이 넘쳤다. '독수리'호가 닻을 내리고 멈추자, 이 형언하기 어려운 광경 한가운데서 황후는 자신의 감회를 이렇게 표현했다.
"태어나서 이보다 아름다운 것은 본 적이 없습니다!"

케디브와 페르디낭 드 레셉스, 그의 아들들은 서둘러 '독수리'호에 올라 황후를 맞이했다. 오전 내내 오스트리아 황제와 여러 외국 왕자들도 잇달아 방문했다.

종교를 넘어선 공동 축복식

운하가 일반 항해에 개방되기에 앞서 종교 의식이 거행될 예정이었다. 해변, 외제니 부두 앞에는 세 개의 거대한 단상이 세워졌다. 부두에서 가장 가까운 첫 번째 단상은 부왕의 저명한 귀빈들을 위한 것이었고, 그 맞은편 좌측에는 이슬람 예배를 위한 단상이, 우측에는 기독교 제단이 마련되었다.

이는 종교의 구분 없이 인류의 연합과 하나님 앞에서의 형제애를 상징하고자 했던 케디브의 고귀하고 관용적인 발상이었다. 동방에서 서로 다른 신앙이 한데 모여 위대한 사업과 업적을 함께 축하하고 축복하는 광경이 목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개통식 전야의 행차

1시, 이집트군은 항구 상륙 계단과 단상 사이에 위병 대열을 이루었고, 이집트 포병대는 서방파제와 의식장 사이에 집결했다. 3시, 프로이센 왕자와 네덜란드 왕자 부부가 단상에 자리를 잡았고, 베이루트에서 프랑스 군함 '포르뱅(Forbin)'호를 타고 온 에미르 압드엘카데르가 뒤따랐다.

이어 페르디낭 드 레셉스, 회사 이사진, 항구에 정박한 군함 참모진, 각국 대사, 영사, 가톨릭 성직자들이 차례로 자리를 잡았다. 잠시 후 케디브와 오스트리아 황제가 프랑스 황후 외제니와 팔짱을 낀 채 도착하며 행차의 절정을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