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기 37년, 로마 황제 칼리굴라는 로마에서 남쪽으로 약 30킬로미터 떨어진 네미 호수에 두 척의 웅장한 배 건조를 명령했습니다. 이 배들은 호숫가에 정박해 있을 뿐 항해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황제와 그의 궁정이 즐기는 오락 공간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여겨지며, 동시에 과거 위대한 그리스 군주들과 견줄 수 있는 칼리굴라의 부와 권력을 과시하는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종교적 기능도 지닌 수상 궁전
두 배는 또한 네미 호수 근처에서 지역 숭배를 받던 여신 디아나를 위한 의식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이 배들이 종교적 기능을 수행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호수 남쪽 기슭에는 '디아나 네모렌시스'라고 불리는 지역 형태의 여신 디아나 숭배를 위한 신성한 숲과 중요한 성역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호수 자체도 '스페쿨룸 디아나에(Speculum Dianae)', 즉 '디아나의 거울'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따라서 이 배들은 아마도 이 여신의 예배 장소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칼리굴라가 특별한 호감을 가졌던 이집트 여신 이시스를 위한 공간이기도 했는데, 실제로 그는 두 배 중 더 큰 배 위에 이시스에게 바치는 신전을 세웠습니다.
칼라우디우스에 의해 가라앉은 배들
역사가 수에토니우스에 따르면, 이 배들은 칼리굴라의 후계자인 클라우디우스 황제의 명령으로 호수에 가라앉기 전 모든 보물들을 벗겨낸 채 침몰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다 1927년에서 1929년 사이, 두 배의 선체 구조물이 여전히 훌륭한 보존 상태로 물 밖으로 인양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배들을 보관하던 박물관은 제2차 세계대전 중 파괴되고 말았습니다.
두 척의 배 특징
■ 한 척은 길이 75미터, 폭 29미터였고, 다른 한 척은 길이 71미터, 폭 25미터였습니다.
■ 갑판은 두 개 층으로 지어져 대규모 오락용 별장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 용골은 삼나무, 소나무, 낙엽송 재목으로 만들어졌으며, 역청으로 방수 처리되었습니다.
■ 선미에는 난방 시설까지 갖춘 사치스럽게 장식된 방들이 들어서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