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리라를 든 음유시인: 3D 스캔으로 풀어낸 브리타니 갈리아 석상의 비밀

프랑스 브리타니에서 발견된 철기 시대의 독특한 석상 연구가 진행되면서, 지금까지 깊이 탐구되지 못했던 갈리아 악기의 세계에 새로운 빛이 비치고 있습니다.

리라를 든 음유시인: 3D 스캔으로 풀어낸 브리타니 갈리아 석상의 비밀

브리타니에서 발견된 리라(거문고)를 든 갈리아 음유시인(바르드) 석상의 3D 스캔 이미지.

아스테릭스 너머의 진짜 바르드

'바르드(bard)'라는 단어를 들으면 많은 사람들은 어김없이 만화 <아스테릭스> 속 불운한 음악가를 떠올립니다. 별이 반짝이는 하늘 아래 나무에 묶인 채 노래하는 그를 두고 마을 사람들은 구운 멧돼지를 나눠 먹으며 웃음짓곤 했죠. 하지만 언제나 미움받던 이 음악가가 연주하던 리라에 대해, 희귀한 갈리아 석상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가 일곱 줄짜리 이 악기의 새로운 비밀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리라를 든 음유시인: 3D 스캔으로 풀어낸 브리타니 갈리아 석상의 비밀
1988년 코트다르모르주 폴(Paule) 요새에서 발견된 리라를 든 바르드 흉상. © Laureen Keravec

43cm 흉상에 담긴 3D 정밀 분석

케르페르(Kerpert) 실험고고학 연구·해석 센터(PRIAE)의 줄리앙 쿠비예(Julian Cuvilliez)가 이끄는 연구팀은 갈리아 리라 연주자를 형상화한 석조 작품, 즉 현존하는 유일한 작품을 3D로 디지털화하고 사진측량(포토그래메트리)을 수행했습니다. 몰라(Morlaix) 기술자원센터(CRT)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연구진은 높이 43cm의 이 작품에서 몇 가지 비밀을 풀어냈습니다. 이 흉상은 브르타뉴에서 가장 단단한 화강암류 중 하나인 메타각섬암(meta-hornblendite)으로 조각되었으며, 그동안 렌(Rennes)에 있는 브르타뉴 지역고고학국(SRA)의 금고에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흉상은 1988년 코트다르모르주의 켈트 요새 폴 해자에서 기원전 1~2세기 지층에서 출토되었습니다.

리라를 든 음유시인: 3D 스캔으로 풀어낸 브리타니 갈리아 석상의 비밀
브르타뉴 지역고고학국(SRA)에서 리라를 든 바르드 흉상을 연구하는 고고음악학 전문가 줄리앙 쿠비예와 오드레 르코른. © Laureen Keravec

감은 눈, 의도적으로 부러진 코

"이 발견은 갈리아인의 음악 활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고 줄리앙 쿠비예는 <사이앙스 에 아베니르>(Sciences et Avenir)에 열정을 담아 설명했습니다. 머리를 민 채 목에는 철기 시대 켈트 귀족 전사들이 착용했던 것으로 알려진 목걸이 '토르크(torc)'를 두른 이 인물은 리라를 거꾸로 들고 있습니다. "무덤과 관련된 속성일 가능성이 제기되어 왔다"고 쿠비예는 덧붙였는데, 감은 눈으로 잠든 듯한 인물의 모습이 그 근거입니다. 3D 스캔 결과 코는 의도적으로 절단된 것으로 드러났고, 돌 끌(chisel) 날의 흔적 또한 명확하게 확인되었습니다.

"신성모독 행위의 결과로 추정됩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동상의 의도적인 훼손과 그에 이은 매장은 기원전 52년 알레시아(Alesia) 패배 이후 친카이사르 성향의 갈로로마인 가문들이 지역의 옛 갈리아 귀족을 대체하면서 벌어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리라를 든 남자는 핀테르(Finistère) 끝자락을 차지했던 아르모리카 켈트족 '오시스메스(Osismes, "끝의 백성")'의 옛 영토에서 발견되었는데,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쟁기>에 따르면 이들은 알레시아 포위전 때 베르킨게토릭스 곁에서 싸우러 온 민족입니다.

