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말의 등에 실린 제국의 역사 – 이탈리아 11일 기행의 서문

말의 등에 실린 제국의 역사 – 이탈리아 11일 기행의 서문

불과 바퀴, 그리고 목록에 없는 '말의 등'

인류의 발명과 발견 목록은 언제나 불과 바퀴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나 이 목록 어디에도 '말의 등'은 자리하지 않습니다. 말의 등은 불과 바퀴만큼이나 세계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에도 말입니다. 로마 제국 역시 불과 바퀴만으로 세워진 나라가 아니라, 말의 등 위에서 완성된 제국이었습니다.

말이 인간의 동반자가 된 정확한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말과 인간의 동행은 세계 곳곳에 크고 작은 제국들을 탄생시켰고, 로마 제국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말의 등에는 검이 실렸습니다. 바퀴는 종처럼 그 뒤를 따랐고, 검을 든 기수가 닿는 곳마다 인간의 정착지는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대지에는 피가 흘렀고, 말등 위의 한 남자는 어느덧 황제가 되어 사방에 그 포효를 울려 퍼뜨렸습니다. 바로 그 순간, '다르마(法)'라 불리는 제도가 등장하여 황제에게 신성을 부여했습니다. 이 책에는 로마 제국의 이러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역사를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 갈증

인간은 자신의 과거 역사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 하며, 그래서 세계를 여행합니다. 세계를 통해 자신의 역사뿐 아니라 세계를 창조한 존재까지 이해하려는 것입니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매년 어딘가로 떠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2019년 이탈리아에 머문 열하루 동안 저는 이탈리아 거리를 활보하는 로마인들의 모습뿐 아니라, 인도 펀자브인부터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에 이르는 다양한 얼굴들을 발견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 속 상인의 얼굴 또한 길거리의 수많은 상인들 속에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얼굴들 뒤편에는, 세계 곳곳에 통치와 종교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던 로마의 황제들과 교황들의 모습도 겹쳐 보였습니다.

교황 이전의 로마, 천 년의 숨겨진 역사

로마가 언제나 교황의 나라였던 것은 아닙니다. 근본적으로 로마는 유럽 부족민들의 나라였으며, 인도에서 온 산스크리트어를 사용하는 아리아인들이 이들에게 문명과 문화의 첫걸음을 가르쳐 주었다고 전해집니다. 로마는 그리스도 탄생 약 900년 전에 건설되었고, 교황제는 예수의 죽음 약 100년 후에 확립되었습니다.

즉, 교황이라는 제도가 존재하기 전 천여 년의 긴 세월 동안 로마의 땅에서는 수많은 일들이 벌어졌고, 그 유산은 오늘날까지 고대 로마의 정체성일 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지난 2천 년간 로마는 교황의 나라로 남아 있었습니다. 교황은 이 나라의 심장 박동이며, 교황이야말로 이 나라의 진정한 정체성입니다.

관광이 아닌, 기록을 위한 여행

우리 가족의 해외 여행은 현대적 관광의 어떤 형태와도 맞지 않습니다. 우리의 여행에는 취미를 좇거나, 오락을 위해 돈을 쏟아붓거나, 스포츠와 구경거리를 찾아다니거나, 그 나라의 음식을 즐기는 요소가 전혀 없습니다.

우리에게 이 값비싼 해외 여행은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애써 흡수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책의 페이지에 옮겨 적는 과정을 위한 수단입니다. 2019년 여름의 로마 여행도 바로 그러한 과정의 일부였습니다.

열하루의 여정, 그리고 이 책

2019년 5월 17일부터 5월 28일까지 열하루에 걸친 이 여정에서 이탈리아와 그 도시들의 문명, 문화, 역사에 대해 보고, 듣고, 이해할 수 있었던 만큼을 이 책의 페이지에 담았습니다. 다만 그런 여행에서 그 나라에서 보낸 나날만이 집필의 전부는 아닙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읽고 이해해야 할 것이 많으며, 이탈리아 여행 전에 공부하고 이해한 역사와 지리 또한 이 책의 중요한 부분을 이룹니다.

이탈리아에 머문 열하루 동안 우리는 로마에서 나흘, 피렌체에서 사흘, 피사에서 하루, 베네치아에서 사흘을 보냈습니다. 이 기간에 겪은 수많은 흥미로운 경험과 달콤씁쓸한 에피소드들도 최대한 있는 그대로 기록하려 노력했습니다.

– 모한랄 굽타(Mohanlal Gupta)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