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잊혀진 전쟁, 그러나 유럽의 운명을 가른 전투
1655년부터 1660년까지 벌어진 '제1차 북방 전쟁'은 작은 나라 스웨덴을 유럽의 강대국으로 끌어올린 가장 중요한 전쟁 중 하나였지만, 정작 세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 러시아,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덴마크, 네덜란드까지 여러 나라를 상대로 싸운 스웨덴 국왕 칼 10세 구스타프는 1658년, 덴마크를 거의 전쟁에서 이탈시키는 데 성공했다.
일련의 패배 끝에 덴마크가 강화를 요청했지만, 스웨덴 국왕은 평화 협상 대신 덴마크를 유럽 국가 지도에서 지워버릴 야심을 품었다. 그의 군대는 수도 코펜하겐을 제외한 덴마크 영토 대부분을 점령했고, 마지막 남은 이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스웨덴 국왕은 도시를 포위했다. 그러나 1658년 10월, 네덜란드 해군 분견대가 스웨덴 해군을 격파하고 물자와 소수의 병력을 실어 나르며 코펜하겐의 봉쇄선을 '뚫어버렸다'.
양측의 전력 비교
코펜하겐은 이미 6개월 동안 포위와 포격을 견뎌온 상태였다. 스웨덴 국왕은 네덜란드 함대가 추가 증원을 실어 나르기 전에 최후의 총공격을 감행해 도시를 함락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임박한 스웨덴군의 기습 계획은 첩보망을 통해 수비군에게 흘러들어갔고, 덴마크인들은 하루라도 더 준비할 시간을 벌며 만전을 기했다.
덴마크 국왕 프레데리크 3세가 거느린 병력은 약 1만 2,000명(네덜란드인 2,000명 포함)이었지만, 대부분은 정규 군인이 아니었다. 나머지는 머스킷, 창, 낡은 화승총, 심지어 낫까지 손에 잡히는 모든 무기를 들고 나선 민간인들이었다. 정규병들은 항구 인근을 지키는 성채(Kastelet)와 슬롯스홀멘 섬 요새의 방어를 맡았고, 코펜하겐 대학교 학생들도 자발적으로 의용부대를 조직해 국왕의 지휘 아래 들어갔다. 반면 스웨덴 국왕이 이끈 것은 그때까지 거의 무적이었던 베테랑 병사 약 1만 명이었다.
승부를 가른 '트릭', 해자 확장 공사
1659년 2월 9일 밤, 스웨덴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슬롯스홀멘과 크리스티안스하운 방면 성벽에 대한 첫 공격이 감행되었으나 모두 격퇴되었다. 이 과정에서 덴마크군은 적의 돌격교 한 개를 노획했는데, 스웨덴군은 이 다리를 놓아 덴마크군의 해자를 건너려던 것이었다. 덴마크군이 다리의 길이를 재 보니 약 11m였다.
그래서 덴마크군은 다리를 무용지물로 만들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바로 해자를 더 넓히는 것이었다. 네덜란드 병사 600명과 함께 밤새 필사적으로 삽을 휘두른 결과, 해자는 13.5m 폭으로 확장되었다. 날씨도 덴마크인들의 편이었다. 밤새 내린 두터운 눈이 적의 눈에, 적어도 귀에는 띄지 않도록 그들의 공사 현장을 가려주었다.
2월 11일 새벽, 총공격과 처참한 참패
2월 10일, 스웨덴군이 총공격을 개시하기 몇 시간 전, 확장된 해자가 마침내 완성되었다. 자정이 지난 2월 11일 새벽, 스웨덴의 베테랑들은 얼어붙은 밤하늘에 전투 함성('Ga Pa', 곧 '덮쳐라')을 높이 울리며 진격했다.
그러나 그들은 곧 경악할 사실을 마주한다. 해자를 건널 수 없었던 것이다. 갈 곳을 잃고 멈춰 선 스웨덴군은 초근거리에서 쏟아지는 수비군의 살상 사격에 고스란히 갈려나갔다. 그럼에도 일부 병사들은 맹렬한 용기와 집념으로 성벽을 오르는 데 성공했고, 그곳에서 결연한 덴마크 수비군과 처절한 백병전을 벌였다.
결국 성벽을 오른 자들은 완전히 분쇄되었다. 스웨덴군은 다른 지점에서 새로운 공격을 시도했지만 덴마크군이 미리 설치한 매복에 걸려 큰 피해를 입고 후퇴했다. 전투는 새벽까지 이어졌고, 지칠대로 지친 스웨덴군은 최소 1,700명의 사상자를 내며 물러났다. 반면 덴마크군의 사상자는 단 14명에 불과했다. 스웨덴 국왕은 패배를 안았지만 당장 포위망을 풀지는 않았다.
전쟁의 종언, 스웨덴은 아무것도 얻지 못하다
그러나 봄이 되자 새로운 네덜란드 함대가 도시에 도착해 포위군의 해상 보급로를 완전히 차단했다. 이후 생존한 스웨덴군은 덴마크 영토 대부분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최종 강화 조약은 1660년에 체결되었고, 국경은 전쟁 발발 이전의 상태로 유지되었다. 결국 스웨덴은 이 거대한 전쟁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