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세계의 두 초강대국
기원후 1~2세기경,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과 서쪽 끝에는 각각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제국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동아시아의 한나라(漢)와 지중해 세계의 로마 제국은 당시 전 세계 인구의 절반 가까이를 통치했으며, 오늘날 중국과 서양 문명의 뿌리가 되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한나라: 중국 황금기의 개막
건국과 통치
한나라는 기원전 206년부터 서기 220년까지 약 400년간 중국을 다스린 제국입니다. 진나라가 붕괴하자 농민 출신 반군 지도자였던 유방(劉邦)이 한왕조를 세웠고, 수도는 현재의 시안에 해당하는 장안(長安)에 두었습니다.
경제와 기술
한나라의 경제는 농업을 기반으로 하되, 실크로드를 통한 무역과 제조업이 크게 발전했습니다. 이 시기에 나침반과 제지술 같은 세계사를 바꾼 첨단 기술이 탄생했으며, 이러한 발명품들은 훗날 실크로드를 따라 서양으로 전파되었습니다.
문화와 외교
정신적 지주였던 유교가 국가 통치 이념으로 자리 잡았고, 불교 또한 이 시기 중국에 전래되어 널리 퍼졌습니다. 군사적으로는 중앙아시아의 광활한 영토를 정복했으며, 주변 여러 나라들과 조공 관계를 맺어 동아시아 질서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멸망
그러나 후기에 들어 부패, 내분, 외족의 침입이 겹치면서 제국은 점차 쇠퇴했고, 결국 3세기에 위·촉·오 삼국(三國)으로 분열되며 막을 내렸습니다.
로마 제국: 지중해의 패자
건국과 통치
로마 제국은 기원전 27년부터 서기 395년까지 유럽, 북아프리카, 중동의 상당 부분을 통치했습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양자인 아우구스투스가 초대 황제가 되면서 제정이 시작되었고, 수도는 물론 로마였습니다.
경제와 기술
한나라와 마찬가지로 농업, 무역, 제조업이 경제의 핵심이었으며, 수도교(aqueduct)와 콘크리트 같은 혁신적인 기술로 웅장한 도시와 인프라를 건설했습니다. 특히 로마법과 행정 제도는 오늘날 서양 문명에 지대한 영향을 남겼습니다.
종교와 위기
4세기에는 기독교가 로마 제국의 공식 종교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제국은 게르만 부족 등 외부 세력의 끊임없는 압박에 직면해야 했습니다.
분열과 멸망
4세기 말 제국은 서로마 제국과 동로마 제국으로 분할되었습니다. 서로마 제국은 5세기에 게르만족의 침입으로 멸망했지만, 동로마 제국(비잔티움 제국)은 15세기까지 약 1천 년 더 존속하며 로마의 명맥을 이어갔습니다.
두 제국이 남긴 유산
흥미롭게도 두 제국은 농업·무역·제조업 기반의 경제, 광대한 영토를 지배하는 강력한 군사력, 그리고 후대에 지속된 법률·철학·기술적 성취 등 많은 공통점을 지녔습니다. 한나라는 중국 문명의 정체성을, 로마 제국은 서양 문명의 골격을 각각 형성했으며, 두 제국의 유산은 오늘날에도 전 세계 곳곳에서 생생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