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작품에 남아 있는 미생물의 구성은 그 작품이 제작된 장소와 수 세기에 걸친 이동 경로에 관한 소중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최근 과학자들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드로잉을 분석한 결과,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흔적이 예술작품의 숨겨진 역사를 밝혀내는 열쇠가 되고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다빈치 드로잉에서 채취한 분석 시료의 모습.
옥스퍼드 대학교의 미술사학자 마틴 켐프(Martin Kemp)는 2019년 다빈치 서거 500주기를 맞아 프랑스 과학지 Sciences et Avenir가 다빈치를 조명한 기사에서 "다빈치처럼 그리고 글을 쓴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끊임없이 그림을 그렸고, 그 결과 수많은 드로잉과 스케치가 오늘날까지 전해집니다. 이 작품들은 화가의 기법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현미경 수준에서는 작품이 거쳐 간 지역과 복원사들의 흔적까지 담고 있습니다.
상징적인 일곱 점의 드로잉
이번 연구는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의 과학자들이 주도했습니다. 연구팀은 다빈치의 '상징적인' 드로잉 일곱 점을 대상으로, 그 안에 남아 있는 DNA 잔여물을 추출하는 작업에 나섰습니다. 이를 위해 활용한 것은 '나노포어 시퀀싱(nanopore sequencing)'이라 불리는 최신 유전체 분석 기법으로, DNA 조각 위에 염기서열이 어떤 순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국제 학술지 Frontiers in Microbiology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는 몇 가지 놀라운 사실이 담겨 있었습니다. 가장 큰 발견은 곰팡이보다 세균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는 오래된 종이류에서 곰팡이가 주된 미생물 군집을 이룬다고 여겨져 왔으며, 실제로 고문서 보존 과정에서도 생물학적 훼손 가능성 때문에 곰팡이가 검출 대상이 되곤 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세균이 더 많이 발견된 것일까요? 연구팀은 그 원인을 다빈치의 명성에서 찾았습니다. 확인된 세균 중 상당수가 인간 마이크로바이옴(인체 미생물군)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였는데, 이는 해당 드로잉들이 복원 작업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졌고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쳤음을 시사합니다. 물론 그중에는 마에스트로 다빈치 본인의 손도 포함되었을 것입니다. 연구진은 또한 상당량의 인간 DNA를 발견했지만, 그중에 다빈치 자신의 유전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곤충과 사람이 남긴 흔적들
나머지 세균 잔여물은 곤충, 특히 파리의 마이크로바이옴과 일치하는 것들이었습니다. 배설물 잔여물까지 함께 확인되었으며, 이러한 흔적들은 작품이 제작되던 시절부터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드로잉마다 세균과 곰팡이의 구성 비율이 저마다 달라, 각 작품이 고유한 미생물 '지문'을 지닌 것처럼 보입니다.
한편 과거 복원사들이 장갑 없이 맨손으로 작품을 다룬 흔적이 인간 DNA를 통해 명확히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정장 부분(foxing)을 제외하면 특별한 손상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연구 대상이 된 드로잉 중 하나. 출처: Leonardo da Vinci / Frontiers in Microbiology
예술작품의 '바이오 아카이브'를 향하여
연구진은 드로잉들이 과거 어디에 보관되었는지를 알려주는 미생물 분류군(taxa)도 확인했습니다. 일부 드로잉에서는 토리노 왕립도서관 소장품에서만 발견된 세균의 흔적이, 다른 드로잉에서는 로마 코르시니 도서관 소장품에서만 검출된 분류군이 확인된 것입니다.
결국 드로잉 위에 착지한 곤충, 작품을 만진 인간, 그리고 지리적 위치가 모두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현재의 기술로는 충분히 감지 가능한 흔적으로 남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전례 없는 성과는 아닙니다. 같은 연구팀은 2019년에 세 점의 대리석 조각상에서 보관 환경과 지리적 이동 경로를 규명한 바 있으며, 올해에는 천 년 된 양피지의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을 통해 제작에 사용된 동물 가죽의 기원까지 추적해냈습니다.
연구진은 드로잉을 비롯한 예술작품의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하면 작품의 역사를 담은 '바이오 아카이브(bio-archive)'를 구축할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연구팀은 "과학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예술의 시각적 외관을 보존하는 것은 물론, 우리의 예술·문화유산이 겪어 온 보이지 않는 여정까지 기록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구의 의미를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