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은 물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다. 그 이유를 밝히는 데 천재의 지성은 필요 없다. 우리 몸은 다양한 음식에서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하며, 그것이 결핍되면 누구에게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전장에서 혹독한 전투를 벌이는 병사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다.
1939년에서 1940년으로 이어지는 겨울, 이른바 '겨울전쟁' 기간에도 허기는 붉은 군대의 기력을 갉아먹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러시아군은 오늘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다시 한번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였다. 프리드리히 대왕과 나폴레옹은 "군대는 배부른 배로 행군한다"고 말했다. 결코 틀린 말이 아니었다. 배부른 병사일수록 더 잘 싸운다.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는 『서부전선 이상 없다』에서 주인공의 입을 빌려 "음식은 탄약만큼이나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세상이 시작된 이래 어떤 장군도 이 견해에 반박하지 못했을 것이다.
스탈린의 오판, '손쉬운 정복'
1939년 11월 30일, 스탈린의 소련은 핀란드를 '제국주의자들'로부터 '해방'하겠다는 작전을 개시했다. 어쩌면 '비나치화'까지 겨냥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스탈린은 작은 나라 하나를 정복하는 일이 식은 죽 먹기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핀란드 동부 국경으로 진입한 소련군은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그 원인은 소련 지휘관들의 미숙함과 무책임함, 병사들의 부실한 훈련, 스탈린의 어리석은 명령, 그리고 소련군의 참담한 보급 상황이었다.
이 모든 장면이 어딘가 더 최근의 일과 닮아 있지 않은가?
핀란드군의 '비밀 병기'는 소시지
반면 핀란드군은 '프로페셔널'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병사들이었다. 그들은 고향의 혹한 환경에 완벽히 적응해 싸웠고, 식량과 겨울 물자도 넉넉하게 보급받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에겐 또 하나의 '비밀 병기'가 있었으니, 바로... 소시지였다.
1939년 12월 10일, 소련 제718소총연대가 국경에서 16km 떨어진 일로만치(Ilomantsi) 마을의 핀란드군을 공격했다. 핀란드군은 후퇴하며 자신들의 식량, 즉 일종의 소시지 스튜를 전장에 남겨두었다.
핀란드군이 지방이 많은 소시지를 애용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극한의 추위 속에서 싸우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 주었기 때문이다. 5일간 눈길을 행군하며 따뜻한 식사를 거의 입에 대지 못한 소련 병사들은, 전투가 잠시 멈추자 적이 남겨둔 음식에 문자 그대로 얼굴을 처박았다!
파야리 소령의 역습, '소시지 전투'
파야리(Pajari) 소령의 지휘 아래 핀란드군은 신속히 재정비한 뒤 소련군에게 역습을 개시했다. 핀란드 제16보병연대의 일부 병사들이 이 공격에 가담했고, 식량을 남기고 물러났던 야전 취사병들과 보급 요원들도 전열에 합류했다.
치열한 전투는 12월 11일까지 이어졌고, 그 결과 소련군은 총검으로 몰아내졌다. 역사에 '소시지 전투(Sausage War)'로 기록된 이 전투는, 겨울전쟁 전체에서 총검격으로 승패가 갈린 몇 안 되는 사례 중 하나였다. 핀란드군은 전사 20명, 부상 55명을 냈으나, 소련군의 손실은 최소 그 다섯 배를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