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리굴라가 끝내 버리지 않은 여인
로마 황제 칼리굴라는 세 번째 결혼에서 밀로니아 카에소니아(Milonia Caesonia)를 아내로 맞이했습니다. 그녀는 칼리굴라의 여러 아내 중 유일하게 폐출당하지 않고 끝까지 곁에 남은 인물이었습니다.
카에소니아는 귀족 출신도 아니었고, 미모나 젊음도 갖추지 못한 여인이었습니다. 가벼운 평판을 가진 데다 이미 세 딸을 둔 어머니였습니다. 그럼에도 칼리굴라가 그녀를 사랑한 이유는 자신만큼 방탕하고 타락한 여자였기 때문이라고 전해집니다. 반면 일부에서는 카에소니아가 칼리굴라에게 영구적으로 제정신을 잃게 만드는 최음제, 즉 '사랑의 물약'을 먹였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늦게 얻은 딸, 드루실라
칼리굴라는 아버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카에소니아는 그의 소망대로 딸을 낳았고, 칼리굴라는 요절한 누이의 이름을 따 딸에게 '드루실라'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황제는 카에소니아에게 감사의 뜻으로 출산 직후 그녀와 정식으로 혼인했으며, 같은 날 자신의 친딸임을 공식 인정했습니다. 당시 로마의 전통에 따르면 아버지가 자녀를 인정하려면 8일을 기다려야 했지만, 칼리굴라는 이러한 관습을 과감히 무시한 것입니다. 또한 그는 여신 미네르바의 호의를 얻기 위해 갓 태어난 딸을 상징적으로 미네르바 석상의 품에 안겨두기도 했습니다.
황제와 운명을 함께한 비극적 최후
서기 41년 1월 24일, 음모자들은 팔라티누스 경기가 열린 가운데 황제를 암살했습니다. 음모의 지도자였던 카시우스 카레아는 폭군의 아내와 딸 역시 황제의 무덤을 따르도록 요구했습니다.
카에소니아는 마지막 순간까지 용기와 품위를 잃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스스로 목을 뻗어 호위관 루푸스의 칼날을 받아들였고, 어린 딸이 벽에 머리를 부딪혀 참혹하게 죽는 광경을 보기도 전에 먼저 숨을 거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