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수함, 해전의 판도를 바꾸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잠수함은 전쟁의 흐름에 끼친 영향력 면에서 모든 해상 무기를 압도하며 해군 무기 체계의 정점에 올라섰다.
특히 독일은 잠수함 전술을 극한까지 다듬어, 영국과 북아메리카 사이의 해상 보급로를 차단하고 식량·연료·각종 원자재의 공급망을 끊는 데 성공한다면 승리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확신할 만큼에 이르렀다.
그러나 공군의 작전과 수상 호위 함대의 활동을 결합한 각종 대잠 대책이 거듭 성공을 거두면서, 필요한 것은 '진정한 잠수함', 즉 한 번 잠항하면 몇 주 동안이나 수중에 머물 수 있는 함선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스노클: 부분적인 해결책
스노클(Schnorchel)은 부분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잠망경 깊이에서 항행하는 잠수함이 디젤 엔진을 가동해 축전지를 재충전할 수 있도록 해주는 호흡관이었다.
하지만 이 네덜란드발 발명품은 전쟁 이전부터 이미 존재하던 것으로, 여전히 잠수함이 수면 위로 호흡관 머리를 내밀어야 했기 때문에 자신의 위치를 드러낼 위험을 피할 수 없었다.
발터 추진 시스템의 등장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독일은 발터(Walther) 잠수함을 개발했다. 발명자 헬무트 발터의 이름을 딴 이 잠수함은 고농축 과산화수소를 산화제로 사용하는 터빈을 탑재했다. 과산화수소가 분해되면 높은 열과 함께 산소가 방출되는데, 이 산소를 황 성분이 없는 연료와 혼합해 연소시키면 물이 증기로 변해 터빈을 돌릴 수 있다.
모든 과정이 폐쇄 회로 안에서 이루어지므로 외부 산소 공급이 전혀 필요 없었다. 덕분에 발터 추진 잠수함은 잠항한 상태 그대로 장기간 항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전후의 실험과 한계
그러나 전쟁이 끝날 때까지 독일이 완성한 것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영국 해군과 미국 해군은 전쟁 배상품으로 각각 한 척씩 확보할 수 있었다.
영국 왕립해군은 메테오라이트(Meteorite)로 개명한 발터 잠수함으로 실험을 계속했고, 1955년에는 개량형 발터 기관을 장착한 최초의 훈련용 잠수함 두 척을 완성했다.
하지만 이 연료가 지닌 폭발과 화재의 위험이 너무나 컸다. 결국 이 구상은 더 이상 추진되지 않았고, 미국 해군 역시 노획한 독일 잠수함을 대상으로 한 시험 단계를 넘어서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