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라도 행전, 재판의 기록
서기 320년대부터 380년대 사이에 편찬된 『빌라도 행전』은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을 기록한 문헌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이 책을 실제 사건과 같은 시대에 작성된 공식 기록물로 여겼습니다. 『니고데모 복음』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이는 예수의 시신을 매장하도록 빌라도를 설득한 니고데모에게서 비롯된 호칭입니다. 이 재판 기록의 핵심 목적은 예수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유대인들에게 돌리고, 빌라도의 죄를 덜어주는 데 있습니다.
빌라도, 예수를 앞으로 불러들이다
예수는 ‘왕’으로서 소환되며, 이는 유대인들의 큰 분노를 삽니다. 빌라도의 사자가 예수 앞에 엎드렸고, 예수가 들어서자 로마군의 군기(軍旗)들도 저절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 장면은 종려 주일의 개선 행진을 떠올리게 하며, 빌라도가 황제의 상징을 새긴 깃발을 예루살렘에 들이려다 거센 항의에 부딪혔던 일화, 즉 당시 유대인들에게 모욕으로 여겨졌던 사건을 은근히 상기시킵니다.
빌라도, 예수의 무죄를 선언하다
예수의 자애로운 기적들에 확신을 얻은 총독은 열두 명의 경건한 유대인들을 향해 이렇게 말합니다. “그가 안식일을 어겼다는 죄로 고발받았다면, 그는 병자를 고쳤으니 좋은 일을 한 것입니다. 따라서 그를 사형에 처할 이유가 없습니다. […] 나는 이 사람에게서 아무 잘못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빌라도의 아내 프로클라가 보낸 메시지
빌라도가 예수의 왕위 주장과 성전에 대한 경고, 그리고 부활 예언에 관한 조사를 계속하던 중, 한 사자가 달려와 전합니다. 아내가 꿈을 꾼 뒤 예수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태 복음과 달리 이 문헌에는 그녀의 이름이 분명히 적혀 있으며, 동방 교회에서는 프로클라를 성녀로 공경합니다.
니고데모의 개입
니고데모는 정경인 사도행전에 나오는 랍비 가말리엘의 연설에서 빌려온 표현으로, 예수의 기적을 둘러싼 논쟁의 막을 엽니다. 그는 중풍 환자, 태어날 때부터 보지 못한 맹인, 곱사등이, 나병 환자, 그리고 오랫동안 출혈로 고통받던 여인까지 복음서의 증인들을 하나씩 내세우며, 특히 나사로의 부활을 강조합니다.
빌라도, 마침내 판결을 내리다
빌라도가 세 차례나 개입했지만 유대인들은 예수를 왕으로 받아들이기를 끝내 거부합니다. 그가 동방 박사의 예물을 받았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결국 빌라도는 “이 선한 사람의 피”가 흘러도 자신에게 책임이 없음을 보이기 위해 손을 씻습니다. 그리고 예수에게 매질과 조롱의 행진, 십자가형을 선고합니다.
『빌라도 행전』은 정경 복음서에는 없는 생생한 디테일로 후대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했으며, 빌라도를 비교적 온건한 인물로 그려냄으로써 서방 교회의 빌라도상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