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2000년 전 로마군의 '치명적인 도토리'…독일 고대 진영에서 투석용 납탄 81발 발견

독일 고대 로마 진영에서 발견된 투석용 납탄 81발

독일 베스트팔렌주 할터른(Haltern)의 고대 로마 진영 유적에서 무게 약 6kg에 달하는 납 투석탄 81발이 한곳에 모여 묻혀 있는 채 발견되었습니다. 평균 무게 75g의 이 '납공'들은 2000년 전 로마 군단이 사용하던 장거리 무기의 흔적으로, 적군에게 상당한 피해를 입힌 강력한 무기였습니다.

2000년 전 로마군의  치명적인 도토리 …독일 고대 진영에서 투석용 납탄 81발 발견

처음 보면 그저 자갈 더미처럼 보이지만, 고고학자들에게는 값진 보물입니다. 누가 이것들을 땅속에 조심스럽게 숨겨두었을까요? 지나치게 무거운 장비에 지친 병사가 짐을 덜기 위해 내려놓은 것일까요, 아니면 새 탄약으로 교체하기 위해 버린 것일까요?

할터른 진영은 반란을 일으킨 게르만족을 로마의 지배 아래 두기 위해 파견된 수많은 군단이 주둔했던 곳으로 유명합니다. 그중 가장 잘 알려진 제19 아우구스투스 군단은 서기 9년, 이곳에서 약 200km 떨어진 토이토부르크 숲 전투에서 게르만족에게 궤멸당했습니다.

때로는 화살보다 더 효과적이었던 투석

이런 납탄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베르킨게토릭스가 이끄는 갈리아 연합군이 카이사르에게 패배한 프랑스 부르고뉴의 알레시아에서도 여러 개가 출토되었습니다. 파리 소르본 대학의 역사학자 얀 르 보헥(Yann Le Bohec)은 "투석은 고대 전역에서 널리 사용되었다"고 설명합니다. '훈다(funda)'라고 불린 이 장거리 무기는 적진에 큰 피해를 안겼습니다.

4세기 로마 역사가 베게티우스(Vegetius)는 군사 전술 저서 『데 레 밀리타리(De re militari)』에서 "병사들은 갑옷을 입고 있음에도 적의 화살보다 투석탄에 더 크게 방해받는다. 돌은 몸을 찢거나 피를 흘리게 하지 않고도 사람을 죽인다"고 기록했습니다.

얀 르 보헥은 "투석병은 궁수·투창병과 함께 움직이며 군단병이 백병전에 돌입하기 전 적을 지치게 하고 많은 사상자를 냈다"며 "갈리아 전쟁 중에는 카이사르의 부관이 갈리아인이 쏜 투석탄에 턱이 뭉개지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2000년 전 로마군의  치명적인 도토리 …독일 고대 진영에서 투석용 납탄 81발 발견

200m 밖의 과녁을 맞히던 정예 병사들

베게티우스에 따르면 이들은 거의 200m 거리의 목표물도 정확히 겨냥할 수 있었던 정예 병사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공화정 시대 로마는 발레아레스 제도까지 가서 이들을 모병했다고 전해집니다.

자신들의 위력을 잘 알았던 투석병들은 때때로 탄환에 메시지를 새겨 적에게 보내기도 했습니다. 장군의 이름, 의식 문구, 또는 노골적인 위협 문장 등이 그것입니다. 실제로 기원전 86년 아테네 공방전 당시 로마 장군 술라를 섬기던 그리스 병사들은 승리 후 아테네 여성들에게 어떤 운명을 안길 것인지 경고하는 문구를 새겨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할터른에서 발견된 이 '구슬 자루'는 정말 제19군단 병사의 것이었을까요? 어쨌든 바로 이 시기에 할터른 진영은 로마군에 의해 버려졌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런 상상을 하게 됩니다. 진영 철수 당시, 목숨을 구하기 위해 몸을 가볍게 해야 했던 급한 군단병이 이 81발의 투석탄을 황급히 도랑 속에 던져 넣었을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