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수함을 겨냥한 항공기 캐논
항공기 탑재 화기는 효과적이었지만, 언제나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조물인 잠수함을 상대로는 단순한 무기도 정교한 무기 못지않게 강력할 수 있다. 1938년 항공용 40mm 자동포를 요청하며 바로 이 점에 주목한 것이 영국 왕립공군(RAF)이었다. RAF는 이 무기를 잠수함과 항공기 양쪽에 모두 활용할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두 종류의 포가 제작되었다. 빅커스-암스트롱(Vickers-Armstrong)이 생산한 'S'형과 롤스로이스(Rolls-Royce)가 생산한 'BH'형이 그것이다. 'S'형 포는 RAF용으로 개발되어 중동 전역에서 널리 사용되었고, 'BH'형 포는 왕립해군이 채택해 주로 소형 연안 방어함에 장착했으며 일부 해군 항공기에도 탑재되었다.
모스키토를 위한 대형 캐논
40mm 포가 기대만큼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1943년 육군의 57mm 대전차포(6파운더)를 항공기에 장착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다행히 몰린스(Molins) 사가 이미 매우 효율적인 자동 장전 시스템을 개발해 두었기 때문에, 이 포는 전차용은 물론 해군이 'BH'형을 대체하는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었다. 무기와 자동 장전 장치는 모스키토(Mosquito) 항공기의 폭탄창에 설치되었고, 초기 시험 결과가 만족스러워 12대의 항공기가 'M형 6파운더 포'라는 공식 명칭으로 무장하게 되었다.
그러나 M형 포가 장착되던 당시, 군 참모부들의 관심은 이미 더 단순한 무기로 여겨진 로켓에 쏠려 있었다. 결국 이 12대가 이 포를 장비한 유일한 항공기가 되었다. 콘월주 프레다낙(Predannack)에 주둔한 RAF 제248 비행대대가 1943년 10월 이 항공기를 인수했고, 같은 해 11월 7일 첫 전과를 올렸다. 캐나다 출신 RAF 조종사 보네(Bonnet) 중위가 몰던 모스키토가 6파운더 포로 로리앙(Lorient) 인근 해상의 독일 잠수함 U-123을 공격한 것이다. 피격당한 잠수함은 어떻게든 기지로 귀환했지만, 전후 밝혀진 바로는 두꺼운 선체가 일곱 곳이나 관통당했고, 부사관 한 명이 전사하고 승조원 두 명이 부상을 입었다.
94mm, 전쟁 최대 구경의 도전
육군 대전차포인 2파운더와 6파운더를 차례로 항공기에 얹은 RAF가 자연스럽게 신형 17파운더 대전차포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 짐작하기 쉽지만, 그런 흔적은 전혀 없다. 오히려 RAF는 한 단계를 건너뛰어 육군 재래식 대전차포로는 최대 구경인 94mm로 직행했다. 이 포는 실전에 배치되지는 못했는데, 사실상 동일 구경의 대공포를 야포용 이륜 차대에 얹은 것이었다. 초속 900m/s로 32파운드 탄을 발사해 장갑을 관통할 수 있었으며, 제때 완성되었다면 전쟁에서 가장 강력한 대전차포 중 하나로 꼽혔을 것이다. 그러나 시기가 너무 늦어 제작이 중단되고 말았다.
흥미로운 점은, 포가 겨우 시제품 단계를 벗어난 초기부터 RAF 무기연구국이 이미 계산 작업에 착수했다는 사실이다. 몰린스 자동 장전 장치의 개량형과 결합하면 이 포가 공대공·공대지 겸용 무기로 쓰일 수 있음을 내다본 것이다. 다만 첫 번째 난관은 발사 시의 거대한 반동으로 항공기 자체가 파손되는 것을 막는 문제였다.
갈리오 포구 제퇴기
해법은 포신 끝에 매우 정교한 포구 제퇴기(muzzle brake)를 장착해 반동 충격을 줄이는 것이었다. 이 장치를 설계한 인물이 갈리오(Galliot)였다. 1940년 프랑스에서 탈출해 영국에서 무기 엔지니어로 일하던 그는 포구 제퇴기에 관한 이론이 시대를 크게 앞서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의 설계는 원형 시험에서 탁월한 성능을 보였지만 양산이 거의 불가능했고, 손을 떼는 제조업체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32파운더 포용 갈리오 포구 제퇴기 한 기를 설계·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전쟁이 먼저 끝나는 바람에 항공기에 장착될 기회를 잃었다. 이론을 실증하고 미래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 결국 어차피 포를 장착해 시험 비행을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성공이었다! 갈리오의 포구 제퇴기는 기대한 모든 성능을 발휘했다. 모스키토 한 대가 무게 1,800kg에 달하는 포와 탄창을 싣고 이륙해 실제로 한 발을 발사한 것이다. 입증이 끝나자 이 장비는 곧바로 해체 처분되었다.
반동을 잡아낸 정교한 발명
갈리오 포구 제퇴기는 항공기에 32파운드급 대구경 포를 탑재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든 발명품이다. 다만 구조가 복잡하고 양산이 까다로운 장치였다. 포구에 새겨진 나선형 홈은 발화 가스의 방향을 틀어 가스가 전방으로 미는 추력을 만들어내고, 이 힘이 포의 반동과 맞서며 후퇴를 상쇄하는 원리로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