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은세기를 대표하는 시인 오시프 만델스탐(Osip Mandelstam)은 상징주의의 물결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인물이다. '문학적 건축가'를 지향하는 아크메이즘 운동의 핵심에 섰던 그는, 스탈린을 풍자하는 시 한 편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그의 삶과 시는 20세기 러시아 문학이 겪은 찬란함과 비극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오시프 만델스탐: 유배지에서 끝난 시인의 삶
만델스탐은 1891년 바르샤바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라틴어 계열 언어를 공부하며 상징주의자들과 교류했지만, 곧 '문학적 건축가'를 표방하는 아크메이즘 진영의 열렬한 지지자로 옮겨섰다. 초기 시 「조개껍데기」는 이러한 그의 미학을 잘 드러낸다.
혁명의 격랑이 가라앉던 1920년, 망명 생활로 친족들과 모국의 문화에서 단절된 그는 깊은 그리움을 담은 시집 『트리스티아(Tristia)』를 완성한다. 그러나 스탈린 체제가 굳어지면서 대중적 작가들은 날로 가혹해지는 검열과 직면해야 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1933년이었다. 만델스탐은 스탈린을 직접 비판하는 풍자시를 몰래 낭송하다가 밀고당했고, 자살을 시도할 만큼 절망했음에도 결국 콜리마로 강제 유배되어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그는 1938년 블라디보스토크 근교의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했다.
밤이여, 내 삶이 그대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빈 조개껍데기처럼,
만유의 심연에서
나는 그대의 기슭에 밀려와 좌초했다. [1]
아크메이즘: 상징의 안개를 걷어내다
19세기 러시아 문학에서는 서구와 마찬가지로 시가 쇠퇴하고 소설과 사실주의가 주류를 이루었다. 이후 은세기(Silver Age)라 불리는 시대에는 상징주의가 다른 예술 사조를 앞서며 우위를 점했지만, 그것을 넘어서려는 두 갈래 흐름이 솟아났다. 바로 미래주의(Futurism)와 아크메이즘(Acmeism)이다.
아크메이즘 진영에는 당시 거의 출판되지 못했음에도 훗날 은세기 최고의 시인으로 재평가된 미하일 쿠즈민(Mikhail Kuzmin)을 비롯해 20세기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가들이 대거 속해 있었다. 아크메이즘은 시인을 하나의 장인(craftsman)으로 보았으며, 세기 초 관습처럼 여겨지던 상징에 의존하는 방식을 거부했다.
이미지들은 죽은 짐승처럼 속이 비워진 뒤, 본래와는 전혀 다른 내용물로 되메워진다. 서로를 가리키는 '대응'들이 벌이는 섬뜩한 춤사위다. 끝없이 이어지는 윙크 놀이. 정확한 단어는 없고 오직 암시와 빈정거림만이 있을 뿐이다. 장미는 소녀를 가리키고, 소녀는 장미를 가리킨다. 아무도 자기 자신이 되려 하지 않는다. [2]
만델스탐의 시 대부분은 발표되지 못한 채 구전으로 전해졌는데, 아내 나데즈다 만델스탐이 필사와 암송으로 이를 지켜낸 덕분에 오늘날까지 남을 수 있었다. 그의 유작과 회고록 『희망에 맞서』는 검열과 폭력의 시대를 살아낸 문인의 증언으로서 지금도 러시아 문학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