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다르다넬스 전역: 파고, 파고, 또 파고!

1915년 4월 25일 밤, 갈리폴리 반도의 가파른 능선 위에서 고립된 ANZAC 부대의 운명이 걸린 순간, 해밀턴 장군의 답변은 신속하게 도착했다. 작전의 해군 지휘관인 C.F. 서스비(C.F. Thursby) 소장 역시 현재 상황에서 부대를 다시 배에 옮겨 철수시키는 일은 곧 재앙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하는 데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특히 짙은 어둠이 내린 밤, 거친 악천후, 그리고 해안을 뒤덮은 극심한 무질서 속에서는 어떠한 재승선 철수 작전도 감행할 수 없었다. 하물며 적이 총검을 겨누며 후퇴하는 병사들의 뒤를 끝까지 몰아붙인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 분명했다.

"파고, 파고, 또 파라!"

총사령관이 버드우드(Birdwood) 장군에게 보낸 회신은 놀랄 만큼 짧고 단호했다.
"당신들은 이미 가장 어려운 과업을 해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파고, 파고, 또 파는 것뿐입니다."

이 결정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 서스비 제독은 이언 해밀턴 경(Sir Ian Hamilton)의 회신을 직접 버드우드 군단 사령부에 전달하겠다고 나섰다. 현장에서 그는 병사들이 치러야 했던 희생의 규모와, 자연의 혹독함과 적의 공격이 함께 안겨 준 지옥 같은 고통을 생생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만난 버드우드와 참모진은 총사령관의 명령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가득 차 있었다. 전선에서 도착하기 시작한 보고 역시 희망적이었다. 바로 그날 아침 아리 부르누(Ari Burnu) 능선에서 처참한 손실을 입었음에도 병사들의 사기는 꺾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값비싼 대가로 얻은 발판을 지켜라

오스만 투르크군에게 혹독하게 몰려 있었지만, ANZAC(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군단) 병사들은 싸워 보지도 않고 그토록 값비싼 대가로 얻은 땅을 내주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헬레스 곶(Cape Helles)에 상륙한 영국·프랑스 연합 두 개 사단과 합류하는 날까지 이 땅을 반드시 사수하겠다는 의지로 불타고 있었다.

전선의 병사들은 아직 알지 못했지만, 버드우드 장군만은 이미 그 방면의 전세에서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짚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