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대대의 공격 개시
25일, 베른(Berne) 대대장이 이끄는 제2대대는 갱도에(Gandoët) 대대의 좌측에서 공격을 개시했다. 첫 번째 목표는 771고지와 721고지였다. 올리벨라(Olivella) 마을 외곽에서 리오세코(Rio Secco) 강을 건넌 대대는 두 개 중대를 앞세워 먼저 382고지로 진격한 뒤, 테베논(Thévenon)이 지휘하는 제5중대로 하여금 721고지를 점령하게 하는 동시에 테렐레(Terelle)로 통하는 도로를 내려다보는 700고지를 확보하도록 했다. 테렐레 방면으로 진출해 771고지에 도달하려면 이 고지를 반드시 손에 넣어야 했다.
이 임무는 제7중대를 지휘하는 티시에(Tixier) 대위에게 맡겨졌다. 그러나 저녁에 나쁜 소식이 전해졌다. 382고지에서 지뢰가 폭발하여 베른 대대장이 크게 다친 것이다. 의식이 흐려진 상태에서도 그는 짧은 순간을 틀어 부관인 레오니(Léoni) 대위에게 대대 지휘권을 넘길 수 있었다.
레오니 대위, 지휘권을 인수하다
뛰어난 장교인 레오니는 우익의 조르디(Jordy) 중대와의 연계를 확립하여 O1 선상의 전선이 끊김 없이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목표는 O2, 즉 아바테(Abate) 고개(915고지)였다. 문제는 병사들이었다. 하루 종일 행군과 등반을 거듭한 탓에 완전히 지쳐 있었고, 물통은 바닥나 있었다. K 전투식량도 빠르게 소진되어 식량이라곤 남아 있는 것이 없었다. 다음 날이 험난할 것이 분명했으므로 잠시나마 잠자는 편이 좋았다.
그러나 대대는 새벽이 오기 전에 출발했다. 최대한 신속히 O2를 확보하라는 명령이 내려졌고, 곧 총공격이 시작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조르디는 862고지를, 레오니는 915고지를 담당했다. 레오니는 제6중대와, 초대 중대장 샤티용(Chatillon) 대위가 전사한 뒤 후임이 들어온 제5중대를 이끌고 진격했다.
레오니는 지체 없이 움직였다. 포화에 시달리던 아바테 고개 분지를 밤길로 행군하기를 택한 것은 하루라도 빨리 백병전에 돌입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실제로 915고지를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제 탄약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낮 동안 보급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형편이었다.
조르디는 862고지에서, 레오니는 915고지에서 각각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그러나 제3대대(갱도에 대대) 우익의 소식은 좋지 않았다.
470고지의 참사
25일 밤부터 26일로 넘어가는 밤, 470고지에 남겨진 자신의 제9중대가 걱정된 갱도에 대대장은 지휘반과 함께 올리벨라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는 제10중대와 호위중대를 만났지만, 동시에 비보도 접하게 된다. 엘 하디(El Hadi) 소위가 전사한 뒤 470고지에서 적의 강력한 반격으로 참사가 벌어졌다는 것, 그리고 470고지가 이미 적의 손에 넘어갔다는 사실이었다. 전장에 부상당한 채 남겨진 드네(Denée) 대위의 소식 역시 전무했다.
갱도에 대대장은 즉시 470고지 탈환을 결심했다. 자신의 지휘반과 지원중대, 그리고 막 도착한 제1대대(바케 Bacqué 대대장) 소속 한 개 중대까지 동원한 것이다. 그러나 부대는 겨우 진지의 사면에 매달리는 데 그쳤다. 그래도 많은 부상자가 구조되어 올리벨라로 후송될 수 있었다. 중상을 입은 드네 대위, 알제리 군단 사령관 쾰츠(Koeltz) 장군의 아들인 해군 소위 쾰츠가 양쪽 다리에 부상을 입은 것, 그리고 곳곳에 널린 전사자들은 이 전투가 얼마나 혹독했는지 생생히 보여주었다.
갱도에는 날이 박으면 공격을 재개하고자 했으나, 그날은 더욱 불리한 하루가 되었다. 470고지를 교대하고 벨몬테(Belmonte)로 통하는 길목을 봉쇄해야 할 제3척후병연대(로키니 Rocquigny 대대)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의 반격, 끊긴 보급선
전투 사흘째 되던 날, 적은 벨베데레와 아바테 고개까지 깊숙이 진출했으면서도 보급이 끊긴 공격부대의 배후를 차단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
새벽녘 적은 벨몬테 도로를 따라 대규모 병력을 내보내 튀니지 병력들의 후방기지인 올리벨라를 덮치는 한편, 아바테 고개와 862고지를 향해 전면 반격을 개시했다. 최전선 부대에는 식량도 탄약도 아무것도 닿지 않았는데, 이것이 가장 치명적인 문제였다.
베른 대대장의 최후
25일 뇌진탕에서 겨우 회복된 베른 대대장은 27일 아침 레오니 대위를 찾아가 대대 지휘권을 되찾으려 했다. 그가 전선에 도착했을 때는 전투가 한창이었다. 탄약이 바닥난 대대는 골고타 언덕에서 압도당했고, 베른 대대장은 다시 중상을 입은 채 적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제2대대는 티시에 대위의 제7중대를 제외하고 궤멸했다. 제7중대만이 700고지와 테렐레 도로의 굽이들을 붙잡고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었다.
올리벨라 후방의 위기
그날 하루 종일 올리벨라 뒤편에서 들려오는 총성은 심상치 않았다. 분명 봉주르(Bonjour)의 전차들이 활약을 하고 있었지만, 잠시 포로가 되었던 루(Roux) 대령의 소식은 묵묵부답이었다. 조금 뒤에야 안 사실은 이러했다. 아군 전차가 접근하는 것을 확인한 루 대령은 경비병에게 몸을 던져 탈출을 시도했으나, 그 난투 속에서 전사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