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사

포르투갈 군단: 이베리아에서 러시아까지, 나폴레옹의 '검은 보병'

포르투갈 군단: 이베리아에서 러시아까지, 나폴레옹의  검은 보병

군단의 탄생

1807년 11월, 프랑스와 스페인 연합군이 포르투갈을 침공해 손쉽게 점령했습니다. 이미 쇠퇴한 포르투갈 군대는 제대로 된 저항 없이 해산되었고, 나라는 프랑스 장군 주노(Junot)에게 항복했습니다. 정복 직후 나폴레옹은 해산된 포르투갈 군대 가운데 가장 뛰어난 병사들을 선별해 '포르투갈 군단'을 창설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부대는 총 9,000명 규모로, 경보병 연대 5개, 엄선된 '사냥병(Chasseurs)' 대대 1개, 기마사냥병(경기병) 연대 3개, 포병 연대 1개, 그리고 열병(일반) 보병 대대 등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군단은 1808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편성되었으며, 병사들은 1791년 프랑스 군규에 따라 훈련을 받았습니다.

살라망카의 대탈영

1808년 4월, 군단은 포르투갈 땅을 떠나 스페인을 거쳐 프랑스로 진입한 뒤 독일 방면으로 이동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행군 도중 살라망카에서 포르투갈 군단병의 거의 절반이 집단 탈영했습니다. 이들은 조국 동포들과 함께 프랑스에 맞서 싸우던 스페인 반군 진영에 합류해 귀중한 증원 병력이 되었습니다. 반면 기병과 정예 사냥병 부대는 스페인에서 프랑스군 편으로 싸웠습니다.

결국 프랑스 그르노블에 도착했을 때 군단의 병력은 겨우 4,500명으로 줄어 있었습니다. 초대 지휘관은 알로르나 후작(Marquês de Alorna) 페드루 조제 드 알메이다였습니다.

오스트리아 전역(1809)

포르투갈 군단은 1809년 오스트리아와의 전쟁에 투입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각 대대의 최정예 병사들을 차출해 제13반여단(Demi-Brigade)이라는 정예 부대가 편성되었는데, 흥미롭게도 이 부대의 명맥은 1940년 프랑스 외인부대 산하 제13반여단으로 이어졌습니다.

군단은 오스트리아군 상대로 에치엔도르프 전투와, 특히 유혈이 낭자했던 바그람 전투(1809)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당시 군단은 우디노(Oudinot)가 지휘하는 제2군단 예하 제3사단에 배속되어 있었습니다. 바그람에는 3개 대대와 2개 포병 중대, 총 1,650명이 참전했고, 이 가운데 4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러시아 원정(1812): 보로디노의 참화

그러나 진정한 시련은 1812년 러시아 원정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손실과 탈영으로 1811년 재편성된 군단은 보병 연대 3개, 기병 연대 1개, 포병 부대 1개 체제로 개편된 상태였습니다.

포르투갈 군단은 러시아에서도 용맹하게 싸웠습니다. 스몰렌스크 대전투와 발루티나 고지 전투, 폴로츠크, 비텝스크를 거쳐 마침내 보로디노의 참화까지 몸소 겪으며 참혹한 손실을 감수했습니다. 보로디노 전투에는 사실상 대대 규모에 불과한 포르투갈 연대 3개가 네(Ney) 원수의 제3군단 예하 제10·11사단과 우디노의 제2군단 예하 제6사단에 분산 배속되어 참전했습니다.

뷔르템베르크 출신 파우어(Faure) 소령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러시아군의 요새화된 진지를 공격하는 동안 포르투갈인들은 거의 소멸했고, 그들의 시체가 온통 전장을 덮었다…"

철수와 해산

러시아에서의 끔찍한 철수가 끝났을 때, 군단에 남은 것은 결손 투성이의 대대 하나와 초라한 보병 대대 하나뿐이었습니다. 러시아 원정을 살아남은 포르투갈인은 모두 965명이었습니다. 군단의 제1기병연대는 리투아니아에서 보병과 별개로 작전을 수행했으며, 포르투갈 병사들은 철수 과정의 크라스니 전투와 베레지나 강 전투에서도 끝까지 용맹을 발휘했습니다.

1813년 11월 25일 포르투갈 군단은 공식 해산되었고, 생존 장병들은 특수 공병 대대로 재편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부대 역시 1814년 5월 5일 완전히 해체되었습니다.

'검은 보병'이라는 이름

그 무렵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이미 프랑스의 지배에서 벗어난 상태였고, 영국·포르투갈·스페인 연합군은 프랑스 본토로 진격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포르투갈 출신 군단병들이 나폴레옹 정권에 계속 충성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각종 시련을 견뎌낸 군단병들은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조국에서는 배신자로 취급받았고 일부는 처벌까지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나폴레옹은 자신의 포르투갈 병사들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병사들이 검은색이 아닌 갈색 제복을 입었음에도, 그는 이 군단에 '검은 보병(Infanterie Noire)'이라는 별칭을 붙여주며 그들의 헌신을 기렸습니다.

포르투갈 군단: 이베리아에서 러시아까지, 나폴레옹의  검은 보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