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브라우닝 하이파워 GP35: 존 브라우닝이 남긴 마지막 걸작 권총

브라우닝 하이파워 GP35: 존 브라우닝이 남긴 마지막 걸작 권총

개요

브라우닝 하이파워(Browning Hi-Power)는 'GP 35' 또는 'HP 35'로도 널리 불리는 권총으로, 전설적인 총기 설계자 존 모제스 브라우닝(John Moses Browning)이 개발에 참여한 마지막 권총입니다. 1925년 미국에서 출원된 브라우닝의 특허(1897년 특허의 개선형)를 바탕으로 설계가 시작되었지만, 브라우닝이 1926년에 세상을 떠나면서 완성까지는 거의 10년 가까운 시간이 더 필요했습니다. 이후 여러 차례의 수정을 거쳐 벨기에의 FN 헤르스탈(FN Herstal)사가 1935년부터 'GP 35(그랑드 퓌상스, Grande Puissance)'라는 이름으로 양산에 들어갔습니다. 브라우닝은 M1900 권총 생산 시절부터 유럽에서 자신의 특허를 FN사와 함께 활용해 온 인연이 있었습니다.

주요 제원 (Mark III 기준)

  • 사용 탄약: 9mm 파라벨룸 (일부 버전은 7.65mm 파라벨룸, .40 S&W)
  • 전장: 20cm
  • 총신 길이: 11.8cm
  • 공차 중량: 0.810kg
  • 장전 중량: 0.986kg
  • 탄창 용량: 13발 또는 20발(9mm 파라벨룸), 10발(.40 S&W)

초기 형태와 특징

싱글 액션 방식의 반자동 권총인 GP 35는 초기에 고정식 조준기와 50m~500m까지 조절 가능한 가변식 조준기 두 종류가 선택 가능했습니다. 또한 손잡이 뒤쪽에는 분리형 개머리판을 장착할 수 있었는데, 이 개머리판은 휴대용 케이스(홀스터) 역할도 겸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정 조준기 모델은 일반형 그립을, 가변 조준기 모델은 분리형 개머리판을 갖추는 식이었습니다. 이 무기는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 벨기에 육군과 벨기에 경찰에 납품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양 진영이 모두 사용한 권총

흥미롭게도 브라우닝 하이파워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과 추축국 양측이 동시에 생산·사용한 거의 유일한 화기였습니다. 독일군은 벨기에 점령 이후 FN 헤르스탈 공장에서 생산된 하이파워를 'P35(b)(권총, 1935년식, 벨기에 제조)'라는 명칭으로 운용했습니다. 점령기 동안 벨기에 노동자들이 의도적으로 작업을 소홀히 했다는 기록이 있어, 이 시기에 생산된 P35(b)는 신뢰성이 떨어졌다고 전해집니다.

한편 연합군 측에서는 벨기에 침공 직전 철수된 것으로 추정되는 도면을 바탕으로 캐나다 토론토의 존 잉글리스(John Inglis) 공장이 하이파워를 생산했습니다. 제조사 명칭인 'HP 35(하이 파워, 1935년식)'로 불린 이 권총은 캐나다군과 중국군에 보급되었고, 많은 영국 장교들이 제식 엔필드 .38 리볼버 외에 보조 무기로 직접 구매해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전후 보급과 면허 생산

전후 브라우닝 HP는 수많은 국가의 군과 경찰에 채택되었습니다. 특히 영국군 최초의 제식 자동권총(L9A1)으로 .38구경 리볼버를 대체하며 지금까지도 영국군의 제식 화기로 남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용자로는 영국 특수부대 SAS(Special Air Service)와 FBI 인질구조팀(HRT) 등이 꼽힙니다.

1960~70년대에는 FN사가 인도네시아(핀다드 P1A, 9mm)와 아르헨티나(FM 브라우닝)에 생산 면허를 부여했습니다. 아르헨티나 모델은 FMAP 1927(콜트 M1911)을 대체하여 군과 경찰에 보급되었지만, 이윽고 남미 여러 나라의 마약상들 손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FM 브라우닝은 민간 기업 베르사(Bersa)를 통해 '베르사 90'이라는 이름으로 상업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헝가리의 FEG 9, 불가리아의 아르쿠스(Arcus) 등도 하이파워의 복제품입니다.

기술적 특징: 대용량 더블 스택 탄창

9mm 파라벨룸 탄을 사용하는 하이파워는 당시 기준으로 확실한 강점인 13발 용량의 더블 컬럼(두 줄 배열) 탄창을 채택했습니다. 여기에 20발 확장 탄창도 생산되어 영국 SAS 같은 대테러 작전 부대에서 활용되었습니다. 이외에도 1970년대 이탈리아 시장용으로 7.65mm 파라벨룸 버전이, 주로 북미 시장을 겨냥한 .40 S&W 버전(Mark III)도 생산되었습니다.

후속 개량형

하이파워는 1980년대에 더블 액션(DA/SA 또는 DAO) 방식을 적용한 개량형들이 선보였습니다. 브라우닝 HP-DA, BDA9, BDAO 등 다양한 명칭으로 출시되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군·경 시장을 겨냥한 Mark II가 등장했고, 현재까지 판매되는 Mark III로 이어졌습니다(미국에서는 HP-DA 계열과 구별하기 위해 싱글 액션 모델을 'HP-SA'라고 부릅니다).

Mark III는 격침 안전장치(firing pin safety), 보다 현대적인 조준기, 플라스틱 그립판을 갖추었으며 .40 S&W 구경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싱글 액션 프레임을 한층 개량한 'HP SPS(Self Fast Shooting)' 모델도 등장했습니다.

유산과 평가

하이파워의 작동 기구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권총에 전체적 혹은 부분적으로 차용되었습니다. 신뢰성, 실용성, 대용량 탄창을 모두 갖춘 브라우닝 하이파워는 콜트 M1911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 현역에 머물러 있는 권총이며, M1911 다음으로 백 년 이상의 현역 복무를 달성하게 될 두 번째 권총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1세기에도 벨기에 군·경, 영국군 등 다양한 군·경 조직에서 여전히 사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