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정 사랑이라는 개념의 탄생
궁정 사랑(courtly love)은 1883년 프랑스의 문헌학자 가스통 파리(Gaston Paris)가 만들어낸 개념이다. 그는 크레티앵 드 트루아(Chrétien de Troyes)의 작품 속 기사 랜슬롯과 귀네비어 여왕 사이의 감정을 설명하기 위해 이 용어를 사용했다.
궁정 사랑은 기혼 여성과, 그녀의 총애를 얻기 위해 무엇이든 헌신하는 구애자 사이의 혼외 관계로 정의할 수 있다. 이는 12세기와 13세기 중세 문학 전반에 걸쳐 두드지게 나타나는 사랑의 형태로, 오크어(Occitan) 서정시에서부터 아서왕 로맨스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성 해방의 신호였을까?
그렇다면 이러한 숭배는 여성의 지위에 있어 하나의 황금기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여성에게 결혼 밖에서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표현할 기회를 열어준 것일까? 사랑하는 여인을 섬기는 남자가 성별 간의 위계를 뒤집은 것일까?
아마도 답은 '아니오'일 것이다. 궁정 사랑은 인구의 극히 일부분, 즉 귀족 엘리트 계층에만 해당되는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문학 속에 남겨진 남성 중심의 질서
이러한 문학 작품 속에서 봉건 세계의 고도로 규범화된 남성적 질서는 여전히 지배적이었다. 표현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남자의 감정과 무용(武勇)이었다. 말하고, 욕망하며, 사랑의 교환에서 진정한 주체가 되는 존재는 남자였다.
반면 작품 속에 등장하는 귀부인은 어디까지나 문학적 인물에 불과했다. 그녀는 육체를 벗어난, 결코 손에 닿을 수 없는 이상적인 존재로 그려졌으며, 당대 여성들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