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보석 중 하나인 에메랄드. 그러나 인류가 언제, 어디서 이 녹색 보석을 처음 채굴하기 시작했는지는 오랫동안 과학계의 숙제로 남아 있었습니다. 최근 연구들은 그 답이 어퍼 이집트(Upper Egypt), 즉 이집트 동부 사막에 있음을 시사합니다. 홍해 항구 도시 베레니케(Berenice) 인근의 시카이트자바라(Sikait-Zabara) 광산 일대가 바로 에메랄드 채굴의 요람으로 지목되는 곳입니다.
바르셀로나 자치대학교(UAB)의 Joan Oller Guzmán 교수가 이끄는 '시카이트 프로젝트(Sikait Project)'는 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첫 번째 고고학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홍해주(Red Sea Governorate)에 위치한 와디 시카이트(Wadi Sikait) 로마 유적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고대에는 '몬스 스마라그두스(Mons Smaragdus)', 즉 '에메랄드 산'으로 불린 이 땅은 로마 제국 전역에서 베릴(녹주석) 광물의 녹색 변종, 다시 말해 우리가 에메랄드라고 부르는 보석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산지였습니다.
발굴은 델라웨어 대학교의 H.E. 사이드보텀(H.E. Sidebotham)이 지휘하는 '동부 사막 조사 프로젝트(Eastern Desert Survey Project)'의 틀 안에서 수행되었으며, 폴란드 지중해 고고학 센터도 협력했습니다. 팔라르크 재단과 바르셀로나 자치대학교의 재정 지원, 그리고 이집트 고대유물최고위원회가 부여한 발굴 허가 덕분에 프로젝트가 실현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잘 보존된 에메랄드 채굴 정착지, 와디 시카이트
첫 번째 발굴 캠페인의 초점은 에메랄드 채굴 관련 정착지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보존 상태가 가장 좋은 와디 시카이트였습니다. 19세기부터 이곳의 존재가 기록으로 남아 있었으며, 2000년부터 2003년 사이에도 여러 차례 탐사와 발굴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번 조사는 이 정착지의 성격, 연대기, 변화 과정, 특히 고대에 에메랄드 광산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었는지를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연구팀은 '대사원(Great Temple)', '행정관', '6창관(Six Windows Building)'이라는 세 곳을 핵심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고, 그 결과 각 구조물의 특징과 연대에 관한 몇 가지 가설이 확인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 유적이 로마 제국기와 고대 후기, 두 개의 뚜렷한 단계를 거쳐 형성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아울러 정착지에서 종교 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함도 드러났습니다. 소위 '행정 건물'로 불리던 공간이 실제로는 신성한 용도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으며, 현장에서 출토된 풍부한 유물을 통해 지역의 본당 역할을 했던 '대사원'에서 치러진 풍성한 의식의 흔적도 확인되었습니다.
'6창관' 발굴이 바꾼 에메랄드 채굴 방식에 대한 이해
'6창관' 주변 발굴은 특히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낳았습니다. 이전까지 단순한 가옥으로 여겨졌던 공간에서 실제 광산 입구가 확인된 것입니다. 이 발견은 이러한 유형의 정착지에서 에메랄드가 어떻게 채굴되었는지에 대한 기존 통념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러한 성과들을 종합하면, 이번 발굴 캠페인은 와디 시카이트 광상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그치지 않고 로마 세계의 에메랄드 채굴 전반에 대한 학계의 지식을 한 단계 끌어올린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 평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