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인류의 요람을 밝히다
20세기 후반은 인류 기원 연구에 혁명적인 전환점이 된 시기였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을 '인류의 요람'으로 규정하는 학설이 확립되어 오늘날까지 정설로 이어지고 있는데, 그 토대를 마련한 핵심 인물이 바로 메리 리키(Mary Leakey)와 루이스 리키(Louis Leakey) 부부입니다. 두 연구자는 탄자니아 올두바이 협곡에서 체계적인 고고학 발굴을 시작했고, 과학 활동 전반에 걸쳐 이 작업을 꾸준히 이어갔습니다.
발굴 과정에서 리키 부부는 수많은 화석 유적을 발견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두 종의 호미닌(hominin)을 새롭게 정의한 성과는 특별히 주목할 만합니다. 하나는 파란트로푸스 보이세이(Paranthropus boisei)이며, 다른 하나는 우리 속(호모 속)에서 가장 오래된 대표종으로 꼽히는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입니다. 특히 호모 하빌리스는 석기 유물과 다른 포유류의 뼈 유적과 함께 출토되어 큰 의미를 갖습니다.
최초의 석기 제작 기술
리키 부부는 발견된 호미닌들이 주변 환경에 풍부한 암석(용암, 규암 등)을 이용해 도구를 만들 수 있었음을 비교적 빠르게 밝혀냈습니다. 제작 방식은 돌에 정확히 힘을 가해 날카로운 모서리를 지닌 작은 조각을 떼어내는 '조각법(flaking)'이었습니다. 이렇게 만든 석기로 사냥한 동물의 근육 조직을 분리하거나, 뼈를 깨뜨려 골수를 얻는 데 활용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FLK 유적지에서 나타난 생활의 흔적
가장 상징적인 발굴지는 메리 리키가 호모 하빌리스의 유해를 발견한 올두바이의 FLK(프리다 리키 코롱고) 지역입니다. 이곳에서는 주변 환경에서 운반되어 가공된 흔적이 남은 암석 유물과 함께 코끼리, 하마 등 다양한 동물의 부러진 뼈가 다수 출토되었습니다.

당시 제시된 가장 설득력 있는 해석은 이러합니다. 호모 하빌리스는 단순히 돌을 운반하고 가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록된 여러 동물을 직접 사냥하거나 청소(scavenging)한 장본인이었다는 것입니다. 즉 FLK는 호미닌들이 동물의 시체를 처리해 먹고, 무리의 다른 개체들과 음식을 나누기 위해 선택한 장소였다는 설명입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모든 고고학적 유적이 180만 년이 넘는 유물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FLK West에서 만난 호모 에렉투스
저희 연구 프로젝트 역시 FLK와 같은 성격의 유적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다만 위치는 조금 더 서쪽의 FLK West이며, 이곳에서 리키 부부가 발굴했던 지층 위에 놓인 한 개의 지층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약 150만 년 전으로 편년되는 이 유적의 주인공은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 즉 호모 하빌리스의 후손입니다. 저희는 이곳에서 코끼리, 하마 등 대형 포유류의 사체 유적이 아슐리안(Acheulean) 시기를 대표하는 석기 유물과 연관되어 발견되었음을 확인했습니다.
3D 기록으로 완성하는 발굴 방법론
출토 유적의 학술적 가치만큼이나 강조해야 할 것이 발굴 방법론입니다. 2센티미터에 불과한 작은 돌 조각부터 대형 포유류의 두개골까지, 모든 유물을 3D 좌표로 기록·배치함으로써 고고학 유적을 원래 위치 그대로 복원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이 자료는 오늘날뿐 아니라 미래 세대의 고고학자들도 연구할 수 있는 소중한 기록으로 남습니다.
올두바이 FLK West에서 진행된 이러한 작업은 호모 에렉투스의 생활 방식과 일상 활동을 한층 더 현실적으로 재구성하는 길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아슐리안 문화에 대한 연구가 계속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