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특한 설계의 전투기
벨(Bell) 사의 P-39 에어라코브라(Airacobra)는 수많은 독특한 특징을 지닌 전투기였습니다. 이 기체는 삼륜(트라이시클) 착륙 장치를 채택한 최초의 전투기였으며, 엔진이 조종석 뒤쪽에 장착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이례적이었습니다. 또한 기본 무장으로 12.7mm 기관총 4정에 더해 37mm 기관포 1문을 탑재했는데, 이 포탄 한 발이면 중폭격기를 포함한 어떤 적기든 격추할 수 있는 위력을 지녔습니다.
당시 소련의 국산 전투기는 아직 독일 공군의 우월한 성능과 전술에 정면으로 맞설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던 시기, 총 4,719대의 P-39가 소련에 인도되었습니다.
중저공에서 빛난 성능
소련이 주로 받은 기종은 P-39와 P-39Q였으며, 알래스카와 페르시아(이란) 경유로 인도되었습니다. P-39는 중·저고도에서 탁월한 성능을 발휘했는데, 동부 전선의 대부분 공중전이 바로 이 고도대에서 벌어졌습니다. 반면 고고도에서는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P-39는 견고하게 제작되었고, 넓고 인체공학적인 조종석을 갖추고 있어 소련 조종사들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당시 소련기의 열악한 조종석 환경과는 정반대였기 때문입니다. P-39의 조종석에는 난방 장치까지 갖춰져 있었고, 자동차처럼 옆으로 열리는 문을 통해 탑승했습니다.
또 하나의 큰 장점은 뛰어난 무전기(송수신기)였습니다. 당시 소련기는 전쟁 내내 무전 장비 자체가 없거나 수신기만 장착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이 기체는 높은 비행 성능과 강력한 주 무장을 갖췄을 뿐 아니라 폭탄 운용도 가능했습니다.
최고 시속 625km의 속력을 낼 수 있었던 P-39는 슈투카(Ju 87) 급강하 폭격기는 물론 Me-109E와 그 후속 개량형들과도 충분히 맞설 수 있었습니다. 더욱이 미국은 이후 개량형인 P-63 킹코브라(Kingcobra) 2,397대(자료에 따라서는 2,672대)를 소련에 추가로 제공했습니다.
조종사들이 사랑한 '귀여운 코브라'
소련 조종사들은 당시까지 경험해본 어떤 기체보다 앞선 이 미국제 전투기를 실제로 사랑했으며, 요격·추격 임무와 지상 공격 임무 모두에 활용했습니다. P-39는 후방을 향해 기관포를 발사하면 가장 무거운 독일 전차마저 손쉽게 파괴할 수 있었지만, 놀랍게도 소련군은 이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습니다.
견고한 구조 덕분에 여러 발의 피탄에도 버틸 수 있어 조종사의 생존율을 높여주었다는 점도 컸습니다. 그래서 소련 조종사들은 이 기체에게 애정 어린 별명인 '코브룰라(kobrula)', 즉 "귀여운 코브라"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에이스와 격추 기록
소련에 처음 인도된 P-39는 20mm 기관포 1문과 기관총 2정으로 무장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37mm M4 기관포와 기관총 4정을 갖춘 중무장형이 인도되기 시작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소련 최고의 에이스 다수가 P-39 덕분에 에이스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알렉산드르 포크리슈킨은 총 59기 중 48기(자료에 따라 47기)를 P-39로 격추하고 추가로 6기를 공동 격추로 기록했으며, 니콜라이 굴라예프(57기 중 41기), 그리고리 레칼로프(56기 중 44기), 드미트리 글린카(50기 중 41기), 보리스 글린카(31기 전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2차 세계대전 소련 에이스 10위 안에서 P-39를 타지 않은 조종사는 단 한 명뿐이었습니다.
포크리슈킨은 쿠반 전투에서만 이 미국제 전투기로 20기의 격추 기록을 세웠습니다. 흥미롭게도 P-39는 2차 대전에서 소련기로서 마지막으로 격추된 기체(1945년 5월 8일, 독일의 Me-262 제트기에 의해)인 동시에, 유럽 전역에서 소련군이 거둔 마지막 격추 기록을 세운 기체이기도 합니다. 1945년 5월 9일 프라하 상공에서 독일 포케볼프 Fw 189를 격추한 것입니다.
소련에 인도된 P-39 중 총 1,030대가 전투나 사고로 손실되었습니다. 미국제 전투기들이 냉전이 시작된 후에도 소련군 마킹을 단 채 계속 운용되다가 1949년에야 퇴역했다는 점 역시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이 기체를 처음 운용한 부대는 제298 항공연대로, 111번의 교전에서 167기의 격추 기록을 세웠습니다. 포크리슈킨과 레칼로프가 함께 복무했던 근위 제16 항공연대 역시 유명한 부대입니다.
제153 항공연대 역시 3개월간 45번의 공중전에서 64기의 독일기를 격추하고 자체 손실은 8기에 그쳤습니다. 같은 연대는 1942년 12월부터 1943년 8월 사이 66번의 공중전에서 63기의 독일기를 파괴했는데, 여기에는 Me-109 23기와 당대 최강급 전투기로 평가받던 Fw 190 23기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기수에 격추 표식을 새긴 채 자신의 P-39에 탑승한 소련의 에이스 알렉산드르 포크리슈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