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에서 돌아온 이브 위벨만(Yves Ubelmann) 프랑스 스타트업 '아이코넴(Iconem)' 창립자가 팔미라 유적과 주요 기념물의 전체 3D 디지털화 작업을 막 완료했다. 그를 만나 파괴된 현장의 생생한 증언을 들었다.

드론으로 촬영한 파괴된 벨 신전의 항공 사진. ⓒ Iconem/DGAM
전쟁이 남긴 상흔을 디지털로 보존하다
[문화유산] 시리아에서 돌아온 프랑스 스타트업 아이코넴은 2016년 3월 27일 다에시(Daesh, IS) 세력이 축출된 직후 팔미라 유적과 주요 기념물의 전체 3D 디지털화 작업을 완료했다. 드론 촬영과 사진측량 기법을 결합해 이 분야의 선구자인 아이코넴의 고고학자들은 전투와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자행된 파괴 이후 버려진 그대로의 유적 모습을 가상 아카이브로 남기고자 했다.
이 특별한 작업은 시리아 고대유적·박물관총국(DGAM)과의 파트너십으로 추진된 '시리안 헤리티지(Syrian Heritage)'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 프로젝트는 전쟁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시리아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세계 최대 규모의 3D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목표로 한다. 아이코넴 창립자 이브 위벨만이 이번 임무의 이면을 Sciences et Avenir에 상세히 설명했다.
Q. 팔미라에서 몇 년간 건축가로 일하며 잘 아는 곳입니다. 이번에 유네스코 세계유산 현장을 다시 찾게 된 경위는?
3월 말, 다에시가 곧 팔미라를 떠날 것이라는 시리아 고고학자 동료들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즉시 시리아로 향해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해 유적 전체를 3D로 모델링하기 위한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다마스커스에서는 DGAM 대표단을 만났는데, 시리아 박물관 담당 국장 아흐마드 딥(Ahmad Deeb), 팔미라 박물관 전 관장 칼릴 알하리리(Khalil Al-Hariri), 그리고 엔지니어, 건축가, 고고학자들, 특히 파리 고등사범학교(ENS) 라백(Labex) 소속 박사후 고고학자 후망 사드(Houmam Saad) 등이 함께했습니다.
다마스커스-팔미라 도로가 너무 위험해 통행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홈스를 거쳐야 했고, 홈스를 기지 캠프로 삼았습니다. 매일 이 우회 경로로 3시간을 운전해 팔미라에 도착했습니다.

팔미라의 대 로마식 주랑과 원형극장(서기 1~2세기). 2015년 다에시에 의해 약 20명이 이곳에서 살해되었다.
Q. 팔미라에 도착했을 때 첫 반응은 어땠나요?
언제나 알던 그대로, 수평선 너머로 펼쳐진 놀라운 유적을 다시 보고 눈부심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완전히 부서진 지면 위에 서게 되었습니다. 러시아 제거반원들이 다에시가 최대한의 피해를 입히려 의도적으로 남긴 지뢰를 발굴해 제거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매우 충격적인 광경이었습니다.

팔미라 무덤 계곡에서 완전히 분쇄된 탑묘 열두 개. ⓒ Iconem/DGAM
Q. 어떤 고고학적 파괴를 목격했나요?
벨 신전, 바알샤민 신전, 개선문, 그리고 여러 탑묘들이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우리는 가져온 드론으로 남아 있는 유구에 대한 3D 조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일부 석재는 온전한 상태로 떨어져 나와 재조립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다른 것들은 가루가 되어 자갈 상태로 변해버려 안타깝게도 영원히 복원할 수 없습니다.
유적 끝자락, 절반이 파괴된 무덤 계곡으로 향한 뒤, 후망 사드가 과거에 집중적으로 연구했던 유명한 '세 형제의 무덤'에 도착했을 때는 뜻밖의 발견을 했습니다. 다에시가 이 지하 묘실(히포게움)을 은신처로 사용한 흔적이 있었던 것입니다. 배낭, 옷, 신발, 매트리스까지 모든 것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급하게 도주하는 바람에 짐을 챙길 시간조차 없었던 모양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팔미라 성채의 3D 사진측량 조사. 붉은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정확히 파괴된 지역이다. ⓒ Iconem/DGAM
Q. 유적의 잠재적 '재건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는 이런 논쟁에 개입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재건축', '복원', '재조립'처럼 서로 다른 개념의 단어들 사이에 이해의 차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랍어에서 영어나 프랑스어로 이렇게 구별되는 용어들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아이코넴 프로젝트의 목표는 오직 팔미라 유적에 관한 매우 정밀한 기록 자료를 구축해, 전 세계 어디에 있든 전문가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논의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팔미라 바로 위에 세워진 16세기 요새 칼라트 이븐 마안(Qalat Ibn Maan), 즉 세계유산에도 등재된 성채와 그 파괴 상황을 공개했습니다. 다에시는 2016년 3월 25일 이곳에서 축출되었습니다. 팔미라 유적 전체의 3D 데이터도 곧 공개될 예정입니다.

2016년 3월 27일 다에시가 떠난 그대로의 팔미라 박물관 전시실. ⓒ Iconem/DGAM
Q. 박물관의 상황은 어땠나요?
도착했을 때 그곳은 진정한 무인지대였습니다. 주변에 살아 있는 것 하나 없이요! 내부는 완전히 약탈당해 있었는데, 저는 몇 년간 그 방 중 하나에서 일했던 터라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즉시 사진측량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다에시가 저지른 파괴는 정확히 기록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모든 전시실과 그곳에 가해진 피해에 대한 수천 장의 3D 이미지를 확보했습니다. 경찰이 범죄 현장에서 증거를 남기듯, 과학적인 목록 작성 작업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조작도 이루어지기 전에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지금, 박물관의 모습은 이미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복원사들이 청소 작업을 시작했으니까요. 파리에서는 우리의 알고리즘이 이미 이 모든 이미지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다행히도 전시되어 있던 조각상 대다수는 다에시가 도착하기 직전 시리아 고고학자들에 의해 미리 옮겨져 구출되었습니다.
Q. 시리안 헤리티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다른 시리아 문화유산 현장도 방문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디였나요?
시리안 헤리티지는 전쟁으로 위협받는 시리아 문화유산을 위해 구축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3D 고고학 데이터베이스입니다. 모든 흔적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는 세계유산에 등재된 라타키아 근교의 살라딘 요새(칼라트 살라 엘딘)의 전체 조사와 함께, 십자군 시대 프랑크족이 세운 사피타의 중세 탑 조사도 이어갔습니다. 홈스 근처에 위치한 이 탑은 호스피탈 기사단 소속 건축물이었습니다.
이후 우가리트(라스 샴라)를 다시 방문했고, 레바논의 바알베크 신전에 필적할 만큼 거대한 석재를 지닌 놀라운 로마 신전도 조사했습니다. 현지 임무는 타르투스 근교에 위치한 페니키아 유적 아므리트(Amrit) 조사로 마무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