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1년 파리 빈센느에서 열린 식민지 박람회에서 방문객들은 지구 반대편으로 떠날 필요 없이 세계 각지의 풍경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북아프리카 전시관들은 특별한 인상을 남깁니다. 튀니지, 모로코, 알제리의 삶과 문화가 정교한 디오라마와 실물 재현을 통해 생생하게 펼쳐졌기 때문입니다.
튀니지 — 수크의 활기와 베이궁의 파노라마
튀니지관은 부유한 튀니지 상인의 저택을 재현한 공간으로 시작됩니다. 오렌지 나무가 둘러싼 파티오(안뜰) 중앙에는 대리석 분수대가 자리하고,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물소리는 동양 설화의 배경음처럼 정겹게 울려 퍼집니다. 청록색 무샤라비야(격자 창)로 둘러싸인 테라스 너머에는 원래 안주인의 아내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이 번뜩일 법하지만, 이 전시에서는 그 자리를 베이 궁정의 근위병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안뜰의 축선에 놓인 '쿠부(kbou)'라 불리는 아늑한 내실을 지나면 웅장한 홀이 나타납니다. 이곳에는 거대한 디오라마 패널을 통해 튀니지 경제의 풍요로움이 한눈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활기가 넘치는 곳은 단연 수크(souk, 재래시장)입니다. 물장수 카우아지(caouadji)의 외침, 뱀부리기꾼의 선율, 점술가의 은근한 권유, 보석상과 향료상의 호객 소리가 얽히고, 자수 가죽공예품과 놋그릇, 도자기, 카이르완 카펫이 진열대를 가득 채웁니다. 기둥이 늘어선 작은 광장인 수크 엘 바르카(Souk el-Barka)는 예전에 노예 시장이 열리던 곳으로, 방문객에게 제비꽃과 장미 시럽을 대접하는 무어식 카페도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디오라마의 독창적인 배치 덕분에 수크의 길은 자연스럽게 튀니스의 두 그림 같은 명소로 이어집니다. 하나는 안다루스 거리(Rue des Andalous), 다른 하나는 하얀 돔이 우아한 시디 마흐라즈 모스크가 군림하는 바브 수이카 광장(Place Bab-Souika)입니다. 오른쪽의 좁은 계단 몇 칸을 오르면 베이궁 다르 엘 베이(Dar-el-Bey)의 테라스에 닿습니다. 길이 32미터, 폭 7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파노라마가 노을 지는 튀니스, 카르타고, 라굴레트, 그리고 '두 뿔의 산'이라 불리는 부 코르닌 산을 눈앞에 펼쳐 보여 줍니다. 빈센느를 떠나지 않고서도 세계 일주를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는 순간입니다.
모로코 — 바브 에르 루아를 지나 페스까지
이번에는 라바트의 성문 바브 에르 루아(Bab er-Rouah)를 지나 모로코로 들어가 봅시다. 시점은 1912년, 프랑스 보호령 통치가 시작되던 해입니다. '평정(Pacification)' 홀은 프랑스 세력이 확장되어 가던 여러 국면을 조명합니다. 개척자와 의사가 군인과 동행하고, 교사가 그 뒤를 따릅니다. 학교가 세워지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키닌(말라리아 치료제)과 붕대 한 묶음이 무력에 못지않은 강력한 무기였다는 이야기입니다.
전시관 곳곳에서는 과거의 모로코도 만날 수 있습니다. 페스의 한 주택 파티오, 그리고 술탄이 '배교자 망수르의 문'이라 불리는 바브 망수르(Bab Mansour)를 나서는 모습을 담은 디오라마가 있는 마흐젠(Maghzen) 홀이 그 예입니다. 휴게 공간에서는 고고학 애호가들을 위해 로마 유적 볼루빌리스(Volubilis) 발굴 현장의 유물들을 선보입니다. 선체를 연상시키는 볼트가 인상적인 영예의 홀에는 원주민 예술과 공예품들이 가득합니다. 또 하나의 디오라마는 마린 왕조 술탄들의 묘에서 바라본 페스 전경을 담고 있는데, 구시가지 두 곳과 신시가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굽어보는 중앙 아틀라스 산맥까지 한 화폭에 담아냅니다.
알제리 — 지중해 예술의 종합
알제리관은 지중해 예술의 집대성이라 불릴 만합니다. 카지노 건물을 연상시키는 외관이지만, 취향은 세련되고 절제되어 있습니다. 피에르 드베슈(Pierre Devêche)가 장식한 '쿠폴(Coupole)' 홀은 높이 28미터의 거대한 로툰다로, 알제리 농업 전체를 기리는 공간입니다. 중앙에는 빛을 발하는 분수가 솟아 있고, 그 끝은 조각된 포도송이 더미로 마무리됩니다. 벽면에는 기둥군 위로 포도밭, 곡물, 올리브 나무, 과일을 그린 거대한 패널들이 둘러져 있습니다.
외젠 코르노(Eugène Corneau)가 설계한 농산물 홀에는 곡물, 유류, 향료 식물의 실물 샘플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현지 예술가들, 혹은 '아프리카의 메디치 별장'이라 불리는 빌라 압델티프(Villa Abd-el-Tif) 출신 화가들이 제작한 다섯 개의 디오라마가 알제리 농촌 생활의 핵심 장면들을 보여 줍니다. 대추야자 수확의 풍경, 미티자(Mitidja) 평원의 과수원, 카빌리(Kabylie)의 올리브 나무 숲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렇듯 북아프리카 전시관들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방문객이 직접 그 땅을 걷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습니다. 파티오의 물소리부터 수크의 소란, 사막 너머의 산맥 풍경까지—북아프리카의 매혹적인 일상이 빈센느의 한켠에 고스란히 재현되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