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기아란 어떤 곳인가?
길리기아(Cilicia)는 터키 남부 아나톨리아에 자리한 고대 지역으로, 북쪽과 서쪽은 타우루스 산맥, 동쪽은 안티타우루스 산맥, 남쪽은 지중해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지리적으로 서쪽의 험준하고 산악적인 지형과 동쪽의 비옥한 평야 지대라는 대비되는 두 지역으로 나뉩니다. 고대에는 아나톨리아에서 시리아로 향하는 유일한 육상 통로가 길리기아를 지나야 했기 때문에, 이곳은 동서 문명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였습니다.
고대 길리기아의 흥망성쇠
기원전 14~13세기에 동길리기아는 처음에는 독립 상태를 유지했으나, 이후 히타이트 제국의 속국이 되었습니다. 기원전 1000년경에는 미케네인들이 해안 지역에 정착하기 시작했으며, 기원전 8세기에는 아시리아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페르시아 제국의 통치 시기(기원전 6~4세기)에는 상당한 반자치적 지위를 누렸습니다. 그러나 기원전 4세기에 들어서면서 마케도니아와 셀레우코스 왕조의 지배를 차례로 받게 됩니다. 셀레우코스 왕조는 칼리카드누스 강변에 셀레우키아(오늘날의 실리프케)를 건설했는데, 이 도시는 훗날 뛰어난 문화 중심지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기원전 1세기에 길리기아는 로마 제국의 속주로 편입되었습니다.
중세와 근대의 격동기
사도 바울이 방문한 곳으로도 알려진 길리기아는 초기 기독교 유적이 매우 풍부한 지역입니다. 7세기부터 무슬림 아랍 세력이 동길리기아를 장악했으나, 964년 비잔틴 제국의 황제 니케포로스 2세 포카스가 이곳을 탈환했습니다.
1080년에는 이주해 온 아르메니아인들이 타우루스 산맥 일대에 공국을 세웠고, 이후 세력을 확장하여 왕국으로 발전했습니다. 이 나라는 '길리기아 아르메니아' 혹은 '소아르메니아'로 불렸습니다. 그러나 1375년 이집트 맘루크 왕조에게 함락되었고, 1515년에는 오스만 튀르크의 지배하에 들어갔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체결된 세브르 조약에 따라 길리기아는 프랑스의 관할 하에 놓였지만, 튀르키예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한 프랑스는 결국 1921년 이 지역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철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