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죽음 뒤에 태어난 아이, 중세 무덤에서 발견된 희귀 '관 내 출생'의 비밀

이탈리아 이몰라(Imola)에서 고고학자들이 '관 내 출생(coffin birth)'이라 불리는 희귀 사례를 발굴했습니다. 유골에 대한 정밀 분석을 통해 어머니의 사인과 사후에 일어난 '출산'의 원인까지 추적할 수 있었습니다.

죽음 뒤에 태어난 아이, 중세 무덤에서 발견된 희귀  관 내 출생 의 비밀

얼어붙은 출산, 무덤 속에서 발견되다

2010년, 이탈리아 볼로냐 인근 이몰라에서 고고학자들은 수수께끼 같은 유골을 발굴했습니다. 기원후 6~7세기 롬바르드 시대로 추정되는 무덤에서 한 여성의 유해가 나왔는데, 다리 사이에는 태아의 뼈가 드러나 있었고 일부는 고인의 골반뼈 사이에 끼어 있었습니다. 마치 죽음이 순간을 얼려 버린, 끝내 마치지 못한 출산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페라라 대학교와 볼로냐 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2018년 2월 15일 국제 학술지 'World Neurosurgery'에 이 유골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발견은 당대, 즉 7세기 의료 지식의 수준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단서이기도 합니다.

사후 분해 가스가 아기를 밀어냈다

유골 분석 결과, 어머니는 사망 당시 25~35세였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태아의 대퇴골 길이를 측정한 결과 임신 38주로, 출산 예정일을 약 2주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아기는 어머니보다 오래 살지 못했습니다.

이는 '사후 태아 배출(post-mortem fetal expulsion)', 혹은 주로 일어나는 장소의 이름을 딴 '관 내 출생(coffin birth)'이라 불리는 희귀 사례입니다. 오늘날에는 보기 드문 현상이지만, 법의학이나 고고학 분야에서는 여전히 종종 접하는 일입니다. 임산부가 사망하면 시신 분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가 복강 안에 차오르게 됩니다. 사망 후 2~5일이 지나면 이 가스의 압력이 자궁에서 아기를 밀어낼 만큼 강해질 수 있습니다. 가스에 밀린 아기는 산도를 통해 자연스럽게 나오지만, 때로는 압력이 충분하지 않아 근육 수축 없이 아기가 어머니 몸속에 부분적으로 머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마의 작은 구멍, 두개골 천공술의 흔적

과학자들의 분석은 이 사건을 더욱 정밀하게 재구성할 수 있게 해주었는데, 특히 어머니의 사인을 밝힌 결정적 단서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이마 상단에 있는 지름 약 5mm의 작은 원형 구멍이었습니다. 주변에 남은 자국으로 미루어 이 젊은 여성은 두개골 천공술(trepanation)을 받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두개골 천공술은 신석기 시대부터 알려진 매우 섬세한 외과 술기로, 드릴 비트를 사용해 두개골에 구멍을 뚫는 방식입니다. 오늘날 뇌종양 제거나 경막외·경막하 혈종의 출혈 배출에 쓰이는 기법에 영향을 준 조상격 수술입니다. 롬바르드 시대 이탈리아에서도 이 술기는 널리 알려져 있었고 실제로 시행되었습니다.

죽음 뒤에 태어난 아이, 중세 무덤에서 발견된 희귀  관 내 출생 의 비밀

어머니의 두개골에서 발견된 천공술 흔적. Pasini et al./World Neurosurgery

자간증 치료를 위한 수술이었을 가능성

상처의 치유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젊은 여성은 수술 후 한동안 생존했습니다. 즉, 천공술 자체가 사인은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연구진은 그녀의 임신과 수술 사이에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연구진의 가설에 따르면 그녀는 임신으로 인한 고혈압이 유발하는 경련성 발작, 이른바 자간증(eclampsia)을 앓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두개골 천공술은 과거 고혈압 치료에 사용되어 두개강 내 압력을 낮추는 데 활용되었다"며 연구진은 "따라서 이 병소는 임신성 고혈압 질환의 치료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의사들은 자간증을 고치기 위해 어머니와 아이 모두를 구하고자 수술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불행히도 수술은 병세를 완화하지 못했습니다. 자간증은 임신을 즉시 중단하지 않으면 치명적이며, 유산만이 유일한 치료법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여성은 아이를 품은 채 세상을 떠났고, 자연스러운 부패 과정은 그녀가 무덤 속에서 출산하게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