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유병자들: 유럽은 어떻게 1914년 전쟁으로 걸어 들어갔는가(The Sleepwalkers)』의 저자로 잘 알려진 역사학자 크리스토퍼 클라크(Christopher Clark)가 독일 국제방송 도이체 벨레(DW)와의 인터뷰에서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제1차 세계대전의 공통점에 대해 솔직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전쟁의 원인은 복잡했다"
DW: 저서 『몽유병자들』은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을 촉발했는지, 아니면 수많은 유럽 국가들이 결국 거대한 분쟁 속으로 몽유병 환자처럼 걸어 들어갔는지를 두고 사람들에게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번 연구의 최종 결론은 무엇입니까?
크리스토퍼 클라크: 1914년을 둘러싼 그 책의 결론은 전쟁의 원인이 매우 복잡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무엇이 전쟁을 일으켰는지에 대한 논쟁은 지금도 결말이 나지 않고 진행 중입니다. 그만큼 그 이야기가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다층적인 연결 관계를 인정할 것을 촉구합니다. 이것이 첫 번째 핵심 주장입니다. 두 번째 주장은 전쟁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누가 책임이 있는지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전쟁이 어떻게 촉발되는지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다음에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테니까요.
지금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만약 우리가 "푸틴은 나쁜 사람이고, 그가 전쟁을 일으켰다"라고 단정하고 거기서 끝낸다면, 이 전쟁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울 수 없습니다. 우리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그 전체 이야기를 살펴본다면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가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이 줄어드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 부분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앞으로 이런 상황을 더 잘 관리하는 법을 배울 수는 있을 것입니다.
1914년과 오늘, 무엇이 다른가
DW: 구체적으로 어떻게 배울 수 있습니까? 제1차 세계대전으로 가던 길과 현재 상황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습니까?
클라크: 어느 정도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 아니 발발 직전의 상황이 저에게는 1914년 이전의 상황을 연상시켰습니다. 당시 저는 푸틴의 계획이 20만 명의 병력을 국경에 집결시킨 뒤, 서방이나 우크라이나로부터 양보를 끌어내고 철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처음부터 전쟁을 계획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상황은 1914년과 같지 않습니다. 1914년에는 한 명의 행위자가 타 영토 침공을 결정한 사례가 아니었거든요. 전쟁은 예상치 못한 곳, 즉 발칸반도의 사라예보에서 암살 사건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 복잡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오스트리아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세르비아는 오스트리아의 대응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독일은 오스트리아의 세르비아에 대한 대응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러시아는 정작 자신이 공격받지 않았는데도 세르비아를 지원할 것인가?
극도로 복잡했고, 이 전쟁에 개입한 각 강대국은 서로 다른 논리로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훨씬 단순합니다. 러시아는 상당히 고립되어 있고, 푸틴이 이 결정을 홀로 내렸습니다. 그의 체제 내 고위 인사들 상당수는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알지도 못했다는 점도 분명합니다. 이것은 '푸틴의 전쟁'입니다. 게다가 정보 기관 보고에 따르면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부대 단위의 결정까지 직접 내리며 전쟁 관리에 깊이 개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1914년에 비해 상황은 훨씬 덜 복잡합니다.
인류는 지난 100년간 무엇을 배웠는가
DW: 인류는 지난 100년 동안 무언가를 배웠습니까, 아니면 배우지 못했습니까?
클라크: 분명히 몇 가지는 훨씬 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 존재로서, 즉 '호모 폴리티쿠스(homo politicus)'라는 종으로서 우리가 더 지혜로워졌는가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 부분에서는 학습 속도가 훨씬 느리고, 늘 옛 행동 방식으로 되돌아가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유럽연합(EU)이 우리가 얻은 일종의 역사적 교훈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라는 교훈이 정치적 질서로 번역되어, 그렇지 않았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영속성을 갖추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푸틴을 생각해 보면,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뿐 아니라 지도자로서의 그의 성격 전반, 예컨대 맨몸으로 말을 타는 모습이나 폭력적인 이미지 연출 같은 것들은 모두 매우 원시적(atavistic)입니다. 반면 유럽 지도자 중 얼마나 많은 여성이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공격적 행동에 대응하는 전략이 여성 지도자들에 의해 얼마나 발전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우리가 변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서구가 과거와 매우 달라졌다고 믿으며, 러시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러시아인들은 푸틴의 위험하고 무모한 정책에 일말의 동조도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푸틴은 아마도 그의 개인사에 뿌리를 둔 이유로, 우리가 아직 배우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원시적 행동과 자기 과시를 일삼는 인물입니다.
제3차 세계대전의 위험은?
DW: 그렇다면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제3차 세계대전의 가장자리에 서 있는 것입니까?
클라크: 첫 번째 답은, 저도 여러분과 모든 사람들처럼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저는 푸틴 역시 그것이 일종의 자멸이 될 것임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선택에 이르려면 그는 자살적이어야 합니다. 많은 것이 그가 얼마나 비합리적인지, 그리고 그가 그런 결정을 내린다면 그의 체제가 따를 것인지에 달려 있습니다. 체제 자체가 그런 위험을 감내할 만큼 충분히 강하다는 정황이 많습니다. 그러니 답은 물론 우리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원하는 대로 내버려두면, 우리는 그의 국제법에 대한 범죄적 위반을 사실상 승인하고 합법화하는 꼴이 됩니다. 반대로 우리가 대응하면서 과잉 대응한다면, 문제를 더욱 확전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핵 버튼을 막을 사람은 있는가
DW: 그럼 푸틴 주변 인사들이 그가 핵 버튼을 누르지 못하도록 제지할 것이라고 낙관하십니까?
클라크: 푸틴이 그의 체제를 지탱하는 넓은 지지 기반의 많은 이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는 신호가 여럿 포착됩니다. 푸틴은 갈수록 고립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술핵 사용 같은 식으로 위험을 확대하는 중대 결정이 내려질 경우, "안 된다, 우리는 그러지 않겠다"고 말하는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바랍니다. 실제로 과거에도 그런 일은 있었습니다. 러시아는 하나의 목소리로 말하지 않습니다. 복잡한 나라이며, 고도로 발달된 나라이고, 유럽의 일부입니다. 아주 많은 러시아인들이 이미 나라를 떠나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그중에는 지식인과 문화 언론 종사자들도 많습니다.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푸틴이 러시아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