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가 가문에서 태어난 시인
『닥터 지바고』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보리스 파스테르나크(Boris Pasternak)는 1890년 화가였던 아버지와 음악가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예술 명문가의 아들이었다. 그는 일찍부터 시 창작에 몸을 던졌으며, 1913년 미래주의 운동 지지자들에 의해 첫 시를 발표했다. 그러나 그는 이내 이 운동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립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그들은 나를 쫓아다니며 몰아붙이고,
집안에서 나를 포로로 붙잡았다.
으르렁거리는 무리가 나를 에워싸지만,
나는 자유를 안다.
혁명과 시인의 숙명
파스테르나크는 혁명의 격동 속에서 깊은 영향을 받았으며, 혁명기에 개인이 차지하는 위치를 시의 핵심 주제로 삼았다. 동시에 그는 세상 속에서 시인이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끊임없이 물음을 던졌고, 결국 시인은 저주받은 존재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여러 시집을 출간했지만, 대숙청(대테러) 시기를 맞으면서 시 창작 활동이 크게 위축되다 못해 완전히 멈추고 만다.
당신은 예컨대 부활할지 걱정하며 묻곤 하지만,
사실 당신은 이미 태어날 때 부활한 것이다,
그것조차 눈치채지 못한 채 말이다.
『닥터 지바고』와 노벨 문학상
1945년 전쟁이 끝나고 승전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다소 회복될 것이라 기대되던 시기,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훗날 그에게 1958년 노벨 문학상을 안겨 줄 위대한 소설의 집필에 착수한다. 『닥터 지바고』는 소련 시대를 폭넓게 그려낸 작품으로, 감수성이 풍부한 주인공 지바고는 소련식 영웅상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인물이다. 그는 1955년에 소설을 완성했고, 실제 출판은 그로부터 2년 뒤에야 이루어졌다.
대지와 하늘, 숲과 평원은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그 소리를 기다렸다,
고통의 리듬을 이룬 조각들을,
환희와 취기와 고뇌의 조각들을.
희생된 시인의 최후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1960년 5월 31일 세상을 떠났다. 조국 사람들의 눈에 그는 억눌림과 박해를 감수해야 했던 '희생된 시인'의 상징으로 오늘날까지 기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