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전쟁의 주요 해전에 참전했던 미국의 항공모함 USS 호넷(CV-8)은 1942년 일본군의 공격으로 침몰했습니다. 그리고 70여 년이 지난 후, 그 잔해는 고인이 된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폴 앨런(Paul Allen)의 심해 조사선에 의해 마침내 발견되었습니다.

1942년 4월, 일본 본토에 대한 공습 작전을 수행하던 당시의 USS 호넷. 출처: 미국 해군
USS 호넷은 바다를 길게 누비지 못한 항공모함이었습니다. 1941년 조선소를 떠나 취역한 이 배는 불과 1년여 만인 1942년 10월, 태평양 산타크루즈 제도 해전에서 침몰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짧은 생애 동안 이 함선은 태평양 전쟁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인 순간들에 함께했습니다. 그 잔해는 2018년 세상을 떠난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폴 앨런의 조사선 R/V 페트럴호(R/V Petrel)가 드디어 심해 저편에서 찾아냈습니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상징적인 함선
USS 호넷의 군사 작전은 1942년 4월, 일본 본토에 대한 최초의 공습인 '둘리틀 특공대 작전(Doolittle Raid)'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호넷의 갑판에서 이륙한 B-25 폭격기 16대는 일본 열도 상공까지 진입해 목표물을 타격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폭격기들은 이후 중국으로 향해 착륙할 계획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대부분 목표 지점에 닿기 전에 격추되거나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작전은 진주만 공습 이후 사기가 바닥에 빠져 있던 미국에 큰 활력을 불어넣은 상징적 성과로 평가받습니다.
호넷은 이후 전황을 뒤집은 미드웨이 해전에도 참전하며 활약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1942년 10월 27일, 솔로몬 제도 최대 섬에서 약 400km 떨어진 해역에서 벌어진 산타크루즈 제도 해전에서 일본군의 집중 포화를 받게 됩니다. 일본군은 호넷을 주요 표적으로 삼아 협공을 가했고, 결국 호넷은 그 자리에서 침몰했습니다.
심해 5,400미터에서의 재회
침몰한 호넷의 잔해는 2019년 1월, R/V 페트럴호 승무원들에 의해 발견되고 신원이 확인되었습니다. 페트럴호는 이전에도 여러 유명한 전쟁 함선 잔해의 위치를 규명하는 데 기여한 바 있는 폴 앨런 소유의 연구선입니다.
탐사팀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국(National Archives)에 보관된 자료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산타크루즈 제도 해전에 참전한 9척의 다른 함선들이 남긴 항해 일지와 작전 보고서 등의 기록을 분석하여 수색 구역의 중심점을 설정하고 체계적인 수색 격자(grid)를 구성했습니다.
운도 탐사팀에게 기울었습니다. 첫 번째 잠항 시도에서 무인 잠수정의 소나가 수심 5,400미터 해저에서 호넷의 실루엣을 포착한 것입니다. 이후 원격조종 차량(ROV)이 해당 지점으로 내려가 HD 카메라로 다수의 영상과 사진을 촬영했고, 그 결과 이 잔해가 확실히 USS 호넷임이 확인되었습니다. 77년 만에 역사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던 영웅 함선이 심해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습니다.