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에 바다를 항해하던 선원들은 어떻게 식수를 확보하고 운반했을까요?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당시 선원들은 주로 나무로 만든 통, 즉 배럴(barrel)을 사용해 물을 저장하고 운반했습니다.
도기 암포라에서 나무 통으로
1400년대 이전까지 해상 운송의 표준 용기는 도기로 빚은 암포라(amphora)였습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부터 이어져 온 암포라는 오랫동안 곡물, 기름, 포도주 등을 실어 나르는 데 널리 쓰였습니다.
그러나 15세기에 접어들면서 나무 통이 암포라를 대체하기 시작했습니다. 유럽 각지의 조선소와 무역항에서는 배럴이 새로운 표준 용기로 자리 잡았고, 특히 물과 같은 액체류를 운반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가 되었습니다.
선원들이 나무 통을 선택한 세 가지 이유
1. 뛰어난 내구성
도기는 충격에 깨지기 쉬워 거친 파도 속에서 손상 위험이 컸습니다. 반면 나무 통은 판자를 서로 맞대고 철테로 조여 만들어 충격에 강했으며, 설령 손상되더라도 수리가 비교적 용이했습니다.
2. 선창에 쌓기 좋은 형태
암포라는 불규칙한 모양 때문에 적재 공간을 낭비하기 일쑤였지만, 배럴은 원통형 구조 덕분에 선창 바닥에 안정적으로 눕혀 쌓거나 여러 겹으로 올려 놓을 수 있었습니다. 좁은 배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긴 항해에서 큰 장점이었습니다.
3. 누수 걱정이 적음
숙련된 장인이 판자 사이를 꼼꼼히 맞추고 물에 부풀어 밀폐되는 목질 구조를 활용했기 때문에, 배럴은 물이 새는 일이 드물었습니다. 귀중한 식수를 한 방울도 낭비하지 않아야 하는 항해 환경에서 이는 결정적인 강점이었습니다.
배럴 뒤의 숨은 주역들
이러한 배럴은 '쿠퍼(cooper)'라고 불리는 전문 통 장인들이 제작했습니다. 주로 오크와 같이 단단하고 방수성이 좋은 재목을 다루어, 바다의 흔들림과 습기에도 견딜 수 있는 견고한 통을 만들어냈습니다.
함께 알아두면 좋은 사실
긴 항해에서는 정수된 물이 상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15세기 선원들은 물 외에도 보존성이 좋은 맥주나 포도주를 함께 실어 나르곤 했는데, 이 역시 배럴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결국 나무 배럴은 단순한 운반 용기를 넘어, 대항해 시대를 연 핵심 기술 중 하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