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2차 대전 영국 해군의 대잠 무기 '헤지호그(고슴도치)' 발사기

대잠 무기 '헤지호그'의 등장

2차 대전 영국 해군의 대잠 무기  헤지호그(고슴도치)  발사기
영국 해군의 소나 시스템인 ASDIC의 이상적인 보완 장비였던 '헤지호그(Hedgehog)'는 다연장 발사기로, 함선 선수 방향으로 일정한 산포를 두고 24발의 접촉식 로켓 폭뢰를 발사할 수 있었다. 각 폭뢰에는 강력한 폭약인 토펙스(Torpex) 15kg이 담겨 있었다. 이 덕분에 잠수함에 대한 ASDIC 접촉 신호가 사라지기 전에 공격을 개시할 수 있었다. 또한 탄착점이 타원형 범위 안에 흩어져 분포하기 때문에 명중 확률이 높았다. 발사된 폭뢰는 접촉 신관으로 작동했기 때문에, 폭발이 일어나면 그 잠수함이 피격되었음이 거의 확실시되었다.

ASDIC 접촉을 유지하며 공격한다는 과제

영국 해군은 이미 전쟁 전부터 이러한 문제들을 검토해 왔으며, 대잠무기 부서가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로 해결책은 찾아냈지만 실전 배치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그 해결책이란, 잠수함과의 ASDIC 접촉이 유지되는 동안 함선 선수 쪽으로 폭뢰를 투사하는 것이었다. 몇 가지 프로젝트가 구상되었지만, 극복하기 어려운 기술적 난제가 하나 남아 있었다. 바로 사격 시 반동으로 발사함 자체가 손상되지 않으면서 원하는 거리까지 무거운 탄두를 발사할 수 있는 포를 만드는 일이었다.

스피곳 박격포의 원리

바로 그때 MD1 부서가 스피곳 박격포(spigot mortar) 연구로 무대에 등장했다. 그 원리는 다음과 같다. 발사 순간 격발봉이 뒤로 밀려나며 다음 발사를 위한 상태로 재장전되었다. 또한 발사는 스프링이 격발봉을 앞으로 밀어내어 탄약통을 때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폭발은 한편으로는 투사체를 발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격발봉의 속도를 늦춰 되밀어 보내는 역할을 했다. 이 모든 과정이 반동을 흡수해 주었고, 그 결과 어떤 경우에는 어깨에 메고 다닐 수 있을 만큼 다루기 쉬운 무기로도 무거운 투사체를 발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영국 해군성(Admiralty)의 한 연구진이 이 스피곳 박격포 연구에 관한 소식을 접하고, 반동이 충분히 낮아 함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무거운 대잠 폭뢰를 투사할 방법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군성은 MD1에 개발을 의뢰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기 점화식 박격포가 등장했다.

전쟁 전 연구에서는 여러 발의 폭뢰를 함께 쏘면 잠수함을 파괴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러나 동시 발사 실험에서 함체 갑판이 받는 하중이 너무 크다는 문제가 드러났다. 이에 발사 회로에는 짧은 간격으로 두 발씩 발사하도록 하는 타이밍 장치가 설치되었다.

최적의 탄착 분포 결정

남은 과제는 최적의 탄착점 분포를 정하는 것이었다. 지상에 표준 크기의 독일 잠수함(U보트) 외곽선을 그려 놓고 실험이 진행되었다. 이를 통해 각 발사관을 배치하여 탄착점들이 잠수함 길이보다 짧은 지름의 원 안에 들어오도록 조정할 수 있었다. 잠수함의 폭이 각 폭뢰의 파괴 범위보다 넓었기 때문에, 집중 사격만 제대로 조준된다면 잠수함은 파괴를 피할 길이 없었다.

이 마지막 조건이 필수적이었다. 기존에는 설정된 수심에서 작동하는 발화 장치로 폭발을 일으켰기 때문에 효과를 내려면 매우 큰 폭약 탄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스피곳 박격포는 훨씬 작은 폭뢰를 발사했다. 폭약 150kg 대신 15kg을 담은 것이다. 이처럼 적은 화력으로는 폭뢰가 잠수함에 직접 접촉해 폭발해야 피해를 줄 수 있었으므로, 목표물에 충격이 가해질 때 작동하는 신관이 장착되었다.

'고슴도치'라는 이름의 유래

2차 대전 영국 해군의 대잠 무기  헤지호그(고슴도치)  발사기
무기가 마침내 완성되자 이름을 붙여야 했다. 여러 제안 끝에 '헤지호그(Hedgehog, 고슴도치)'라는 이름이 붙었다. 탄약이 비어 있을 때 발사관들이 곤두솟은 모습이 마치 깃털을 세운 고슴도치를 닮았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일은 이 무기를 왕립해군에 '판매'하여 정식 채택을 받아내는 것이었는데, 이것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당시 U보트의 위협은 많은 발명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적어도 서류상으로는 서로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중 무기 프로젝트가 여럿 존재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느 것도 '헤지호그'만 못했다. 심지어 어느 프로젝트에서는 폭뢰가 너무 낮은 속도로 발사되어 발사함 자체가 그것을 추월하게 되고, 스스로 자기 무기의 표적이 되는 상황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문제는 실험 초기 단계에서 발견되었고, 이런 형태의 '해상 자살'이 실제로 실행되는 일은 없었다.

특별한 관람자, 처칠

우연히도 윈스턴 처칠이 MD1 시험 기지를 방문했을 때, '지나가는 김에' 헤지호그의 작동 모습을 볼 것을 승낙했다. 기계는 훌륭하게 작동했다(경험상, 저명한 방문객 앞에서 재능을 증명하라고 하면 무기들은 종종 말썽을 부리는 법인데 말이다). 처칠은 만족했고, '고슴도치'는 즉시 실전 배치되었다.

이 무기에는 사소한 결함이 하나 있었다. 바로 전기 발사 시스템이었다. 관계자들은 북대서양 같은 거친 해역에서 파도 튀김(비말)에 닿으면 고장날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고, 충격식 발사 방식을 갖춘 새로운 버전을 연구하기로 결정했다. 이 버전은 '포큐파인(Porcupine, 호저)'이라 불렸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시제품이 제작되어 시험되었으나 작동이 불규칙하고 만족스럽지 못했고, 이 프로젝트는 결국 폐기되었다.

후속 개발, '아목(Amok)'

헤지호그가 만족스러웠음에도, 폭뢰가 빗나갔을 경우 더 강력한 폭발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나왔다. 그리하여 '아목(Amok)'이라 불리는 장치가 만들어졌다. 이것은 폭약 80kg을 담은 II형 폭뢰 주변에 직경 51mm 로켓 모터 12개를 둘러싼 형태였다. 단순한 강철 앵글 지지대에서 발사된 아목의 사거리는 450m에 달했다. 더 가까운 거리를 쏘고 싶으면 로켓을 두 개씩 떼어내 추력을 줄이면 되었다.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함선 선수 방향 발사용으로 설계되었지만, 곧 방위 조절이 가능한 마운트에 발사기를 올리면 어떤 방향으로든 발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를 통해 잠수함 사냥 임무를 수행하는 함선은 주변 해수면 전체를 사격 범위 안에 둘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