리라를 든 음유시인: 3D 스캔으로 풀어낸 브리타니 갈리아 석상의 비밀
리라를 든 갈리아 바르드 석상(기원전 2~1세기) 클로즈업. © Laureen Keravec

3D 스캔이 밝힌 리라의 구조적 특징

"리라에 대한 3D 검토는 무엇보다 악기 형태의 세부 사항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었다. 비대칭 몸체의 U자형 지주 위에는 한쪽은 사각형, 다른 쪽은 원형의 손잡이가 얹혀 있는데, 이는 지중해 세계의 당대 리라와는 구별되는 특징이다"라고 쿠비예는 밝혔습니다. 이러한 비대칭은 수평의 공명통으로 연결된 남성성과 여성성을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연구진은 조사를 한층 심화하기 위해 철기 시대 장인들이 사용했던 것과 동일한 도구, 즉 이번 연구를 위해 새로 벼려낸 도구로 같은 방식의 실증 재구성(experimental reconstruction)을 수행했습니다. 갈리아 유적에서 수집한 화분학(palynology)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르모리카에서 당시 쓰이던 목재, 떡갈나무·버들나무·단풍나무 가운데 물푸레나무(재수)를 선택했습니다. "이 수종은 리라 제작에 필수적인 역학적·음향적 특성을 모두 갖추고 있었을 뿐 아니라, 봉헌물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며 갈리아인의 종교 생활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리라를 든 음유시인: 3D 스캔으로 풀어낸 브리타니 갈리아 석상의 비밀
철기 시대와 동일한 도구로 재구성한 갈리아 리라. © Laureen Keravec

가상현실 속 철기 시대의 음악, 교실로

더 많은 프로젝트가 준비 중입니다. 가상현실·증강현실을 전문으로 하는 IRISA(컴퓨터과학·난수시스템연구소)는 촉각 및 가상 매체로 재현된 악기를 통해 철기 시대의 음악이 어떠했을지 되살리려 하고 있습니다. 더욱 확실한 성과는 아마도 이번 사업의 또 다른 결실일 것입니다. "현재 학생들이 역사적 악기의 복제품으로 학교에서 켈트 리라 연주를 배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현악기 장인(luthier)이자 음악가이기도 한 줄리앙 쿠비예에게 가장 큰 보람이 아닐 수 없습니다.

리라를 든 음유시인: 3D 스캔으로 풀어낸 브리타니 갈리아 석상의 비밀
리라가 새겨진 갈리아 화폐. © Arnaud Desfonds (Inrap Bretagne-PRIAE)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악기 중 하나, 리라

갈리아에서 리라의 기원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폴 요새에서 이 석상이 발견되기 전까지 악기를 든 형상은 켈트 조각상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았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리라의 창조를 태양신 아폴론과 연결 짓습니다. 역사적으로는 헝가리에서 출토된 쇼프론(Sopron) 항아리 장식을 근거로 기원전 3000~1000년경 청동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리라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악기 중 하나이며, 브르타뉴에서는 분명 가장 오래된 악기입니다.

리라 연주자에 대해서도 고대 저술가들이 명확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시칠리아의 디오도로스(기원전 90~30년)는 저서 <역사>에서 '바르도스(bardos)'라 불린 켈트 시인들이 "리라와 같은 악기를 타며" 노래했다고 전합니다. 스트라본(기원전 60년~기원후 20년)은 <지리지>에서 이들을 "찬가를 부르는 바르드이자 시인"이라 언급했으며, 아미아누스 마르켈리누스(330~400년)는 "바르드들은 리라의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가장 용맹한 자들의 무공을 찬양하는 영웅 서사시를 지어 노래했다"고 기록했습니다.

"음악은 가르침의 매개이자 이야기를 전승하는 통로였다"고 PRIAE의 줄리앙 쿠비예는 설명합니다. 바르드는 훗날 그리스의 음유시인들, 스칸디나비아의 스칼드(skald), 그리고 오늘날 서아프리카의 그리오(griot)처럼 마을에서 마을로 이야기와 서사시를 전하던 이야기꾼이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