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나치 처형 희생자의 인체 조직 표본, 80년 만에 베를린에 안장된다

나치 처형 희생자의 인체 조직 표본, 80년 만에 베를린에 안장된다

나치 정권에 의해 처형된 수감자들의 인체 조직이 해부학 실험 재료로 사용된 지 약 80년 만에 드디어 안장됩니다. 제3제국 시절 베를린 대학 해부학연구소 소장을 지낸 헤르만 슈티베(Hermann Stieve) 박사의 후손들이 넘겨준 표본을 연구진이 3년간 조사한 끝에, 이번 월요일 베를린에서 이들의 안장식이 거행됩니다.

나치 체제에 반대하다 처형된 사람들 중 현재까지 남아 있는 유해는 실험용 슬라이드에 부착된 채 발견된 단 300개의 조직 표본뿐입니다. 독일 해부학자 슈티베의 상속인들은 작은 상자 안에 정돈된 상태로 보관되어 있던 이 표본들을 2016년 해부학 교수 안드레아스 빙켈만(Andreas Winkelmann)에게 넘겼고, 연구진은 이후 희생자들의 신원을 되찾아주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이렇게 작은 크기의 조직은 보통 매장할 가치가 없다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들은 고의적으로 매장지를 빼앗겨 가족조차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도록 만들어진 사람들의 유해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빙켈만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300개 표본 뒤에 숨어 있는 정확한 인원수를 특정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빙켈만 교수는 플뢰첸제(Plötzensee) 교도소와 뚜렷한 연관성을 지닌 20개의 이름과 기록을 분리해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플뢰첸제 교도소에서는 1933년부터 1945년 사이 나치에 의해 무려 2,800명이 교수형 또는 참수형에 처해졌습니다.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5월 13일 베를린 도로테엔슈타트(Dorotheenstädtischer) 묘지에 안장될 희생자들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다만 희생자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사실은 알려져 있습니다. 1935년부터 1952년 사망할 때까지 베를린 대학 해부학연구소 소장을 맡았던 슈티베의 전문 분야가 바로 스트레스와 공포가 여성 생식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였기 때문입니다.

'실험 재료'로 전락한 저항 세력

연구를 진전시키기 위해 슈티베는 나치 정권에 의해 처형된 여성들의 생식계 조직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그의 연구 객체 중에는 반나치 저항 간첩망 '붉은 오케스트라(Rote Kapelle)' 소속 저항 운동가 18명 중 13명도 포함되어 있으며, 여기에는 1943년 히틀러의 직접적이고 긴급한 명령으로 참수형에 처해진 미국 출신의 밀드러드 피시 하낙(Mildred Fish-Harnack)도 있었습니다.

잔혹함으로 악명 높았던 다른 독일 과학자들과 달리, 슈티베는 나치당 당원이 아니었고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사용한 '실험 동물'이 고문을 당하고 처형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습니다. 빙켈만 교수는 “그가 얼마나 냉혹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사람을 단순한 물체로 보았다”고 말했습니다.

슈티베 박사는 “자신의 연구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나치 정권의 사법 시스템과 공모했습니다.”

독일 사법부의 외면

전쟁이 끝난 후 독일 사법부는 나치와 협력했거나 나치를 위해 일했던 다른 많은 독일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슈티베를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뉘른베르크 '의사 재판'에서는 제3제국의 고위 관료들만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비인간적인 환경 속에서 수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연구 결과가 오늘날까지 현대 산부인과학에 중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슈티베는 사후에도 독일산부인과학회의 명예 회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독일 저항기념관과 베를린 샤리테(Charité) 대학병원이 공동 주관하는 이번 안장식은 슈티베의 학문적 경력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샤리테는 슈티베가 이끌던 베를린 대학 해부학연구소의 후신 기관입니다.

수년간 이 해부학자의 업적을 연구해 온 빙켈만 교수는 “헤르만 슈티베와 그의 연구 수행 방식에 대해 아직 답해야 할 질문들이 남아 있다”며 “나는 독일 역사의 이 장을 닫고 싶지 않다. 후세대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왜 우리가 그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여기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