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대리석 조각상은 흰색이 아니었습니다. 독일의 고고학자 빈첸츠 브링크만(Vinzenz Brinkmann)은 실물 크기의 채색 복제품을 제작하며 이 사실을 증명해 왔지만, 그가 재현한 화려한 색채는 학계에서 만장일치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순백의 그리스라는 착각
그리스 조각상은 희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전부가 흰 것은 아니었죠. 이는 대부분의 과학자와 역사학자들이 오랫동안 인정해 온 확립된 사실이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순백의 광채로 빛나는 이상화된 그리스를 떠올리곤 합니다.
30년 넘게 브링크만은 날로 정교해지는 분석 기술로 대리석 조각상에 남은 안료의 흔적을 면밀히 연구하며, 조각상들이 지녔던 옛 영광을 되살리는 데 몰두해 왔습니다. 2003년부터 세계를 순회 중인 전시회 '신들의 색(Gods in Colour)'에서 그는 실물 크기에 '원래의 색'을 입힌 고대 조각상 복제품들을 선보입니다. 다만 그가 주장하는 원래의 색이 모든 과학자의 동의를 얻는 것은 아닙니다.
X선, 적외선, 자외선으로 읽어내는 색의 흔적
대리석 조각은 그리스·로마 문명이 남긴 가장 소중한 유산 중 하나입니다. 그리스인들은 기원전 5세기부터 청동 조각을 제작했지만, 오랜 세월을 견뎌 온 작품들은 대부분 로마 시대의 대리석 복제본입니다. 대리석에는 보존상 뚜렷한 장점이 있습니다. 청동과 달리 전쟁이나 물자 부족 시 무기와 갑옷을 만들려고 녹여 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새로운 기술이 수천 년 된 유물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 줍니다. 사실 이미 르네상스 시대에 그리스·로마 조각상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할 때부터, 드물긴 하지만 육안으로도 식별 가능한 채색 흔적이 존재했고, 그중 일부는 오늘날까지도 남아 있습니다.
약 2500년 전의 색을 복원하기 위해 브링크만은 고출력 램프, 자외선(UV), 적외선 램프 등 다양한 장비를 총동원했습니다. 육안으로도 일부 채색 흔적을 발견할 수 있지만, 자외선을 비추면 안료 속 특정 유기 화합물이 형광을 내며 무늬가 드러납니다. 정확한 색을 알아내려면 X선과 적외선을 결합해야 하는데, 가시광선 스펙트럼 양 끝에 위치한 이 파장들은 안료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르게 흡수되고 반사됩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특성을 극도로 정밀하게 파악하고 있어서, 각 스펙트럼에 안료를, 안료에 색을 대응시키기만 하면 수수께끼가 풀립니다. 이후 조각상은 석고로 뜰어 똑같이 복제되고 손으로 직접 채색됩니다.

"색 표현만큼은 아쉽다"
브링크만이 재현한 헬레니즘 신들이 논란을 일으키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색의 강렬함 때문입니다. 브뤼셀 왕립 예술유산연구소의 미리암 세르크드바이데(Myriam Serck-Dewaide)는 "무늬의 위치를 밝혀내는 작업 자체는 놀라운 수준입니다. 하지만 색 재현에 있어서 이 복원품들은 형편없습니다"라고 평가합니다. 그녀에 따르면 복제품의 단조로운 면과 요란한 색채는 벽화, 도기 등 헬레네 세계 예술에서 보여준 정교한 채색 기법의 완성도와는 거리가 멉니다. 현대의 기술로는 이집트에서처럼 원형이 온전히 보존된 모델이 없다면 작품 본연의 미학적 질감을 되찾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집트의 복원품 또한 매우 생생하지만, 동시에 매우 정교하고 아름답습니다."
피에르 마리 퀴리 대학(UPMC)의 필리프 발터(Philippe Walter)는 조각상의 실제 색이 "안료의 성질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접착제(바인더)와 바탕칠의 존재 여부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덧붙여 "다른 연구들에 따르면 색은 균일하지 않았다. 여러 안료를 혼합함으로써 그리스인들은 빛과 그림자의 효과까지 만들어냈다"고 설명합니다.
흰 조각상에 대한 애착과 문화적 함의
문화적·주관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알고 감상해 온 순백의 조각상에 집착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조각상이 채색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백악관부터 판테온에 이르는 저명한 신고전주의 건축물의 장식 방식은 물론, 한때 찬란하게 빛나던 성당들이 어떻게 개보수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까지 다시 정립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무기여 잘 있거라』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나는 조각이 늘 지루했다. 하지만 적어도 청동 조각은 볼만하다. 반면 대리석 흉상은 언제나 묘지 같은 느낌이다." 만약 그가 '신들의 색'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었다면, 전직 종군기자였던 그는 조각 예술에 대해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갖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