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와요, 그저 미소 지어 보세요.’
코코넛 물 한 잔과 낯선 선율
코코넛을 파는 소녀는 코코넛을 잘라 빨대 두 개를 꽂아 우리에게 건넸다. 이 지역의 코코넛은 인도에서 흔히 보는 것보다 두세 배나 크다고 들었는데, 이것은 그것보다도 훨씬 컸다. 우리는 코코넛 속의 물을 컵과 물병에 가득 채웠다. 한 개에서 약 2리터의 물이 나왔으니, 우리 모두가 한 번에 마시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우리가 코코넛 물을 마시고 있는데 스물 남짓한 자바인 청년 둘이 다가와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처음 만난 거지들이었다. 그런데 두 사람은 단정한 옷차림이었고 기타 연주도 유창했다. 곧 기타에서 인도 힌디 영화의 선율이 흘러나왔다. ‘툼 파스 아예(당신이 내 곁에 왔을 때)... 무언가 특별한 일이 벌어져요.’ 우리는 깜짝 놀랐다. 어떻게 우리가 인도인인 줄 알았을까? 그러나 다음 순간 답을 알았다. 사리를 입은 마두를 보면 누구나 인도인임을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단정하게 차려입고 기타를 잘 다루는 청년들에게 뭔가를 주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 나라에는 거지가 없다고 믿어 왔는데, 그 믿음이 이들 때문에 무너진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때 비제이가 아버지와 함께 다가왔다. 우리는 청년들에게도 코코넛 물을 권했고, 잠시 후 그곳을 떠났다. 벌써 오후 세 시가 넘었고, 안토 씨를 마침내 주차장에서 찾을 수 있었다.
달리는 차 안에서의 점심
우리는 안토 씨에게 공원 같은 곳에 차를 세워 점심을 먹자고 했다. 그러자 안토 씨가 제안했다. 저녁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차 안에서 점심을 먹는 편이 좋겠다고,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갈 명소를 둘러볼 시간이 부족해진다고. 좋은 제안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달리는 차 안에서 점심을 먹었지만,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감비라 로카 동물원(Gembira Loka Zoo)
자바어로 ‘겜비라(Gembira)’는 즐겁다는 뜻이고, ‘로카(Loka)’는 산스크리트어에서 온 말이며, ‘주(Zoo)’는 영어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하나의 동물원 이름에 세 언어가 어우러진 셈이다.
동물원에 도착했을 때는 거의 네 시였다. 동물원은 약 54에이커 규모로 펼쳐져 있으며, 해가 지면 어두워지기 때문에 오후 5시 30분까지 문을 연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한 시간 반 남짓해 동물원 전체를 둘러보기는 불가능했다. 그래도 서둘러 표를 끊고 입장했다. 이 동물원은 1956년에 문을 열었다.
470여 종의 동물들
동물원에는 다양한 종류의 동물 470종이 있다. 그중에서도 오랑우탄, 코모도 드래곤, 긴팔원숭이, 하마가 우리의 특별한 관심을 끌었고, 우리는 이 동물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이 동물원은 가자홍(Gajahwong) 강변에 조성되어 있다. 자바어로 코끼리는 ‘가자(Gajah)’라고 한다. 이 강 유역에 코끼리가 많이 살았기에 강 이름도 ‘가자홍’, 즉 코끼리의 강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우리에는 자바 코끼리들이 있었는데, 체격과 몸집 면에서 인도 코끼리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래도 보는 재미는 충분했다. 긴 코를 뻗어 국내외 관광객들에게서 바나나 같은 먹이를 받아 먹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또 한 우리에서는 갈색 오랑우탄 두 마리를 만났다. 한 마리는 높은 목조 대 위에 앉아 외국인 관광객들을 구경하는 재미를 즐기고 있었고, 다른 한 마리는 동굴 같은 오두막 안에서 쉬고 있었다. 한 시간가량 동안 우리는 코모도 드래곤, 긴팔원숭이, 하마와 함께 거대한 앵무새도 구경했다.
동물원에서 처음 본 낙타
한 우리에는 낙타 네다섯 마리가 있었다. 동물원의 전시 동물로 낙타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인도 타르 사막에 사는 종과 같은 한봉낙타였다.
어스름이 내린 동물원
해는 많이 기울어 있었고 동물원 안은 점점 어두워졌다. 그때 우리는 우리 밖을 기어가는 가느다란 뱀도 목격했다. 이곳은 도시 한복판의 인공 공원처럼 조성된 인도의 전형적인 동물원과 달리, 진짜 울창한 숲 속에 펼쳐진 동물원이었다. 우리 밖에서도 동물이 살아가는 곳이니, 어둠 속에 머무는 것은 위험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동물원을 빠져나왔다.
그 사이 경비원들은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동물원 안에 아직 몇 명의 관광객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남은 사람은 우리뿐이었다. 우리가 나오자 경비원들은 곧바로 동물원 정문을 닫았다. 시계로는 5시 30분을 몇 분 넘긴 때였지만, 저녁 7시 반쯤 된 것처럼 느껴졌다. 안토 씨는 우리가 그가 소개한 두 장소를 모두 흥미롭게 둘러보았다는 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