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첨탑 위의 '파리지엔느'
트레버리 무늬를 새긴 두 개의 하늘색 첨탑과, 캐보션 장식에 깃발을 얹은 화려한 색 조각상들 사이, 거대하고 불타오르듯 화려한 아치 꼭대기—이 입구가 '도마뱀(salamandre)'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은 바로 이 아치 덕분이다—에서 황금 구체 위로 한 인어가 날아오른다. 머리에는 파리 시 문장에 새겨진 배 모양 모자를 얹었고, 평평하게 펼쳐진 치마를 입고, 흰담비를 본뜬 저녁 외투 자락을 바람에 흩날린다. 바로 파리지엔느(la Parisienne)이다.
바람을 잔뜩 받아 허수아비처럼 보이는 이 상은 당대 선정 잡지 『라 비 파리지엔(La Vie parisienne)』에 등장하는 여인들과도 무척 닮았다. 지프(Gyp)와 투테(Toutet)가 집필하던 이 잡지의 표지에는 한 어머니, 곧 파리 시가 딸인 박람회에게 마지막 충고를 건네는 삽화가 실렸다.
"얘야, 너를 에밀 씨께서 개막해 주실 거란다. 아주 착하게 굴어야 할 거야."
'에밀 씨'의 개막 행렬
에밀 씨가 개막한다. 과연 준비는 다 되었을까? 솔직히 말해 아직 미완성이다. 그럼에도 트로카데로와 샹드마르스 일대를 뒤흔든 웅덩이와 공사 구덩이 사이로, 소나기를 맞아 가며 국가원수가 앞으로 나아간다.
그 곁에는 상무부 장관 알렉산드르 밀랑(Millerand), 신문들에서 화제를 모으던 경찰청장 루이 레핀(Lépine), 의전관장 크로지에(Crozier), 박람회 사무총장 알프레드 피카르(A. Picard)가 차례로 따르고, 맨 뒤에는 연미복 차림의 화가 윌리엄 부그로(Bouguereau)가 붙는다.
이 글은 1900년 4월 14일 에밀 루베(Émile Loubet) 대통령이 개막을 선포한 파리 만국박람회 개막 당시의 생생한 목격담이다. 준비 미비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 방문객을 맞이한 이 박람회는 약 5천만 명이 찾은, 19세기를 화려하게 닫는 최대의 축제로 기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